[리뷰] ‘십개월의 미래’ 당신이 몰랐던 엄마 되기의 두려움

2021-10-04 19:06 위성주 기자
    클래식과 세련됨 함께 그리는 탁월한 연출
    미화 없는 불편함이 빚는 아이러니한 아름다움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신랄한 비판과 사랑스러움이 한 장면에 모두 담겨 관객의 마음을 뒤흔드는 영화가 개봉 소식을 알렸다. 배우 박정민의 데뷔작이기도 했던 단편 ‘세상의 끝’으로 화려하게 얼굴을 알렸던 남궁선 감독의 첫 장편 ‘십개월의 미래’가 그것. 영화는 클래식한 연출 사이 세련됨이 묻어나고, 인간사의 가장 큰 두려움 중 하나를 꼬집어 이야기하면서도 위트가 넘친다.

영화 '십개월의 미래' 스틸.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영화 '십개월의 미래' 스틸.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만성 숙취를 의심하며 소화제를 사러간 미래(최성은)는 좋지 않은 속이 숙취가 아닌 임신 증상이었음을 알고 당황한다. 이미 임신 10주차에 접어든 그는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어찌할 바 모르고, 아무 예고 없이 찾아온 인생의 변수는 그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다. 자신조차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고 있던 그에게 가족과 연인, 국가와 회사는 각기 다른 방향을 제시하고, 미래의 십개월은 빠른 속도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영화 ‘십개월의 미래’(감독 남궁선)는 정신 차려 보니 임신 10주, 인생 최대 혼돈과 맞닥뜨린 29살 프로그램 개발자 미래의 십개월을 담았다. 영화 ‘시동’, 드라마 ‘괴물’ 등으로 얼굴을 알린 배우 최성은의 첫 주연작으로, 영화는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를 비롯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 제20회 뉴욕아시안영화제, 제41회 하와이국제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초청받아 화제를 불렀다.

영화 '십개월의 미래' 스틸.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영화 '십개월의 미래' 스틸.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여러 영화제에서 러브콜을 받으며 호평을 받았다지만, 그 정도의 주목은 ‘십개월의 미래’가 갖는 매력에 비해 심히 부족한 듯 하다. 서서히 관객의 마음을 녹이다 단숨에 홀려버리는 최성은의 마력부터 섬세함과 과감함, 클래식과 세련됨을 넘나드는 남궁선 감독의 유려한 연출까지. 영화는 어느 한 장면 허투루 흘려 보낼 수 없는 신선한 충격으로 보는 이를 완벽하게 사로잡는다.

영화의 시작은 여느 독립 영화를 만난 듯 평범하다. 그러나 고전적인 연출 기법 사이 언뜻 엿보이는 우아함과 세련됨은 눈가를 현혹시키고, 빠름과 느림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영화의 리듬감은 숨쉬듯 자연스레 관객의 세포를 자극한다. 별다른 기대 없이 영화관에 자리했던 관객은 오프닝 시퀀스가 지남과 동시에 남궁선 감독의 팬이 되어버린다.

영화 '십개월의 미래' 스틸.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영화 '십개월의 미래' 스틸.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장편 데뷔작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능숙한 연출과 함께 영화의 메시지는 다시 한번 관객의 마음을 휘청거리게 한다. ‘십개월의 미래’는 갑작스러운 임신에 여성이 마주하게 되는 급격한 변화와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옮겼다. 끊임없이 여성을, 임산부를 타자화하고 대상화하며 ‘출산율이 떨어졌다’고 손가락질 하는 사회 속에서, 임신과 함께 찾아오는 현실 속 달라짐은 무엇인지, 그 어떤 미화도 없는 불편함이 스크린을 수놓는다.

허나 놀라운 것은 20대 임산부가 만나게 되는 급격한 삶의 전환기 가운데, 영화가 마냥 무겁지도, 뾰족하지도 않다는 점이다. 임산부를 향한 부당한 대우를 여실히 꼬집으면서도 위트와 기품을 잃지 않기에 ‘십개월의 미래’는 더욱 공감을 부른다. 한가지 방향성에 몰두해 벼려내는 것조차 어려울 터임에도 다채로움과 풍성함을 잃지 않았다. 독특한 리듬감이 묻어나는 탁월한 음악 선정 덕분일까 남궁선 감독의 재능에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다.

영화 '십개월의 미래' 스틸.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영화 '십개월의 미래' 스틸.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탁월한 연기와 연출은 물론이거니와 영화가 임신과 출산을 그리는 방식은 깊은 감동을 자아내기도 한다. 미래에게 끊임없이 고통과 부당한 운명만을 부여하는 임신이지만, 그는 끝내 자신의 아이를 포기하지도 않고, 출산을 기다린다. 마침내 마주한 아기를 향해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미래의 모습은 아이러니하게도 결코 아름답지 않던 열 달간의 나날과 대비를 이루며 찬란함으로 다가온다.

잘 짜인 거미줄 같은 영화 ‘십개월의 미래’에 풍덩 빠져버렸다. 얼핏 허술한가 싶어 구멍 사이로 발을 빼다가도, 어느새 달라붙은 이야기 흐름에 몸도 마음도 헤어나올 수 없다. 정신을 차려보면 자신도 모르게 ‘십개월의 미래’에 매료되어버린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다.

개봉: 10월 14일/관람등급: 12세이상관람가/감독: 남궁선/출연: 최성은, 서영주, 유이든, 백현진, 권아름/제작:K'ARTS(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배급: 그린나래미디어(주)/러닝타임: 96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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