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th BIFF] 봉준호 감독 “하마구치에게 구로사와 기요시와 에릭 로메르 보여”

2021-10-07 18:18 위성주 기자
    하마구치 류스케X봉준호 감독 스페셜 대담
    ‘드라이브 마이 카’X’우연과 상상’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봉준호 감독과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스페셜 대담이 개최됐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와 '우연과 상상'을 선보인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을 향해 찬사를 보내며 다양한 질문을 건넸다.

하마구치 류스케X봉준호 스페셜 대담. 봉준호 감독(가운데),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오른쪽)

7일 오후 17시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 봉준호 감독의 스페셜 대담이 개최됐다. 같은 날 오전 상영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와 ‘우연과 상상’의 GV(관객과의 대화) 이후 진행된 대담으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일본의 명장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제자기도 하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칸 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우연과 상상’은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으며, 지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특별전에서 상영된 ‘살인의 추억’(2003) GV에서 특별 게스트로 참여해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지난해에는 일본에서 ‘기생충’(2019)에 관한 깊이 있는 대담을 이끌어내며 관객의 박수를 부르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언론과 관객의 질문을 받진 않았다. 이에 영화제 측은 “준비된 시간이 길지 않아 두 감독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봉준호 감독은 “나 자신이 하마구치 감독의 큰 팬으로서 미친 듯이 계속 질문을 던질 예정이라 관객 분들께 질문의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마구치 류스케X봉준호 스페셜 대담. 봉준호 감독. 사진 맥스무비
하마구치 류스케X봉준호 스페셜 대담. 봉준호 감독. 사진 맥스무비

봉준호 감독은 하마구치 감독을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곧장 본격적인 대담에 들어갔다. 그는 “’드라이브 마이 카’와 ‘우연과 상상’을 보면 자동차 신이 많다. 관객입장에서는 대수롭지 않겠지만, 감독 입장에서 성가시고 불편함이 많은 장면이다. 어떤 방식으로 해당 신들을 찍었는지 궁금하다”며 질문을 건넸다.

이에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평범한 방식으로 찍었다. 여러 방식이 있지만, 차가 주행하는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찍지 않으면, 내가 바라는 장면이 나오지 않을 것 같더라”라고 답했다. 봉 감독의 촬영 때 감독의 위치를 묻는 질문에는 “나는 자동차 트렁크에 있었다. 배우와 가까운 곳에서 소통을 하고 싶었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와 ‘우연과 상상’에서는 차 안에서의 대화 신이 중요 대목이다. 봉준호 감독은 이를 짚으며 “자동차 안에서의 대화는 어떤 의미냐”며 질문을 더했다. 하마구치 감독은 “대사를 쓰는 것으로부터 작업을 시작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내 약점이다. 그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시작했던 것이 이제는 차에서 밖에 대화할 수 없는 것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마구치 류스케X봉준호 스페셜 대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사진 맥스무비
하마구치 류스케X봉준호 스페셜 대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사진 맥스무비

봉준호 감독은 하마구치 감독에게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과 에릭 로메르 감독이 엿보인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하마구치 감독은 “실제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에게는 대학원에서 배웠다”며 두 감독을 향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구로사와 감독이 실제 스승이라면, 에릭 로메르는 가상의 스승이다. 다만 구로사와 감독에게 대학원에서 많은 것을 배웠지만, 결코 뛰어넘을 수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더라. 2년 동안 배웠지만, 그 정도로는 아직 모자라다. 그를 따라 하려고 하면 오히려 잘 안 되는 느낌이다.

구로사와 감독이 흉내 내낼 수 없는 이라면, 에릭 로메르 감독은 흉내를 내고 싶은 감독이다. 그는 대사를 많이 쓰는데, 이분의 작품을 보면서 대사로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나의 콤플렉스를 많이 극복할 수 있었다. 이렇게 재미있게 대사를 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하마구치 류스케X봉준호 스페셜 대담 현장. 사진 맥스무비
하마구치 류스케X봉준호 스페셜 대담 현장. 사진 맥스무비

한편 하마구치 감독은 되레 봉준호 감독을 향해 배우를 캐스팅 하는 기준에 대해 묻기도 했다. 그는 비록 ‘드라이브 마이 카’, ‘우연과 상상’ 등 자신의 작품에 대한 대담임에도 불구하고, “대담을 보고 계신 분들은 봉준호 감독의 이야기가 더 궁금할 것”이라며 너스레와 함께 봉준호 감독을 향한 깊은 팬심을 드러냈다.

봉준호 감독은 “나는 그냥 연기 잘하는 분들 모셔오려고 애쓴다”며 “다만 연기를 잘한다는 개념은 수십 가지의 정의가 있을 것”이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배우가 내가 계획하고 구상한 뉘앙스를 정확히 표현해주길 바라면서도, 동시에 내가 예상하지 못한 것을 보여주길 바란다. 내가 깜작 놀랐으면 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에 더해 봉준호 감독은 “그렇게 모순된 욕심이 있어서 되돌아보면 배우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다(웃음). 배우는 주로 만나서 차를 마시면서 깊게 이야기를 하면서 캐스팅하는 편이다. 표현력은 그분의 전작과 연극무대 등을 보면 된다고 생각한다. 회사 사무실에서 연기를 대뜸 시키는 것은 내가 보기 불편하더라”라고 밝혔다.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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