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리들리 스콧 감독 영상미 더해진 우리 시대 ‘라쇼몽’

2021-10-13 18:02 위성주 기자
    '거장' 리들리 스콧의 힘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작품 ‘라쇼몽’이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새롭게 그려졌다. 할리우드의 비주얼리스트 리들리 스콧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가 그것. 영화는 2004년 출간된 에릭 제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 '라스트 듀얼: 최후의 전투' 스틸.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스틸.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14세기 프랑스, 유럽 전역을 뒤덮은 흑사병과 끊이지 않는 전쟁이 귀족의 목숨마저 쉽게 앗아가던 시기. 강한 권력과 폭력만이 생존의 수단이었던 그날, 역사상 마지막 공식 결투 재판이 열린다. 유서 깊은 카루주 가문의 부인 마르그리트(조디 코머)이 남편 장(맷 데이먼)이 집을 비운 사이 그의 친구 자크(아담 드라이버)에게 씻을 수 없는 모욕을 당했던 이유다. 자크는 마르그리트에게 침묵을 강요하지만, 마르그리트는 입을 여는 순간 감내해야 할 모든 오욕을 각오하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영화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감독 리들리 스콧)는 결투의 승패로 승자가 정의되는 야만의 시대, 권력과 명예를 우해 서로를 겨눈 두 남자와 단 하나의 진실을 위해 목숨을 건 한 여인의 충격적인 실화를 다뤘다. 노르망디 지역에서 실제로 있었던 결투 재판을 소재로, 영화 ‘굿 윌 헌팅’ 이후 24년 만에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이 각본을 함께 집필했다. 두 배우는 주연으로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으며, 할리우드의 신성(新星) 조디 코머, 아담 드라이버와 호흡을 맞췄다.

영화 '라스트 듀얼: 최후의 전투' 스틸.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스틸.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는 사건의 당사자 마르그리트와 장, 자크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꾸린다. 총 세 막으로 나뉘었는데, 첫 번째는 장의 입장에서, 두 번째는 자크의, 마지막은 마르그리트의 시점으로 사건의 경위를 따져간다. 이는 자연스레 불후의 명작으로 남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1950)이 연상된다. ‘라쇼몽’ 역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네 명의 목격자가 각자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구조를 갖는다. 이를 통해 ‘라쇼몽’은 각자의 이기심과 욕망에 의해 진실이 얼마나 쉽게 왜곡될 수 있는 것인지를 깨닫게 한다.

‘라스트 듀얼’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는 올곧은 시각으로 바라봤던 우리의 세상이 실상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 얼마나 손쉽게 자신의 뇌리 속에서 재편집되고 있는지를 꼬집는다. 이로부터 진정한 피해자의 목소리가 기득권에 의해 묵살됨을 깨닫게 한다. ‘라스트 듀얼’은 특히 사건의 당사자이자, 누구보다 약자의 위치에 있는 마르그리트의 도발적인 눈빛을 주로 담으며 중세 이후로도 여전히 변하지 않은 현실을 들춰냈다. 극 중 피해자지만, 되레 온갖 경멸의 시선을 받아야 하는 마르그리트의 이야기는 비단 그 시절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영화 '라스트 듀얼: 최후의 전투' 스틸.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스틸.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깊이 있는 메시지와 함께 영화의 날카로운 무기가 되는 것은 리들리 스콧 감독이 빚어낸 유려한 영상미다. 할리우드의 거장이자, 비주얼리스트로 불리는 그는 드높은 명성에 뒤처짐 없는 그림을 스크린에 수놓아 보는 이의 혼을 손쉽게 앗아간다. 중세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의 한 성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그의 이미지는 관객을 당시로 위치시킨다. 그의 카메라에 담긴 안개에선 시리듯 축축한 느낌이 발하며 목덜미를 휘감고, 더러운 먼지를 뒤덮고 있는 농노가 등장할 때면 퀴퀴한 냄새가 흐릿하게 올라온다. 철저한 고증과 함께 빛과 색을 다루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탁월한 솜씨가 마법을 부린 듯 하다.

특히 한없이 장엄하고도 잔인하며, 처절한 전투 장면은 그야말로 영화의 백미다. 피륙이 난무하는 가운데 터져 나오는 구경꾼들의 함성은 심장을 옥죄고, 화려하지 않으나 그래서 더욱 현실적인 거친 액션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으깨지고 터져가는 살점을 직접 구현해내 놀라운 가운데 배우들의 열연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영화의 매력 포인트다. 그네들의 섬세하고도 힘있는 연기는 영화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같은 이야기를 세 번 반복함에도 지루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매 시점마다 미묘하게 달라지는 그들의 다채로운 색 덕이다.

영화 '라스트 듀얼: 최후의 전투' 스틸.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스틸.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라쇼몽’이 연상되는 것은 자연스러우나, 지난 작품이 겹쳐 보이진 않는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그만의 독창적인 색채를 유감없이 펼쳐내며 그가 거장의 영역에 이른 감독임을 증명해낸다. 묵직한 이야기와 메시지에 지루하진 않을까 지레짐작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는 영화로운 경험을 막는 불필요한 장벽에 지나지 않는다. 새로운 충격과 감각을 체험하고 싶다면,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는 탁월한 선택이겠다.

개봉: 10월 20/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감독: 리들리 스콧/출연: 맷 데이먼, 벤 애플렉, 아담 드라이버, 조디 코머/수입∙배급: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러닝타임: 152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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