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터널스’ 때 늦은 사춘기 와버린 우주 영웅들

2021-10-28 18:30 위성주 기자
    이토록 애매한 마블은 처음
    클로이 자오 감독의 과욕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과 자아 찾기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새 장을 여는 영화 ‘이터널스’가 드디어 개봉 소식을 알렸다. 안젤리나 졸리를 비롯해 할리우드 대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고 배우 마동석 역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는 소식에 제작 단계부터 기대를 불렀던 영화 ‘이터널스’. 그러나 오랜 기다림과 높은 기대 때문이었을까, 영화는 충만한 재미보다 아쉬움과 당혹감을 안기는데 그쳤다.

영화 '이터널스' 스틸.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 '이터널스' 스틸.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 ‘이터널스’(감독 클로이 자오)는 수천 년에 걸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온 불멸의 히어로들이 인류의 가장 오랜 적 데비안츠에 맞서기 위해 다시 힘을 합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7천년 전 지구에 왔지만, 우주를 창조한 셀레스티얼의 명령에 의해 존재를 숨기고 인류를 수호해왔던 이터널스. 그들은 다시 한번 지구 앞에 놓인 최대의 위협을 맞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다.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새로운 세계를 이끌 ‘이터널스’.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리차드 매든을 비롯해 셀마 헤이엑, 안젤리나 졸리 등 할리우드 대표 배우들과 배우 마동석이 영화의 주연을 맡았다는 소식에 국내외 팬들은 제작 단계부터 영화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특히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클로이 자오 감독이 ‘노매드랜드’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거머쥔 이후 ‘이터널스’에 대한 관객의 부푼 마음은 커져만 갔다.

특히 국내 영화 산업 관계자들은 작품 외적 의미에서도 ‘이터널스’에 대해 거는 기대가 있었다. 11월부터 시행되는 위드 코로나와 더불어 침체된 영화 산업의 부활을 알릴 작품으로 제격이었던 이유다. 평소 마블에 대한 호불호와 무관하게 마블의 강력한 티켓 파워를 믿었던 영화계 관계자들은 ‘이터널스’가 위태로운 국내 극장가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어 줄 수 있으리란 희망을 가졌다.

영화 '이터널스' 스틸.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 '이터널스' 스틸.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그러나 관객의 부푼 기대와 영화계 관계자들의 희망에 무색하게도 ‘이터널스’를 관람하고자 하는 관객이라면 다소 흥분을 가라앉힌 채 극장을 방문해야겠다. 할리우드의 거대 자본이 묻어나는 화려한 비주얼이 여지없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고, 우주적 존재들의 초능력 대결을 담은 액션 역시 눈길을 끌지만, 일전에 만났던 마블 작품들과는 다른, 약간의 답답함과 애매함이 관객의 마음을 어지럽힌다.

평소 ‘마블 영화’라 할 때 연상되는 지점은 명확하다. 호쾌하고, 유머러스하며, 화려한 비주얼과 매력적인 캐릭터가 가득한 작품. 그러면서도 약간의 철학적 메시지를 담아 ‘그럴듯한’ 이야기로 관객의 마음마저 동하게 하는 영화. ‘아이언맨’ 이후로 쌓아온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작품들은 모두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었지만, 앞서 언급한 부분을 유사한 정도로 끓어 올리며 동일한 톤 앤 매너를 유지해왔다.

반면 ‘이터널스’는 그와 같은 ‘마블 영화’에 대한 일반적인 기대나 상상과는 다른 결을 지니고 있다. 유쾌한 웃음과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도 묻어나는 여유를 빛내기 보다, 무겁고, 진중한 분위기가 영화 전반을 휘감고 있다. 거대한 자연의 순환 앞에서 우주적 영웅들은 때 늦은 사춘기를 맞이하고,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과 자아 찾기 노력이 끊임 없이 관객을 향해 존재론적 질문을 던진다.

영화 '이터널스' 스틸.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 '이터널스' 스틸.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때문에 영화는 애매한 위치에 서게 된다. 상업 영화의 결정체와 같은 작품에서 예술 영화의 형식에 적합한 시도와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성공적인 이식이었다면 걸작이 탄생했겠지만, 안타깝게도 클로이 자오 감독은 평작을 내놓는데 머물렀다.

여러 작품을 통해 쌓여온 마블에 대한 인식에서 벗어나려 했던 것이 의도였다면 적절한 선택은 아니었던 듯 하다. 역사와 신화, 영웅에 대한 전설 속에서 ‘이터널스’는 인간 문명의 탄생 희비극을 그리지만, 2시간 37분짜리 영화 한 편으로 사춘기 영웅들의 선택을 납득하기란 퍽 어려운 일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수년간 쌓아 올린 작품에 대한 관객의 이해와 공감이 바탕 된 성공이었다. 거대한 우주 전쟁과 타노스의 핑거 스냅, 복잡한 설정 따위가 받아들여질 수 있었던 것은 충분히 납득될 수 있도록 관객과 함께 세계관을 차근차근 쌓아 올렸던 덕분이다. 하지만 ‘이터널스’는 시작부터 ‘투 머치’했다. 마치 ‘아이언맨’을 비롯해 어떤 마블 작품도 보지 못했던 이가 ‘어벤져스: 엔드게임’부터 만나버린 격이다.

영화 '이터널스' 스틸.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 '이터널스' 스틸.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물론 ‘이터널스’가 마냥 엉망이라는 것은 아니다. 애당초 명 감독과 배우들이 만났고, 베테랑 제작진이 이를 받쳐주니 졸작이 나오기도 어려울 터다. 마동석이 연기한 길가메시는 ‘마블리’한 매력이 충만하고, 안젤리나 졸리는 우아한 몸짓으로 창을 휘두른다. 언제 봐도 감탄이 절로 나오는 마블의 VFX 기술은 이번 작품에서도 시각적인 만족감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영화의 전반적인 매력이 기대와 바람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뿐이다.

쿠키 영상은 2개니 모두 확인하고픈 관객이라면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지켜야겠다.

개봉: 11월 3/관람등급: 12세 관람가/감독: 클로이 자오/출연: 안젤리나 졸리, 마동석, 리차드 매든, 쿠마일 난지아니, 로런 리들로프,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셀마 헤이엑, 리아 맥휴, 젬마 찬, 키트 해링턴, 배리 케오간/수입∙배급&공동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러닝타임: 155분/별점: ★★★☆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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