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Dr. 브레인’ 김지운 감독의 새로운 도전 “작업하며 내 결핍 돌아봐”

2021-11-10 15:34 위성주 기자
    애플tv+ 첫 韓 콘텐츠 ‘Dr. 브레인’
    김지운 감독의 새로운 도전
    “시즌 2 다양한 구상 중…결정된 바는 없어”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애플tv+의 첫 한국 시리즈 ‘Dr. 브레인’이 공개됐다. 연출을 맡은 김지운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크고 소중한 의미를 얻었다”며 깊은 애정을 표했다.

드라마 'Dr. 브레인' 김지운 감독. 사진 애플tv+
드라마 'Dr. 브레인' 김지운 감독. 사진 애플tv+

드라마 ‘Dr. 브레인’(이하 ‘닥터 브레인’, 연출 김지운)은 홍작가가 그린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천재 뇌과학자 세원(이선균)이 가족에게 일어난 일을 밝히기 위해 죽은 자들의 뇌에 접속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배우 이선균이 극 중 주인공 세원을 연기했으며, 영화 ‘장화, 홍련’, ‘악마를 보았다’,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으로 독보적인 미장센을 선보여왔던 김지운 감독이 첫 드라마 연출을 맡았다.

베테랑 영화감독이지만, 전혀 다른 문법을 가진 드라마 연출에 김지운 감독은 지난 제작발표회를 통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닥터 브레인’은 그의 자신감에 충분한 근거가 있었음을 입증했다. 독특한 그림체에 매료돼 원작 웹툰을 영상화하기로 결심했다는 김지운 감독. 그가 ‘닥터 브레인’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원작 웹툰의 그림체가 마음에 들었다. 그래픽 노블을 보는 것처럼 날카로웠다. 누아르 풍으로 음영을 강조한 특유의 색채에 매료됐다. 이 느낌을 그대로 영상화 하면 좋은 이야기 소재와 더불어 탁월한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원작이 미스터리를 쫓는 질주극이라면, 드라마에는 내가 가진 비전과 서사를 가미해서 깊이를 부여하고 싶었다. 원작의 뇌를 들여다본다는 설정을 베이스로, 뇌를 보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자신의 결핍과 불완전성을 고찰하고, 성장하는 부분을 ‘닥터 브레인’을 통해 그려보려 했다.”

드라마 'Dr. 브레인' 촬영 현장. 김지운 감독. 사진 애플tv+
드라마 'Dr. 브레인' 촬영 현장. 김지운 감독. 사진 애플tv+

드라마를 통해 그려내려 했던 비전을 설명한 데 이어 김지운 감독은 애플tv+와 작업한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애플tv+는 창작자를 존중해줬다”며 긍정적인 경험을 털어놨다.

“할리우드의 작업은 감독과 스튜디오, 제작사와 배우 모두가 균등한 권력을 갖고 있어서 힘이 골고루 분포돼 있다. 기본적으로 창작자에 대한 존중이 바탕에 있어서 큰 불편함은 없었다. 다만 대중을 지향한다는 타깃이 명확하더라. 드라마가 영화보다 대중 친화적인 화법이어야 한다는 것에 나 역시 동의하기도 한다.

영화는 드라마에 비해 창작자의 스타일이 더 강하게 드러나는 장르라 생각하는데, OTT 플랫폼 콘텐츠는 기존의 드라마도, 영화도 아닌 중간 형태라 어떤 면에서는 이상적인 결합형태 같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다면, 영화를 계속할 것 같긴 하다.”

더불어 김지운 감독은 OTT 채널을 통해 공개되는 콘텐츠기에 기존에 선보였던 작품들과 달랐던 연출 방향에 대해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시네마틱한 느낌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고충을 토로하면서도 “그럼에도 좋은 평들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채널이 달라 보여지는 방식이 다르니, 시네마틱한 느낌은 포기해야 했다. 드라마니 만큼 이야기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미장센적인 부분을 많이 덜어냈는데, 그럼에도 여러 리뷰에 미장센과 미술, 색감에 대해 좋게 말씀 주셔서 감사했다. 그러면서 전작에 비해 인물이 또렷하다는 평이나, 감정의 동선이 명확해졌다는 감상도 있어 참 다행이었다. 듣고 싶은 이야기였다.”

드라마 'Dr. 브레인' 스틸. 배우 이선균. 사진 애플tv+
드라마 'Dr. 브레인' 스틸. 배우 이선균. 사진 애플tv+

김지운 감독의 말마따나 여전히 그의 작품에서 엿보이는 독보적인 미장센에 많은 이들이 호평을 보냈지만 그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던 듯 하다. 그는 “아쉬움을 충족시키기 위해 음악에 집중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단절적인 이미지와 분위기, 불균질한 질감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결국 내 생각만큼의 이미지는 충족되지 못해 아쉬웠다. 대신 사운드에 집중했다. 돌비 애트모스 3D 패닝 기법을 활용했는데, 기억이 아득히 먼 곳에서 스멀스멀 올라와 구체화되는 느낌을 음악을 통해 보완하려 했다. 비주얼을 통해 완벽히 구현하기 어려우니 사운드로 충족시키려 한 측면이 있다.”

김지운 감독은 이선균을 주연으로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밝히기도 했다. 그는 “원작의 이야기를 풍요롭게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선균을 캐스팅했다”며 이선균을 향한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뇌를 들여다보면서 자신도 들여다보고, 성찰하게 되는데,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표현력이 필요했다. 이선균은 다양한 장르, 소재, 이야기에서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줬기에 제격이라 여겼다. 특히 글로벌 영상 서비스니 만큼 그에 어울리는 지명도의 배우가 필요하기도 했다. 작품 내적, 외적으로 필요한 부분 모두를 이선균 배우가 갖추고 있었고, 작업하며 유감없이 그런 부분을 잘 발휘해줬다. 딱 좋았다.”

드라마 'Dr. 브레인' 스틸. 사진 애플tv+
드라마 'Dr. 브레인' 스틸. 사진 애플tv+

한편 김지운 감독은 “’Dr. 브레인’을 작업하며 마치 드라마 속 주인공과 같이 내 스스로의 결핍에 대해 되돌아보게 됐다”며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Dr. 브레인’이 갖는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나도 드라마를 작업하며 세원처럼 내게 결핍된 것, 부족한 것이 무엇이었을까 고민하게 됐다. 세원이 타인의 뇌를 통해 자신을 바라보듯, 나 역시 ‘닥터 브레인’을 통해 나의 부족함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앞으로 선보일 작품에서는 내게 수식어처럼 따라다니는 미장센이나, 색감, 공간에 대한 노력에 더불어서 이야기에 역시 주안점을 둘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김지운 감독은 차기작에 대해 언급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차기작은 영화다. 다시 영화를 할 수 있게 돼 기쁘다. 드라마를 하면서 드라마의 묘미도 발견하게 돼서 가능하면 앞으로 영화와 드라마 모두 계속할 수 있는 여건이 되길 희망한다. 드라마는 확실히 창작자에게 더 긴장감을 주는 환경이더라. 빠르게 판단하고, 결정하고, 무엇이 중요하고 필요한지 먼저 생각하게 됐다. 스토리와 인물의 감정, 동선을 더 근거리에서 생각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이번 작품을 통해 얻은 가장 크고 소중한 의미가 된 것 같다.”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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