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인터뷰 ②] ‘행복의 속도’ 천상의 화원이 자아내는 인생 향한 경애

2021-11-23 12:58 위성주 기자
    “천천히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시간 되길”
    “좋은 사람에게서 좋은 이야기 나와”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다큐멘터리 ‘행복의 속도’는 짐꾼, 봇카의 삶을 통해 관객의 조급함을 잠시나마 내려놓는 소중한 순간을 선사한다. 동시에 영화는 천상의 화원이라 불리는 오제를 스크린 가득 채우며 경이로운 감상을 전하기도 한다. 박혁지 감독은 오제의 찬란한 아름다움과 여유, 포근함과 그리움을 카메라에 담던 과정에서 신비와 경외를 느끼기도 했단다. 오제는 일본의 국립공원으로, 혼슈 지방에 위치해있다.

영화 '행복의 속도' 스틸. 사진 (주)영화사 진진
영화 '행복의 속도' 스틸. 사진 (주)영화사 진진

“오제를 찾는 분들은 실제로 여유를 만끽하러 오신다. 전화도 잘 터지지 않고, 정말 조용한 공간이다. 차도 다니지 못해 바람 소리 외에는 들리는 것이 없다. 정적을 깨는 것은 한달에 두 번 오는 헬기 소리뿐이었다. 드론을 날리는 것 역시 눈치가 보였는데, 실제로 휴식을 방해한다며 싫어하는 분도 계셨다.

오제에 놓인 길이 그리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자연 위 끝도 잘 보이지 않는 길 위, 봇카라는 존재가 참 잘 어울린다. 좁은 길 위에서 봇카는 짐을 옆으로 넓힌 수 없어 위로 쌓아 올리는데, 멀리서 보면 그 모습이 짐이 걸어 다니는 것 같다고 해서 이름이 '봇카'가 됐단다. 얼마나 시적인가. 오제는 그곳을 보호하는 결계가 있다는 느낌을 준다.”

박혁지 감독의 말마따나 영화에 담긴 천상의 화원은 그 모습만으로도 보는 이의 마음을 숨쉴 수 있도록 한다. 드넓고 푸르른 습지가 경탄을 불러일으키고, 적막과 고요가 숨가쁜 호흡을 고르게 한다. 허나 절로 경외를 불러일으키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기까지 순탄하지만은 않았을 터. 박혁지 감독은 “실제로 내가 산을 잘 못 탄다”며 비하인드를 밝혔다.

영화 '행복의 속도' 스틸. 사진 (주)영화사 진진
영화 '행복의 속도' 스틸. 사진 (주)영화사 진진

“설악산이나 지리산에서 짐을 들고 올라가시는 분들을 따라가라면 나는 못했을 것 같다. 그나마 오제는 평지라 할 만했다. 그런데 이시타카씨는 오르막을 많이 올랐다. 카메라 들고 가기도 힘든 곳을 70~80kg 되는 짐을 들고 오가니, 사람이 달리 보이더라. 그래서 이시타카를 따라다니며 찍을 때는 두려운 마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웃음).

그런데 어느 날은 휴무일이 이가라시씨가 등산을 간다더라. 한번 따라가봤는데 정말 힘들었다. 이미 오제가 1,500미터에 위치해 있었고 500미터만 더 올라갔으면 됐는데, 나를 포함해 모든 스태프가 중간에 퍼졌다. 등산객이 와서 물도 줬던 기억이 난다. 영화의 첫 장면이 바로 그 때 찍었던 것이다. 평원에서는 드론을 날려도 오제 전부가 안 들어온다.”

그렇게 힘겹게 담아낸 오제의 풍경은 그야말로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전하는 ‘천상의 화원'이었다. 2017년 4월 첫 촬영을 시작해 2019년 2월에서야 마무리됐던 ‘행복의 속도’ 촬영. 그토록 지난한 과정이 있고서 완성된 영화에 많은 관객들은 “힐링 받았다”며 호평을 보냈다. 이에 박혁지 감독은 “다행이 내가 느꼈던 것이 잘 전달된 것 같다”며 감사함과 뿌듯함을 드러냈다.

영화 '행복의 속도' 스틸. 사진 (주)영화사 진진
영화 '행복의 속도' 스틸. 사진 (주)영화사 진진

“이 영화의 나에게 일종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 이가라시와 오제로부터 큰 가르침을 받았다. 사실 다큐멘터리, 특히 휴먼 다큐멘터리는 공간과 인물이 전부다. 정말 좋은 공간과 사람을 만나면 좋은 이야기가 나온다. 꾸며서는 진솔한 삶의 태도나 인성, 품성을 담아낼 수 없다.

촬영 할 때 느꼈던 부분들이 잘 전달돼서 극장에 오신 분들도 114분동안 천천히 스스로를 돌아보실 수 있는 시간이 되시길 바란다. ‘나는 잘 하고 있나’하는 생각을 보시는 분들께 들게 한다면 그 자체로 이 영화의 성공이라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하려면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다들 삶이 바쁘지 않나. 내려놓고 생각한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영화 ‘행복의 속도’는 지난 18일 극장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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