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냥 프리랜서, 일 없으면 미련 없이 판 떠날 것”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을 비롯해 영화 ‘부산행’과 ‘반도’ 등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통찰과 메시지를 전했던 연상호 감독. 그는 자신의 웹툰 ‘지옥’을 직접 실사화 해 다시 한번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연출 연상호)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 현상이 발생하고, 혼란을 틈타 부흥한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가 함께 그렸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배우 유아인과 김현주, 박정민, 원진아, 양익준, 김도윤, 김신록, 류경수, 이레가 주연을 맡았다.
‘지옥’은 다양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초자연적 현상과 더불어 빚어진 사회의 폭력과 광기, 인간성과 정의에 관한 예리한 질문이 보는 이로 하여금 다양한 고민을 떠올리게 했다. 연상호 감독은 극 중 정진수 의장(유아인)과 배영재PD(박정민)의 목소리를 통해 그가 갖고 있던 세상을 향한 질문을 던졌다고 말한다.
“정진수는 ‘세계를 평균적으로 좋게 만들겠다’며 현재 ‘지옥’ 세계관의 논리를 만들었다. 초자연적 현상이 죄인을 지옥으로 데려간다는 것이 ‘평균적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 생각이 어떻게 보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배영재의 이야기는 다수의 정의를 위해 소수의 희생이 옳은가에 대한 것이다. 세상이 단지 ‘평균적으로’ 나아졌다고 해서, 더 정의로워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배영재의 이야기 안에 들어있다.”

단순히 오컬트 장르에 머무는 것을 넘어 자신만의 질문을 던지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낸 연상호 감독. ‘지옥’은 연 감독의 깊이 있는 메시지와 함께 지옥의 사자와 천사 등 다채로운 미장센과 강렬한 비주얼로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다. 그는 특히 ‘지옥의 사자’에 대해 “혐오로 뭉친 인간의 내면을 시각화 하면 어떻게 보일까 고민하며 만들었다”며 영감을 얻었던 다양한 요소들을 언급했다.
“’지옥의 사자’가 인간의 혐오에서 기인했다면 ‘천사’는 종교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천사가 거대한 얼굴로만 되어있는 종교화가 있었는데, 그것에서 모티브를 얻어 발전시켰다. 나는 서브컬쳐 장르의 매니아라, 키치한 이미지들의 콘텐츠에 큰 영감을 준다. ‘지옥’을 만들면서도 웰메이드를 지향했지만, 서브컬쳐 장르의 느낌이 잘 드러나길 바란 면도 있다. 약간의 서브컬쳐적인 냄새를 풍기는 것이 이 작품의 톤을 만드는데 중요한 지점이었다. 웹툰을 그릴 때 역시 그런 지점에 포인트를 맞췄던 것 같다.”
공개와 동시 시청자들의 열띤 호응에 힘입어 넷플릭스 선 세계 시청순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던 ‘지옥’. 연상호 감독은 이와 같은 흥행을 실감하지 못한다는 듯 겸손을 표했다. 첫 장편 영화였던 ‘부산행’의 큰 성공 이후 부침을 겪기도 했던 그는, 더 이상 작품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나는 프리랜서라고 생각한다. 프리랜서는 언제 일이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전혀 다음이 보장돼 있지 않은 것이 숙명이다. 어느 순간 사실 다음 작품을 못해도 상처받지 말고 섭섭하지 말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부산행’이 성공했을 때는 나도 유명 감독이나 거장이 될 수 있을까 꿈이 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주어지는 일에 감사하고 만족하는 방법을 배웠다. 내가 갖고 있는 성실함과 비전을 보여주고, 일이 없어지면 미련 없이 이 판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이다. ‘지옥’이 성공을 거뒀지만, 내게는 다음 작품이 더 중요하다. 그게 마지막이 된다면 그것을 받아들이려 한다.”
마지막으로 연상호 감독은 ‘지옥’ 시즌 2에 대한 힌트를 언급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그는 “하나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오프닝이 엄청나게 충격적이라는 것이다”라며 ‘지옥’ 시즌 2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지옥의 사자’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 더 나올 것 같다. 박정자(김신록)의 부활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틈틈이 ‘시연’과 관련해서도 이야기를 풀어갈 생각이다. 시연을 무마하려는 세력, 그로 인해 새로운 권력을 잡으려는 세력 역시 존재할 것이다. 그런 여러 갈등 속에서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지가 다음 시즌의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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