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옥’ 박정민 “원작과 다른 타협과 양보, 선택 있었을 것”

2021-12-02 18:21 위성주 기자
    “연상호 감독은 영화적 동지”
    “메시지 뚜렷한 작품 선호해”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배우 박정민을 만났다. 열흘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시청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시리즈 ‘지옥’에서 4~6화의 주인공을 맡아 오롯한 존재감을 뽐낸 박정민. 그는 지극히 평범한 만큼 자연스러운 생활연기를 펼쳐내며 시청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드라마 캐스팅도 전, 원작 웹툰에서부터 ‘지옥’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내고 있던 박정민. 그는 어떤 과정을 거쳐 드라마 ‘지옥’에 합류하게 됐을까.

드라마 '지옥' 배우 박정민. 사진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배우 박정민.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연출 연상호)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 현상이 발생하고, 혼란을 틈타 부흥한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박정민은 극 중 초자연적 현상으로 무너진 세상에서 살아가는 한 가족의 아빠 배영재를 연기했다. 배영재는 새진리회가 꺼림칙하지만 생계를 위해 그들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던 방송국 PD다. 그는 갓 태어난 자신의 아이에게 천사의 지옥행 고지가 내려지자 새진리회의 실체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배영재는 유아인이 연기한 정진수 의장의 대척점에 있는 캐릭터다. ‘지옥’의 세계관을 정진수가 만들었다면, 배영재는 그렇게 만들어진 세계관을 다시 한번 무너뜨리는 역할을 한다. 시리즈의 중심이자, 어쩌면 연상호 감독의 메시지 자체인 그에게선 우리네 모습이 엿보이는 생활 짜증부터 깊은 감동을 자아내는 부성애까지 담겨있었다.

드라마 '지옥' 스틸. 배우 박정민. 사진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스틸. 배우 박정민. 사진 넷플릭스

“1~3화에서 정진수 의장이 거대한 세계관을 만들고 퇴장을 한다. 배영재는 그렇게 만들어진 세계관에서 살아가던 평범한 한 사람이다. 그와 가족에게 생각지도 못한 불행이 닥쳤을 때, 어떻게 대처하고, 해결할 것인가. 어떤 감정이 들 것인가에 중점을 두고 캐릭터를 연구했다. 여느 누구와 다름 없는 평범한 직장인을 연기하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그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만 같은 사람으로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그런데 사실 대본에서는 배영재가 내 예상보다는 평면적인 인물이었다. 이 단면적이고 평면적인 인물을 어떻게 입체적으로 그려낼 수 있을까에 많은 고민이 있었다. 4~6화를 끌고 가야 하지 않나. 그래서 평소에 애드리브를 잘 하지도 않고, 즐기지도 않는데 이번에는 사실 많이 했다. 대사도 많이 만들어 갔다. 물론 추임새들이야 애드리브지만, 조금의 대사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었다.”

“자연스럽게 보이고 싶었다”는 박정민의 말마따나 화면 속 배영재의 얼굴은 누구보다 현실적이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생활 짜증이 묻어나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렀으며, 그의 짜증 섞인 표정이 밈(meme)이 돼 SNS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탁월한 연기로 박수를 부른 박정민이지만, ‘지옥’ 속 그의 자연스러움은 일종의 도전이었다. 연상호 감독이 구상하던 그림과 전혀 다른 결이었던 이유다.

드라마 '지옥' 촬영 현장. 배우 박정민. 사진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촬영 현장. 배우 박정민. 사진 넷플릭스

“감독님께서도 이미 밝히셨지만, 사실 감독님이 생각하던 배영재와 내가 연기한 것은 많이 달랐다. 본인 생각과 너무 다르게 연기해서 현장에서 많이 놀라셨던 것 같더라. 하지만 감독님은 곧 내 선택을 믿고 존중해주셨다. 연상호 감독은 내게 있어 일종의 영화적 동지다. 감독님의 입장은 모르겠다(웃음). 감독님이 나를 믿어주는 것이 느껴진다. 나의 관점과 의견을 존중해 주어서 연상호 감독과 작품을 할 때는 굉장히 편하다.”

연상호 감독에 대한 깊은 존경과 애정, 두터운 신뢰를 드러낸 박정민. 그는 연상호 감독뿐만 아니라 ‘지옥’ 자체에도 깊이 매료돼 있다. 그는 원작 웹툰에서부터 직접 추천사를 썼을 만큼 ‘지옥’의 팬이다. 허나 드라마 ‘지옥’은 원작과 다소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박정민은 그와 같은 차이에 대해 “영상화 하는 과정에서 여러 타협과 양보, 선택이 있었던 것 같다”며 소신을 밝혔다.

“그림을 보면서 하게 되는 독자들의 상상은 실제 배우들이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따라가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인물들이 나와서 연기하는 순간 보는 이의 상상력은 폭이 좁아진다. 그래서 원작에 비해 다소 축소되거나 편집된 부분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만화에서 느꼈던 감정을 시리즈를 통해 더 던져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묘한 불쾌함이랄까. 원작에는 들여다보기 싫은 인간의 본성이 담겼다. 그러한 불쾌함을 시리즈에서 더 보여줬다면 시청자가 되레 인정하기 어려워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더라.”

드라마 '지옥' 배우 박정민. 사진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배우 박정민. 사진 넷플릭스

마지막으로 박정민은 ‘지옥’ 시청 전 관람 포인트를 소개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더불어 그는 자신이 작품을 선택하는데 있어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에 대해서도 밝혔다.

“메시지가 뚜렷한 작품을 좋아한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분명한 작품을 선호하는 것 같다. 물론 그렇지 않은 작품도 했다. 하지만 연출자가 이 세상에 던지고 싶은 이야기를 도와주는 과정이 굉장히 뜻 깊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지옥’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그랬듯 이 작품을 쓴 사람들이 과연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가에 대해 고민해보시며 시청하지만, 보다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을 것 같다. ‘과연 나는 이 세계관과 크게 동떨어진 사람인가’하고 자문하면서 보신다면, 새로운 나를 발견하실 수 있을 것이다.”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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