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기획] 2021년 최고의 한국 독립∙예술 영화 5선

2021-12-07 14:35 위성주 기자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코로나 19 여파로 상업 영화들이 개봉을 미룬 이유일까. 2021년은 유독 독립∙예술 영화가 빛나는 한 해였다. 오늘날 청춘의 솔직한 이야기부터 가족이 해체되어가는 단상까지. 우리 삶의 다양한 모습이 담긴 2021년 최고의 독립∙예술 영화 5편을 소개한다.

# 십개월의 미래 – 당신이 몰랐던 엄마 되기의 두려움

영화 '십개월의 미래' 스틸.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영화 '십개월의 미래' 스틸.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영화 ‘십개월의 미래’(감독 남궁선)는 정신 차려보니 임신 10주, 인생 최대 혼돈과 맞닥뜨린 29살 프로그램 개발자 미래(최성은)의 십개월을 그렸다. 영화 ‘시동’, 드라마 ‘괴물’ 등으로 얼굴을 알린 배우 최성은의 첫 주연작으로, 남궁선 감독의 탁월한 연출 감각이 보는 이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영화는 고전적인 방식과 세련됨을 오가며 독특한 리듬으로 관객을 매료시킨다. 갑작스러운 임신에 여성이 마주하는 급격한 변화와 두려움이 있는 그대로 펼쳐졌으며, 현재를 살아가는 청춘과 여성의 고민이 가감 없이 들춰졌다. 영화는 20대 임산부가 만나게 되는 급격한 삶의 전환기를 그리면서도 위트와 품위를 잃지 않아 박수를 불렀다.

# 행복의 속도 – 조급한 우리 마음에 심어주는 한 송이 여유

영화 '행복의 속도' 스틸. 사진 (주)영화사 진진
영화 '행복의 속도' 스틸. 사진 (주)영화사 진진

다큐멘터리 영화 ‘행복의 속도’(감독 박혁지)는 일본 오제 국립공원에서 산장까지 짐을 배달하는 봇카로 일하는 이가라시와 이시타카의 일상을 통해 각자의 길 위에 놓인 모든 사람을 응원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세계 최대 규모 습지이자 ‘천상의 화원’으로 불리는 오제의 절경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으로, 하루하루 숨가쁘게만 살아가며 매일 스스로를 괴롭히는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과 인생의 아름다움을 전한다. 절로 경애심을 불러일으키는 오제의 풍경과 함께 흘러나오는 따뜻한 기타 음률이 그리움과 포근함을 자아낸다. 격변의 파도에 휩쓸려 삶의 방향이 어디로 향하는지도 알지 못하는 우리기에, 더디지만 확고하게 내딛는 봇카의 발걸음에 깊이 매료된다. 봇카의 삶과 마음, 자연과 발자국이 조급한 우리 마음에 한 송이 여유를 심는다.

# 로그 인 벨지움 – 모두가 앓던 정체성의 불안과 우울 들춰내기

영화 '로그 인 벨지움' 스틸. 사진 엣나인필름
영화 '로그 인 벨지움' 스틸. 사진 엣나인필름

영화 ‘로그 인 벨지움’(감독 유태오)은 팬데믹 선포로 벨기에 앤트워프 낯선 호텔에 고립된 배우 유태오가 가상 세계에서 진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기획과 각본, 연출, 편집, 음악 등 전 프로덕션 과정을 유태오가 직접 맡아 제작한 작품으로, 100% 스마트폰으로 촬영됐다. 세련된 카메라 기술은 없고, 깨끗한 화면도 없다. 화면 구도도 안정적이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그 인 벨지움’은 매력적이다. 외로움과 두려움, 혼란 속에서 내면을 파고드는 유태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관객 역시 스스로의 마음을 돌이켜보게 된다. 진솔한 태도로 자신을 직면해 피워내는 과거와의 대화가, 보는 이에게 묘한 울림과 공감을 선사한다. 스스로를 정형화하려던 시도를 넘어 유연히 나아가는 유태오를 따라 영화는 모두의 마음에 자리했던 멜랑콜리를 슬며시 닦아낸다.

# 정말 먼 곳 – 우리 사이 거리감 노래하는 짙은 詩

영화 '정말 먼 곳' 스틸. 사진 그린나래미디어(주)
영화 '정말 먼 곳' 스틸. 사진 그린나래미디어(주)

영화 ‘정말 먼 곳’(감독 박근영)은 자신만의 안식처를 찾은 진우(강길우)에게 뜻하지 않은 방문자가 도착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강원도 화천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영화라는 매체의 힘을 역력히 보여주는 작품으로, 여러 마음을 눌러 다음 충만한 시와 같이 풍성한 감정으로 관객의 마음에 짙은 여운을 전한다. 영화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감, 삶과 죽음, 불행과 행복에 이르기까지, 가까우면서도 먼 아이러니를 한데 담아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인공 조명이 최대한 배제된 영화의 찬란한 영상미는 섬세하면서도 부드럽게 보는 이에게 황홀함을 선사한다. 해질녘 침묵 속, 강가에 비춰진 사랑은 찰나의 순간 금빛으로 물들고, 행복의 고리가 멀리부터 다가와 관객의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 낫아웃 – 기울어진 사회 속 살아남으려는 소년의 몸부림

영화 '낫아웃' 포스터. 사진 kth, 판씨네마㈜
영화 '낫아웃' 스틸. 사진 kth, 판씨네마㈜

영화 ‘낫아웃’(감독 이정곤)은 프로야구 드래프트 선발에서 탈락하게 된 고교 야구부 유망주 광호(정재광)가 야구를 계속하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열아홉 소년의 찬란한 꿈과 좌절, 그 뒷이야기를 섬세한 눈길로 그려낸 작품으로, 광호를 연기한 정재광의 탁월한 표현력이 돋보인다. 영화는 체육계의 공공연한 비밀인 입시 비리부터 우리 사회의 기울어짐을 적나라하게 들춰냈다. 어지러운 현실과 어른들의 탁한 사정에 모든 것이 아름다워도 부족할 광호의 오늘을 까맣게 물들인다. 광호의 혼란과 두려움, 불안과 좌절, 하염없이 늪으로 빠져들어가는 그릇된 선택이 보는 이로 하여금 지난날의 청춘을 돌아보게 한다. 열아홉 소년의 절박함과 분출하는 에너지가 스크린을 넘어 관객의 마음을 절절하게 한다.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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