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비상선언’ 또 개봉 연기…극장가 눈치 싸움만 정답일까

2021-12-15 10:57 위성주 기자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완화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 19 확산세로 2022년 1월 극장 개봉을 확정했던 영화 ‘비상선언’이 다시 한번 개봉을 연기했다. 하지만 영화와 극장을 위해 개봉 연기만이 정답일지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영화 '비상선언' 포스터. 사진 쇼박스
영화 '비상선언' 포스터. 사진 쇼박스

코로나 19 확산세가 멈추지 않고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0시부터 밤 9시까지 전국 5808명이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아 동 시간대 일일 역대 최다 기록을 갱신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에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조치를 시행하고자 한다”고 보름간 시행해왔던 단계적 일상 회복의 중단을 시사하기도 했다.

강화된 방역 조치의 구체적 내용과 일정은 오는 17일 발표되고, 연말까지 2주간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6명인 수도권 사적모임 허용 인원을 4명으로 축소하고, 시간 제한 없이 운영되는 식당과 카페, 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을 밤 12시 또는 밤 10시 등으로 단축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15일 오전 영화 배급사 쇼박스가 배우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임시완이 주연을 맡은 재난 영화 ‘비상선언’(감독 한재림)의 개봉 연기 소식을 다시 한번 전했다. 쇼박스 측은 “오는 1월 새해를 여는 영화로 ‘비상선언’을 선보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이어왔다”며 “영화가 가장 빛날 수 있는 공간은 극장이다. 극장을 찾는 많은 분들의 발걸음이 조금 더 가벼워질 수 있을 때 관객 여러분을 찾아가겠다”고 극장이 정상화될 시점까지 영화의 개봉을 늦추겠다는 의사를 넌지시 밝혔다.

영화 ‘비상선언’은 2020년 5월 촬영을 시작해 10월 크랭크업했던 작품이다. 순제작비만 245억원 이상 투입된 대규모 블록버스터로, 사상 초유의 재난 상황에 직면에 무조건적인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를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CGV 전경. 사진 맥스무비
CGV 전경. 사진 맥스무비

‘비상선언’의 개봉 연기로 개봉을 확정했던 여타 영화들까지 다시 한번 개봉 연기 눈치 싸움을 시작하게 됐다. 모두가 어려웠던 202년과 2021년을 지나 2022년 새해에는 대작들이 포문을 열어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길 희망했지만, 늘어만 가는 코로나 19 확산세에 주춤할 수밖에 없어 영화 관계자들의 마음엔 다시금 먹구름이 꼈다.

하지만 개봉 연기만이 코로나 19라는 고난의 시기를 버텨내는 유일한 방법 일지는 다시 한번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텐트폴 영화들이 코로나 19 확산 문제를 거론하며 개봉을 미루는 만큼 극장을 찾는 관객의 발걸음은 줄었다. 텐트폴 영화들이 받쳐주던 시장규모는 완전히 주저 앉아버렸다. 그동안 잠시 지나가는 소나기로 여겨 개봉을 미뤘겠지만, 이제는 비를 피하던 지붕 자체가 무너질 판이다.

대규모 영화들이 자리를 비울 때는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 19 전에는 자본에 밀려 소외됐던 작은 영화들이 극장가를 근근이 먹여 살렸다. 봉준호 감독에게 극찬을 받으며 2020년 영화계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남매의 여름밤’을 비롯해 올해 청룡영화상을 휩쓴 ‘세자매’ 등 다양한 독립, 예술 영화가 쏟아지며 텐트폴 영화들의 빈자리를 채웠다. 그동안 붐비는 극장가에서 수혜를 입은 것은 대형 배급사들이었지만, 정작 고난의 시기에 적극적으로 고통을 분담하며 책임을 다 했는지는 의문이다.

한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개봉해 활력을 돋우기도 했지만, 결국 바통을 이어받을 이렇다 할 신작이 없으니 위드 코로나 시행 후에도 관객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코로나 19 대응 방안으로 대규모 상업 영화 중 코로나 19를 피해 극장과 OTT 플랫폼에서 동시 개봉하거나 아주 OTT 플랫폼에서만 공개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SF 영화 ‘승리호’와 ‘서복’이 그렇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 사진 CJENM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 사진 CJENM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화제가 됐던 영화는 되레 위험을 무릅쓰고 극장 개봉을 고수한 작품들이었다. 2020년에는 CJENM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희망을 줬으며, NEW의 ‘반도’ 역시 380만 관객을 기록하며 시장을 견인했다. 올해는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모가디슈’가 360만 관객을 기록하며 한국 블록버스터 영화의 힘을 증명했다. 쇼박스 역시 '싱크홀'로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어려운 시기, 관객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선물하기도 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개봉 시기가 아니라는 의미다. 여전한 코로나 19에 극장 방문을 꺼리는 관객이 많지만, 이제 많은 관객들은 극장이 위험한 공간이 아님을 인지하고 있다. 좌석간 거리두기와 백신패스 등 극장의 방역 대책도 철저할 뿐더러 현재는 취식이 불가해 마스크도 내리지 않아 카페나 식당에 비해 불안할 이유가 없다. 최근 코로나 19 확진자의 급증에도 올해 최고의 예매율을 보이고 있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그 반증이다.

코로나 19가 약화됐을 때, 극장에 관객의 발걸음이 잦을 때 개봉한다는 것은 참 이상적이다. 비단 극장 뿐만 아니라 코로나 19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모두의 꿈일 터다. 하지만 코로나 19가 여전히 우리 곁에 있는 동안 산업을 유지되고, 구성원들이 버텨내기 위해선 그동안 수혜를 입었던 이들의 보다 많은 희생과 노력이 필요하다. 관객이 극장을 다시 찾고 싶어하는 마음에 불씨를 피우려면, 단순히 개봉 시기를 늦추는 방식보단 ‘좋은 작품’과 의연함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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