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2021년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 비록 코로나 19로 힘겨운 나날이었던 올해였지만, 아름다운 선율을 뽐내준 작품들이 잠시나마 관객에게 위로를 건네며 극장가에 숨통을 틔워주곤 했다. 힘겨웠던 올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내일을 희망하며, 2021년을 빛내준 해외 예술·독립 영화 BEST 5를 꼽아봤다.
# 더 파더 – 위대한 안소니 홉킨스가 전하는 격정의 파도

영화 ‘더 파더’(감독 플로리안 젤러)는 완벽하다고 믿었던 일상을 보내던 노인 안소니(안소니 홉킨스)의 기억에 혼란이 찾아오고, 완전했던 그의 세상에 균열이 일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메가폰을 잡았던 플로리안 젤러 감독이 집필한 동명의 뮤지컬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안소니 홉킨스는 그야말로 경이로운 감상을 남기는 연기를 선보이며 박수를 불렀다. 극 중 안소니는 엇나가기 시작하는 기억으로 일상에 혼란과 불안을 겪는데, 섬세하게 흔들리는 눈빛부터 스스로에 대한 의심, 타인에 대한 집착까지 보는 이로 하여금 인물의 심리를 공감하길 넘어 체험토록 한다. 영화는 단숨에 관객을 압도하며 관객은 그가 그려낸 격정의 파도에 휩쓸리게 된다.
# 그린 나이트 – 지적 허영심 충족시켜주는 매혹적 판타지의 짜릿함

영화 ‘그린 나이트’(감독 데이빗 로워리)는 중세 고전 판타지 ‘가웨인 경과 녹색 기사’를 원작으로, 가웨인 경과 녹색 기사의 명예를 건 목 베기 게임과 다섯 개의 관문을 거치며 만나게 되는 거대한 여정을 그렸다. 원탁의 기사 가웨인 경의 모험을 통해 인간의 번민과 번뇌, 오욕과 칠정을 다루며 삶에 대한 깊이 있는 물음을 던지는 작품으로, 러닝타임 130분을 가득 채우는 매혹적인 미장센이 일품이다. 대사부터 인물의 동선, 캐릭터, 소품에 이르기까지 무엇 하나 허투루 쓰이는 것 없이 다양한 메타포를 갖는다. 판타지를 사랑하는 관객의 지적 허영심을 충족시키며 약간의 카타르시스마저 자아낸다. 다채로운 조명과 색감은 신비롭다가도 잔혹한 감상을 자아내고, 나약한 인간 가웨인이 기사도의 덕목을 고수하며 마주하는 온갖 갈등에 보는 이 역시 자신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된다.
# 라스트 듀얼 – 리들리 스콧 감독 영상미 더해진 새로운 ‘라쇼몽’

영화 ‘라스트 듀얼’(감독 리들리 스콧)은 결투의 승패로 승자가 정의되는 야만의 시대, 권력과 명예를 위해 서로를 겨눈 두 남자와 단 하나의 진실을 위해 목숨을 건 한 여인의 충격적인 실화를 다뤘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작품 ‘라쇼몽’(1950)을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새롭게 그린듯한 작품이다. ‘라쇼몽’과 같이 ‘라스트 듀얼’은 올곧게 바라보고 있다고 여기던 세상이 실상 얼마나 왜곡돼 있었는지 깨닫게 한다. 진정한 피해자의 목소리를 어느새 묵살되고, 각자의 이기심과 욕망에 의해 진실은 무너진다. 깊이 있는 메시지와 함께 리들리 스콧 감독 특유의 화려한 영상미가 빛나는데, 한없이 잔인하면서도 장엄한 감상을 남기는 전투 장면은 그야말로 영화의 백미다.
# 드라이브 마이 카 – 내면 파고드는 기묘한 흡입력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감독 하마구치 류스케)는 죽은 아내에 대한 상처를 가진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와 전속 드라이버 미사키(미우라 토코)의 이야기를 그렸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에 쓰인 동명의 단편을 원작으로, 지난 제74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영화는 기묘한 분위기와 대사의 힘만으로 179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끌고 나간다. 현상의 이면과 인물의 내면을 집요하게 파고들다 결국 핵심을 찌르고야 마는 대사가 영화 속 캐릭터를 넘어 관객의 마음까지 휘감는다. 특히 영화는 안톤 체호프의 희곡 ‘바냐 아저씨’를 추진력 삼아 이야기를 더하는데, 이를 통해 영화는 보편성이 더해지고 절정에 이르러 동시대성을 확보게 된다.
# 프렌치 디스패치 – 모든 프레임이 아름답게 빛나는 예술 작품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감독 웨스 앤더슨)는 갑작스럽게 마지막 발행본을 준비하게 된 매거진 프렌치 디스패치의 최정예 저널리스트들이 취재한 4개의 특종을 담았다. 20세기 프랑스의 한 가상 도시를 배경으로, 그곳에서 발행되는 미국 잡지 프렌치 디스패치와 기자들의 기사가 내용이다. 영화는 프레임 단위로 모든 화면을 정교하게 짜내며 시각적인 쾌감을 넘어 일종의 충격을 선사했다. 웨스 앤더슨 감독 특유의 파스텔 톤 색감과 아름다운 미장센이 여지 없이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야기 전반을 이루는 블랙 코미디는 유쾌하고, 기저에 깔린 위트는 고약해 깊은 인상을 남긴다. 기발한 세트 구성과 화면, 구도는 박수를 부르고, 개성 넘치는 리듬감은 관객의 세포를 일깨운다. 흑백과 컬러를 오가는 신선한 화면과 도발적이고 실험적인 연출이 카타르시스를 자아내고, 놀라울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비주얼적 아름다움이 경탄을 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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