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 출연한 배우 오영수가 제97회 미국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TV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한편 지난 9일 개최된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인종차별 논란으로 초라한 행색을 보였다.

‘깐부 할아버지’로 이름을 알린 배우 오영수(78)가 지난 9일 제97회 미국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TV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오영수와 함께 경쟁했던 배우는 ‘석세션’의 키에라 컬킨, ‘더 모닝쇼’의 빌리 크루덥, 마크 듀플라스, ‘테드 라소’의 브렛 골드스타인 등으로, 모두 미국 드라마에 출연한 백인 배우다.
이날 오영수는 넷플릭스를 통해 “우리 문화의 향기를 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슴 깊이 안고, 세계의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며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수상 소식을 듣고 생애 처음으로 내가 나에게 ‘괜찮은 놈이야’라고 말했다”며 “이제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니고 ‘우리 속의 세계’”라고 심경을 밝혔다.
오영수는 1944년생으로, 1967년 극단 광장에서 연기를 시작해 1987년부터 23년간 국립극단 단원으로 활동했다. 수십 년에 걸쳐 무대에 올랐으며, 1979년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 1994년 백상예술대상 남자연기상 등을 수상했다. TV나 영화에는 얼굴을 자주 비치지 않아 대중적 인지도는 높지 않았으나, 출중한 내공 덕분에 등장할 때마다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한편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유례없는 논란에 휩싸이며 초라한 모습으로 행사를 치렀다. 미국 CNN은 올해 골든 글로브 시상식을 향해 “열리기는 했지만 열리지 않았다”며 조롱적 어조가 담긴 평을 보냈다. 시상식을 중계하는 방송사도,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도, 레드카펫도 없었던 이유다. 수상 결과는 골든 글로브 공식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기생충’이 전 세계를 휩쓸 2020년 초까지만 해도 화려했던 골든 글로브 시상식이 이처럼 ‘폭망’한 이유는 다름아닌 인종차별과 다양성 논란이었다. 시상식을 주관하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의 모든 구성원이 백인으로만 이뤄졌던 사실이 현지에서 알려졌으며, 이는 지난해 시상식에서도 흑인이 참여한 작품이 작품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과 관련해 큰 파문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더불어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지난해 미국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미나리’를 외국어영화상으로 분류하며 스스로의 위상을 더욱 실추시켰다. 미국에서 촬영했으며, 미국인 감독이 연출을 맡고, 미국 자본으로 영화를 제작한데다 이야기 역시 미국 이민자의 이야기임에도, 골든 글로브는 ‘미나리’가 한국어 대사가 절반 이상이라는 이유만으로 외국어영화로 분류했다.
이 같은 논란에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과 제작사, 배급사들은 골든 글로브 시상식을 보이콧했다. 1993년부터 시상식을 중계했던 NBC는 이미 지난해 5월 올해 시상식 생중계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고, 톰 크루즈는 수상했던 트로피를 반납하며 보이콧에 참여했다. 이 외 스칼렛 요한슨, 마크 러팔로, 등 할리우드 배우들과 넷플릭스, 워너브러더스, HBO 등 메이저 배급사, 제작사도 함께했다. 오영수와 이정재를 비롯한 ‘오징어 게임’ 팀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양대 시상식 중 하나인 골든 글로브의 위상이 추락한 만큼 아카데미 시상식을 향한 기대와 관심은 더욱 뜨거워가고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지난 몇 년간 다양성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했으며, 다수의 유색인종 수상자들이 시상식을 빛내왔다.
특히 오영수의 골든 글로브 남우조연상 수상은 아카데미 시상식을 향한 기대를 더욱 높였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전초전이라 불렸던 골든 글로브 시상식인 만큼,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오영수의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조연상 수상을 미리 점치기도 했다.

더불어 일본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역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을 장식할 작품으로 거론되고 있다. 영화는 지난 9일 제56회 전미비평가협회상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는데, 전미비평가협회상은 골든 글로브와 함께 아카데미 시상식의 향방을 엿볼 수 잇는 시상식으로 거론돼 왔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역시 전미비평가협회상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작품상을 거머쥐었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봉준호 감독이 열렬히 지지하는 일본의 젊은 천재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의 신작이다. 그는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했으며, 또 다른 작품 ‘우연과 상상’으로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해 암흑기에 빠진 일본 영화계를 살릴 젊은 거장으로 불리고 있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오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다수 부문 후보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집필한 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2014) 속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연극 배우이자 연출가인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의 이야기를 그렸다.
올해 개최될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2월 8일 후보를 발표하고, 3월 27일 시상식이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