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인터뷰] ‘킹메이커’ 변성현 감독이 던지는 사회 향한 질문

2022-01-28 12:41 위성주 기자
    “정의에 대한 질문 점점 희박해져”
    “김운범, 설경구 배우만이 해낼 수 있었던 캐릭터”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영화 ‘킹메이커’를 연출한 변성현 감독을 만났다. 영화를 통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질문을 던지고, 보는 이에게 다양한 고민거리를 안긴 변성현 감독. 그는 어떤 이유로 정의에 대해 묻고자 했을까.

영화 '킹메이커' 변성현 감독.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영화 '킹메이커' 변성현 감독.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영화 ‘킹메이커’(감독 변성현)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정치인 김운범(설경구)과 존재도 이름도 숨겨진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가 치열한 선거판에 뛰어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야사로만 전해져 내려오는 그의 숨겨진 선거 전략가를 모티브로, 영화적 상상력이 가미돼 만들어진 작품이다.

현재 차기작 작업 중으로 알고 있다. 새해부터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인데, 개봉 소감이 어떤가

= 말씀대로 차기작 열심히 작업 중이다. 오늘도 촬영하다가 강원도에서 지금 막 올라왔다. 예전에 개봉했어야 할 영화가 이제야 극장에 걸려 의도치 않게 많은 일들을 병행하고 있다. 일단 개봉해서 기분이 굉장히 좋다. 다만 시기적으로 어려운 때라 아쉬움이 있긴 하다. 그럼에도 공들여 찍었던 작품을 많은 분들께 선보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분이 좋다.

‘킹메이커’는 정의에 대한 질문이 도드라진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질문이기도 한데, 이런 고민은 언제부터, 왜 하게 됐었나

= 물론 나 역시 정의를 위해 사회에 크게 이바지한 것은 없지만, 옳다고 여겨지는 것들에 대해 열심히 따라가려 했던 것 같다. 그런 와중 ‘이건 좀 치사하지 않나?’하는 일련의 사건들을 만났고, 어느 정도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래서 이런 물음을 시작했고, 물음을 그려낼 수 있는 소재와 인물, 장르를 그 다음으로 찾았다. 그런데 사실 우리 사회가 정의에 대한 고민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는 것 같다. 오히려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쓰던 때가 정의에 대해 많은 질문들이 있던 것 같아 아쉽다.

영화 '킹메이커' 촬영 현장. 배우 설경구, 변성현 감독.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영화 '킹메이커' 촬영 현장. 배우 설경구, 변성현 감독.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조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연출이 눈에 띈다

= 조명으로 많은 것을 표현하고자 했다. 빛과 그림자, 욕망과 신념 등을 그리려 했다. 어두움이 부정적인 이미지로 활용되고, 빛은 긍정적으로 그려지곤 하는데, 이번 작품에서 빛은 욕망의 표현이기도 했다. 창대가 욕망을 드러낼 때 빛이 그의 얼굴에 비춰지기도 한다. 그런 여러 의미를 담아 조명을 활용하려 했다.

조명을 활용하는 것 외 연출에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 영화에는 늘 시대든 상황이든 설명하는 캐릭터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그런 인물 등을 빼고 배경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특히 1960~70년대 이야기고, 정치와 역사에 관심이 없는 분들은 당시가 충분히 낯설 수 있었다. 그래서 사전 정보 없이도 그런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담을 넣기도 하고, 여러 스틸 컷을 넣기도 했다. 우리 영화에도 설명을 위한 캐릭터가 아예 없지는 않지만, 최대한 빼기 위해 공을 많이 들였다.

영화의 결말을 보면 정의에 대한 질문을 던지되, 답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것 같기도 하다

= 그렇게 느꼈다면, 그것은 아마 보시는 분의 정답이 투영된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 영화의 질문에 대해 아직 답을 내리지 못했다. 나는 마지막까지 질문에 대한 답을 명확히 주려 하지 않았다. 굳이 생각해본다면, 운범의 신념이 보다 정의에 가깝다고 여기지만, ‘과연 그럴까?’하는 의문이 남는다. 그런 생각에 기반해 결말부를 그렸다.

영화 '킹메이커' 촬영 현장. 배우 이선균, 변성현 감독.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영화 '킹메이커' 촬영 현장. 배우 이선균, 변성현 감독.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김운범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한 캐릭터다. 사실 설경구 배우와 이미지가 크게 겹치지 않는데, 설경구 배우를 고집한 이유는 무엇인가

= 주변에서도 그 이야기를 많이 했다. 하지만 나는 설경구 배우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얼굴이 많이 닮지도 않았고, 분위기도 달랐지만, 설경구라는 배우라면 이 역할을 해낼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어떤 의미로 보면, 서창대에 비해 김운범은 욕망을 드러내지도 않고, 평면적이다. 그런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연기할 수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몇 없다. 그 중 하나가 설경구 배우였고, 마침 당시 ‘불한당’으로 작품을 함께 하고 있었기에 제의를 드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정치 드라마로 비춰지지 않았으면 한다는 희망이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김운범의 모티브가 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상징성이나, 영화의 성격 상 정치 드라마로 안보긴 어렵지 않겠나

= 정치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니 그런 생각이 안들 수는 없을 것 같다. 사실 그런데 이게 2년 전에 코로나 없이 개봉했다면, 그리고 지금과 같은 대선 시국이 아니었다면 좀 더 편하게 보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정치 흐름에 동조하거나, 선전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정치 드라마로 비춰지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을 강조했었다.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그저 재미있는 상업 영화로 봐 주셨으면 한다. 빠르게 잊혀지기 보다 서서히 잊혀지고, 약간의 의미도 찾을 수 있는 영화. 영화가 묻는 질문을 스스로나 누군가에게 할 수 있는 그런 작품으로 바라봐 주셨으면 한다.

​영화 '킹메이커' 변성현 감독.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영화 '킹메이커' 변성현 감독.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마지막으로 현재 찍고 있는 차기작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면

= 현재 ‘길복순’이라는 작품을 찍고 있다. 넷플릭스 영화고, 내가 너무나도 함께 하고 싶었던 배우인 전도연 선배와 함께 작업을 하고 있다. 전도연 배우에게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시나리오 자체가 전도연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역시나 내게는 이제 파트너라고도 할 수 있는 설경구 배우 역시 출연한다. 액션 영화지만, 액션 영화로 안 봐주셨으면 하는 영화다(웃음). ‘불한당’도 느와르지만 멜로였으면 좋겠고, ‘킹메이커’도 정치 드라마지만 그렇게 안 비춰졌으면 했던 것처럼, ‘길복순’도 액션이지만 액션으로만 비춰지지는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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