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무비= 맥스무비취재팀 기자] 사랑과 이별, 남겨진 이와 떠나가는 이, 그들을 바라보는 또 다른 누군가. 영화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은 지난한 삶 속 희망이 되기도 하고 절망을 주기도 하는 ‘사랑’에 대해 묻는다. 우리네 인생과 같이 결코 해피엔딩만은 아닌 영화 ‘우리가 사랑이라도 믿는 것’.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윌리엄 니콜슨 감독은 “자신을 용서하면 타인을 사랑할 수 있다”며 영화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용서와 사랑에 대해 말한다.

영화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감독 윌리엄 니콜슨)은 가족의 갑작스러운 이별로 감정적 혼란을 겪는 이들의 마음을 그렸다. 영화 ‘레미제라블’, ‘글레디에이터’ 등의 각본을 집필한 윌리엄 니콜슨이 연출을 맡은 작품으로, 그는 자신의 실제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영화의 시나리오를 완성했단다.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라고 들었다. 어떻게 영화를 기획하게 됐나
= 이 영화는 한 부부, 내 부모의 이야기다. 두 사람은 많은 부부가 그러하듯 상대방의 진정한 모습을 잘못 아는 실수를 범했다. 그들은 자신의 바람을 배우자에게 투영했고, 상대방의 바람에 부응하고자 했다. 이런 상황은 참담한 결과를 초래한다. 영화 속에서도 부부의 결혼생활은 결국 실패한다.
그래서 영화는 아들의 눈을 통해 부모를 바라보며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말하고자 했다. 그것은 바로 정직이다. 나는 정직해야만 진정한 사랑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영화의 결말에서는 세 인물 모두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조금 더 생기게 되고, 관객 역시 그러하길 바랐다.

사랑을 했고, 이별을 경험한 이들에게 공감을 주는 이야기더라. 헌데 떠나간 이의 내면보단 남아 있는 그레이스(아네트 베닝)의 심리에 초점을 맞춘 것 같던데
= 어떤 의미에서 에드워드(빌 나이)의 감정적 격동은 자신이 그레이스가 원하던 남자가 아니고, 앞으로도 될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순간 끝난 셈이다. 그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파트너를 찾았다. 그레이스는 쓰라린 상처와 함께 홀로 남겠지만, 상처를 치유할 방법을 스스로 찾는 수밖에 없다.
다만 내가 영화의 결말을 그리며 전하고 싶었던 것은 그레이스가 큰 고통을 겪었지만 최악의 상황을 딛고 일어서 홀로 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었다. 난 누구든 홀로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결국에는 우리 모두 혼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을 인정해야만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반 농담 삼아 결혼을 유지하는 것은 사랑이 아닌 의리와 우정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감독이 생각하는 결혼은 무엇인가
= 그건 농담이 아니라 지혜다. 남편과 아내는 마치 사업을 같이 운영하듯 파트너적 관계여야 한다. 상대방에게 많이 실망해도 참아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결혼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곤 한다. 하지만 나의 모든 요구를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자상하고 충실한 사람과 함께 사는 것은 언제나 큰 힘이 된다. 의리와 우정에 덧붙여 내가 추가하고 싶은 것은 감사한 마음이다.

아네트 베닝과 빌 나이라는 배우들의 캐스팅은 더 없이 완벽했다. 이들과 함께한 이유는 무엇이고 소감이 어떤가
= 빌 나이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는 감정을 억누르는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영국 최고의 배우다. 감정을 숨기는 연기 장인이다. 한편 아네트 베닝은 미국 배우라 조금 의외의 선택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의 20세기’에서의 멋진 연기를 보고나니, 그가 진솔한 연기를 해줄 것이라 믿었다. 그레이스 역으로 철저히 무너지는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다만 그가 받아들여줄지, 영국식 악센트로 연기할 수 있을지 우려가 됐지만, 감사하게도 역할을 흔쾌히 수락해줬고, 영국 악센트 역시 훌륭히 소화했다.
어쩌면 영화가 사랑 자체보다는 우리의 삶 속 고난과 아픔, 좌절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그렸다는 생각이 들더라. 영화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바에 대해 말해달라
= 젊을 때는 자신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사랑이 어렵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점점 자신을 알게 되고, 스스로 두려워했던 것과 달리 잘 살아갈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우리 중 누구도 완벽하지 않으니 사랑하는 사람에게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매년 시간이 지날수록 삶은 더 나아진다는 것을 믿길 바란다. 나이가 들면 자신과 타인에게 연민을 갖는 법을 배우게 된다. 언젠가는 자신을 너그럽게 용서하게 된다. 그러면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다.
영화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은 24일 극장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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