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후로도 역할과 책임에 대한 고민 지속될 것” “소년범죄가 갖고 있는 근본적 문제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기”
[맥스무비= 맥스무비취재팀 기자] 등장만으로 모두를 압도하는 배우 김혜수가 이번에는 법복을 입었다. 소년범을 혐오하는 소년판사 심은석으로 등장해 단순한 재미에 머무는 것이 아닌 우리 사회를 향한 진실된 물음을 던진 김혜수. 그가 ‘소년심판’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여전한 코로나 19로 직접 만나진 못했지만 온라인으로나마 김혜수를 만나 작품과 우리 사회, 어른들의 역할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연출 홍종찬, 극본 김민석)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김혜수)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소년범죄와 이를 담당하는 판사들의 각기 다른 신념을 그렸다. 김혜수는 극 중 심은석을 연기하며 소년범을 향한 날카로운 눈빛을 드러내다가도 어떤 치우침도, 선입견도 없이 사건을 바라보는 공정함으로 모두를 놀라게 하기도 한다. 그동안 봐왔던 어느 캐릭터와도 다른, 여러 감정의 뒤얽힘이 섞인듯한 캐릭터 심은석. 김혜수는 심은석을 어떤 방향으로 그리고자 했던 것일까.
“심은석을 구축할 때 가장 중요했던 것은 끔찍한 범죄를 혐오하고, 소년범을, 가해자를 혐오하지만 법조인으로서 판결을 가장 냉철하게 내리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법 테두리 안에서 본인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려는 것이 혐오와 공존하는 캐릭터다. 이는 소년범을 이해하려는 것이라기보다 사건에 대해 얼마나 냉철하게 판결을 집행하는지가 중요한 것이었다.
‘나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라는 대사로 이 캐릭터가 시작하는데, 그가 갖고 있는 이런 이중적인 태도가 작품의 주제와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이다. 이야기를 지나오며 심은석은 판사로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성장한다. 그를 연기했던 나도 성장했고, 작품을 만난 시청자들 역시 변화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바로 이런 부분이다. 범죄를 혐오하고, 가해자를 미워하지만, 사회 구성원으로서 나의 태도, 책임, 역할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화두를 심은석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던져준다.”

김혜수의 말마따나 ‘소년심판’은 보는 이에게 다양한 고민을 안긴다. 그저 끔찍하게만 여겨오고 분노하기 급급했던 지난 시간들을 반성하게 하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논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게 했다. 이에 김혜수는 “이 작품은 소년범죄가 사회의 어느 한 부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며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진심에 대해 털어놨다.
“이 작품을 만나기 전, 소년범죄에 대해 나름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자만했다. 그러나 내 관심은 그저 어떤 현상에 대한 분노와 슬픔, 안타까움 정도에 그친 것이었다. 지극히 감정적인 것에 머물렀다. 내 인식은 편협했고, 감정적 동요를 관심으로 착각했다. 그러나 ‘소년심판’을 만난 이후로 인식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소년범죄와 가해자들에게 단순히 비난하고, 감정을 내세우기만 할 것이 아니라, 이런 사회적 현상이 어떤 근본적인 문제를 품고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했다.
‘소년심판’은 바로 그런 작품이었다. 우리에게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작품. 그래서 꼭 출연하려 하기도 했다. 감정적 설득 없이, 끝까지 예민하게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려는 ‘소년심판’의 태도가 정말 좋았다. 소년범과 피해자, 판사, 어느 한 쪽의 입장에 치우침 없이 전하는 이야기, 인력이 한없이 부족한 법조계의 현실, 소년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관련된 많은 분들의 노력이 담긴 부분들을 제대로 전하고 싶었다.”

작품이 전하는 진실된 메시지가 시청자들에게 닿기를 바랐던 김혜수. 그의 진심 어린 태도 덕분이었을지 ‘소년심판’은 공개 후 열렬한 호응에 힘입어 국내 넷플릭스 시청 순위 1위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고 있다. 이에 김혜수는 단순한 흥행의 문제가 아닌 ‘소년심판’의 성공이 갖는 의미에 대해 언급하며 선배 연기자로서, 사회를 이끌어가는 어른으로서 갖는 진중한 태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으론 이렇게 예민한 소재의 작품이 계속 나오기 위해서라도 ‘소년심판’이 잘 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다. 드라마는 여러 순기능이 있다. 이런 작품이 제대로 해내고, 시청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래야 단순히 재미로만 소모될 드라마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의미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작품들이 계속해 나올 수 있지 않은가. 이 작품은 사람들이 봐야 할 이유가 너무나 명확하다.
극 중 심은석의 대사 중 ‘오늘의 판결은 소년들에게 내리지만, 판결의 무게는 보호자들이 함께 느껴야 한다’는 것이 있다. 이 드라마가 단순히 재미만을 주는 것을 넘어 우리 모두가 책임을 느끼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을 줄 수 있길 기대한다. 나뿐만 아니라 작가와 연출자, 스태프, 배우들이 모두 한 마음으로 가장 바란 것이 그것이다. 작품의 메시지가 가슴에 닿아서 정말 한번쯤 어른들의 관심과 역할,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김혜수는 “이번 작품이 어떤 때보다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많았다. 그것이 너무 감사했다. 이 작품의 메시지가 이렇게 다시 한번 환기되고 폭넓게 관심을 얻게 되길 바란다”고 ‘소년심판’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진심과 작품의 메시지를 다시 한번 당부했다.
“극 중 여러 대사가 마음을 울렸다. 심은석의 ‘오늘 판결을 떠나 지금 이자리 과연 나는 몇 명의 희생을 밟고 서 있는가’와 차태주의 ‘누구나 소년범을 비난한다. 그러나 소년범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판사밖에 없다’를 비롯해 나근희의 ‘미안합니다. 어른으로서’ 등 이런 대사들에서는 엄청난 무게감이 느껴진다.
이는 단순히 판사의 역할이나 신념에 머무는 대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의 태도와도 관계가 있는 대사들이다. 소년범죄가 누군가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님을,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임을 말하는 것이다. ‘소년심판’에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른으로서 우리가 지녀야 할 마음과 태도가 함축됐다.
나는 언제나 작품마다 최선을 다해 집중하려고 노력해왔다. 그리고 작품이 끝나면 그것으로 딱 끝이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조금 다르다. 이를 통해 변화된 인식들, 역할과 책임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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