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젊은 연기파 배우 둘이 있다. 최근 영화 ‘더 배트맨’에서 주연을 맡아 국내 관객들에게 다시 한번 얼굴을 각인 시킨 로버트 패틴슨과 영화 ‘스펜서’의 주연을 맡아 오는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크리스틴 스튜어트다. 허나 이들도 처음부터 연기력을 주목 받았던 것은 아니다. 되레 발연기라 조롱을 받았던 것에 가까웠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발연기 커플에서 이제는 출중한 연기판 배우로 발돋움한 두 배우. 환골탈태라 보아도 무방한 두 사람의 작품 활동을 짚어봤다.

2008년 전 세계 10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영화 ‘트와일라잇’. 영화의 주인공을 연기했던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로버트 패틴슨은 극 중 연인일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사랑하고 있었던 할리우드 대표 커플이었다.
허나 작품의 성공과 사랑 모두를 쟁취했던 두 사람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작품의 완성도가 낮은 탓이었던지, 아직 덜 여물었던 두 사람의 내공 때문이었는지, 두 배우 모두 ‘발연기’ 구설수에 올랐던 것.
이제는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로 이름을 날리고 있기에 상상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당시 스크린에 등장했던 두 사람의 표정은 어색하고, 경직돼 있었다. 2012년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마지막 ‘브레이킹 던 part2’가 개봉할 때까지 두 사람의 연기력에 대한 평가는 나아지지 못했다.
두 배우는 서로를 떠나간 이후에야 연기적 측면에서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받기 시작했다. 일과 사랑 모두를 쟁취했던 둘이지만, 어느 하나를 포기해야 또 다른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고도 우리네 인생과 맞닿은 듯 하다.

먼저 로버트 패틴슨의 성과가 눈에 띄었다. 그는 ‘브레이킹 던part2’ 이후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코스모폴리스’(2012)에 출연해 작가주의 감독의 주연 역시 충분히 맡을 수 있음을 입증했다. 단순히 십대 관객들의 우상이나 아이돌 쯤으로 여겨졌던 그에게 ‘코스모폴리스’는 터닝 포인트가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로버트 패틴슨은 꾸준히 작가주의 감독의 작품이나 인디 영화를 찾으며 연기 내공을 쌓아갔다. 당시 할리우드 대표 청춘 스타의 반열에 올라 단숨에 인지도가 하늘을 찔렀던 것을 모두 포기하는 결정이었지만, ‘발연기’라는 오명을 씻겠다는 그의 의지가 모든 불안정함을 덮었던 듯 하다.
결과적으로 그의 결단은 단순한 하이틴 스타로 머물 수 있었던 로버트 패틴슨의 이름을 연기파 배우로 격상시키는데 성공했다. ‘코스모폴리스’ 이후 ‘더 로버’, ‘라이프’, ‘퀸 오브 데저트’ 등을 거쳤던 그는 사프디 형제의 영화 ‘굿타임’(2017)의 주연을 맡아 2017년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까지 했다.

그렇게 전(前) 남친 로버트 패틴슨이 연기파 배우로서 입지를 다져갈 때, 크리스틴 스튜어트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호평을 많이 받았지만 다소 상복이 없었던 로버트 패틴슨과 달리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2014년 영화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에 출연해 제50회 전미 비평가 협회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는 등 단숨에 평단의 평가를 뒤집었다.
덕분인지 몰라도 그는 로버트 패틴슨에 비해선 다소 상업적인 작품에도 자주 출연했다. 영화 ‘스틸 앨리스’(2014), ‘아메리칸 울트라’(2015), ‘카페 소사이어티’(2016) 등에 출연해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으며, 2017년에는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 작품 ‘퍼스널 쇼퍼’의 주연을 맡아 다시 한번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처럼 ‘브레이킹 던 part2’ 이후 단숨에 연기력을 펼쳐냈기에 혹자는 ‘트라와일라잇’ 시리즈의 처참한 (영화적)완성도가 배우의 빛을 앗아간 것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트와일라잇’에 대한 평가는 관객 개개인이 내리는 것이지만, 시리즈를 마친 이후 날개 달린 듯 자신의 재능을 뽐낸 두 배우의 면면을 보고 있자면 그 평에 마음이 기우는 것은 사실이다.

할리우드의 대표 발연기 커플이었던 로버트 패틴슨과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이제 완전히 환골탈태해 할리우드 대표 연기파 배우로 거듭났다.
한동안 저예산 예술 영화에 출연해 내공을 쌓아오던 로버트 패틴슨은 넷플릭스 영화 ‘더 킹: 헨리 5세’에 출연해 대중들에게 얼굴을 다시 비추더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블록버스터 ‘테넷’(2020)에 출연해 그동안 갈고 닦았던 연기력을 환하게 펼쳐냈다.
상업 영화와 예술 영화를 가리지 않고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오던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2019년 영화 ‘미녀 삼총사 3’에 출연해 잠깐 삐끗하긴 했지만 ‘세버그’(2019), ‘제이티 르로이’(2020) 등에서 역시나 탁월한 연기를 선보이며 박수를 불렀다.
이제 두 사람은 각각 영화 ‘더 배트맨’과 ‘스펜서’의 주연을 맡아 관객과 평단 모두를 사로잡는 연기 괴물들이 됐다. 스크린을 압도하며 강렬한 눈빛을 발하고, 깊은 감정의 골을 파고들며 보는 이의 마음을 송곳처럼 찌른다.

전에 없던 새로운 모습의 배트맨을 연기하며 새로운 ‘배트맨’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로버트 패틴슨과 다이애나 전 영국 왕세자비의 아픈 내면을 마주하며 오는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크리스틴 스튜어드. 두 사람이 그려낼 앞으로의 연기는 또 어떤 모습으로 관객을 놀라게 할까. 한때 ‘발연기’라 조롱 받던 두 사람의 절치부심이 만들어낸 오늘날의 빛남에 박수를 보내며, 그들이 수놓을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