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무비= 김희주 기자] 영화 ‘큐어’ 감상 포인트가 공개됐다.

전설적인 일본 공포 걸작 중 하나이자 국내 걸작 스릴러들에도 많은 영감을 불어넣은 영화 ‘큐어’가 디지털 리마스터링으로 25년만에 정식 개봉해 화제를 모으는 가운데 영화의 핵심 감상 포인트를 공개했다. ‘큐어’는 엽기적인 연쇄 살인 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을 섬뜩하고 기묘하게 그려낸 범죄 스릴러이자, 사건을 쫓는 다카베 형사(야쿠쇼 코지)와 미스터리 인물 마미야(하기와라 마사토) 사이의 심리 대결을 그린 영화로, 평범한 일상 속에서 예기치 못한 공포를 자아내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특유의 스타일이 최고의 빛을 발하는 작품.
#1. 장르의 공식을 뒤엎는 일상의 공포
일반적인 공포 영화는 영화 속 갑자기 등장하는 귀신처럼 긴장이 고조되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존재로 관객을 놀라게 하는 것을 기본으로 변형을 거듭해 왔다. 하지만 ‘큐어’는 이러한 공식을 벗어나는 공포를 선사한다. 전혀 예기치 않은 공간과 시간에, 평범한 일상 속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그야말로 ‘스윽’ 지나간다. 이때 느껴지는 섬뜩한 공포는 이루 말 할 수 없다. 친구와 대화하고 밥 먹는 일상 속에서 언제든지 살인과 같은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런 긴장감은 극장을 나온 후에도 계속 남는다.
#2. 극강의 공포를 자아내는 롱테이크 화면
‘큐어’에는 기요시 감독 영화의 특징인 한 장면을 한 컷에 롱테이크로 담는 촬영 기법이 많이 쓰였다. 그저 무심하게 지나치는 롱테이크의 시선 어느 한 구석에 공포가 스멀거리며 존재한다. 이렇게 긴장감 넘치는 롱테이크 장면은 감독의 시그니처와 같다.
#3. 평범한 소리가 일으키는 살 떨리는 긴장감
영화에 공포스러운 음악이나 비명은 들어가지 않는다. 대신, 바람 소리, 물 떨어지는 소리,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등의 일상의 소리들이 곳곳에 삽입되어 공포와 긴장을 극대화한다. 감독은 이러한 소리로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것은 끔찍한 살인 현장이 너무나 고요해서 평소에 들리지 않던 생활 소음이 배어드는 식의 살 떨리는 긴장감을 야기한다.
#4. 용의자와 형사가 대결하는 심리 스릴러
용의자로 등장하는 ‘마미야’란 남자는 기억상실증 환자처럼 본인의 이름도 집도 모른다. 그런 그가 형사의 질문에 대답 대신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추궁하는 자와 추궁받는 자의 심리가 역전되고 마미야를 상대하던 형사는 치밀어 오르는 짜증과 분노를 참기 힘들다. 감독이 ‘양들의 침묵’을 보고 단번에 줄거리를 완성했다는 점에서 용의자와 형사 간의 심리 대결이 극을 이끌어가는 동력처럼 보인다. 주인공 다카베 형사 역의 배우 야쿠쇼 코지의 몰입감 넘치는 연기와 마미야 역할로 일본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은 하기와라 마사토의 나른한 연기가 또 하나의 볼 거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