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런 남친 어디 없나요? 영화 '롱디'

2023-04-25 18:56 이해리 기자

[맥스무비= 이해리 기자]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시들해진다고?'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뜨거웠던 설렘도 연기처럼 사라진다고?'

지금 이 순간 서로 다른 지역에, 서로 다른 나라에 떨어져 장거리 연애 중인 커플들이 지겹게 들었을 법한 '롱디' 법칙. 이를 아직도 '국룰'처럼 여기는 세상의 후진 고정관념을 감각적으로 깨부수는 영화가 나왔다. 장동윤‧박유나 주연의 '롱디'(감독 임재완‧제작 트웰브져니). 와이파이가 지배하는 탓에 멀어지고 싶어도 멀어질 수 없는 언택트 세상에서 벌어지는 2023년 버전 '롱디'가 스크린에 실시간으로 펼쳐진다.

영화는 이제 막 자동차 영업사원이 된 사회초년생 도하(장동윤)와 인디뮤지션 태인(박유나)의 이야기. 5년 전 우연히 태인의 버스킹을 보고 한눈에 반해 열렬한 팬이 된 도하는 매니저까지 자처하다 마침내 태인과 사랑에 빠진다. 둘의 비밀 공유 폴더에는 5년간 이들이 나눈 풋풋한 사랑의 흔적과 다정한 추억들이 빼곡하다.

도하는 태인 바라기다. 아무 걱정 없이 음악만 하도록 뒷바라지하리라 마음먹고, 태인을 위한 프러포즈까지 정성껏 준비한다.

둘 사이에 작은 균열이 일기 시작한 건 태인이 곡 작업을 위해 고향 집으로 잠시 내려가면서부터. 거제도에서 지내는 태인은 무슨 영문인지 자꾸만 도하를 피하는 듯한 눈치. 도하는 도하 대로 슈퍼카를 구매한 재벌 고객이자, 알고보니 초등학교 동창인 제임스 한(고건한)과 자꾸만 얽히면서 태인과의 사이에 오해가 싸인다.

● 이야기를 풀어가는 감각적인 형식, 그리고 배우 장동윤 

스토리로만 보면 '롱디'는 결혼을 고민하는 5년차 커플이라면 겪음 직한 관계의 위기와 오해를 그린 단조로운 작품으로 비친다. 결말을 굳이 궁금해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영화. 

'롱디'의 미덕은 스토리가 아니라 이야기를 풀어가는 형식, 그리고 도하 역을 맡아 사실상 1인칭 러브스토리를 꾸리는 배우 장동윤의 활약에서 나온다.

영화는 오프닝부터 엔딩크레딧이 오를 때까지 스마트폰과 PC화면, 유튜브와 SNS, CCTV 등으로 모든 장면이 구성된다. 디지털 기기의 스크린으로 영화의 장면을 구성하는 스크린라이프(Screenlife) 형식으로 러닝타임 101분을 꽉 채운다. 2018년 전 세계 영화 팬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 영화 '서치'가 도입한 바로 그 방식이다. '서치'는 사라진 딸을 찾으려고 딸의 노트북과 SNS에 남겨진 흔적을 쫓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스크린라이프 방식으로 실감 나게 구현한 수작이다. 국내서만 295만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

'롱디'는 '서치'의 로맨스 버전이라 할만하다. 실제로 '서치'의 제작사 바젤레프가 공동 제작으로 참여해 고유한 기술을 적극 제공했다. 극 초반 도하와 태인의 연애를 다룬 부분에선 잔잔하고 달달하게 흐르던 스크린라이프 방식은, 도하가 제임스 한이 주최한 파티에서 여러 오해 속에 돌연 '파티남'으로 등극해 SNS 유명인이 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누군가 왜곡해 찍은 영상이 어떻게 퍼지고, 어떤 오해를 낳는지 실시간으로 보여주면서 자꾸 꼬여만 가는 도하와 태인의 관계를 인터넷 세상에 빗대 속도감 있게 표현한다.

장동윤은 '롱디'를 통해 영화 한편을 거뜬히 이끌어가는 배우임을 스스로 증명한다. 상대 역인 박유나와 정면으로 마주하고 연기하는 장면이 극히 드문데다, 거의 모든 장면의 촬영을 스마트기기 속 상황으로 설정해 표현해야하는 제약 속에서도 특유의 선하고 깨끗한 매력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현재 인기리에 방송 중인 KBS 2TV 드라마 '오아시스'에서 1960~1970년대 거친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을 표현하는 장동윤의 얼굴을 떠올린다면 '롱디'에서의 모습은 마치 '청정구역'처럼 맑다. 보는 이들을 기분 좋게 해주는 확실한 매력도 가졌다. 

● 로맨스 전문가들이 뭉친 작품

'롱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 알고 보면 '롱디’는 최근 한국영화에서 '가뭄'이나 다름없는 로맨스 장르 영화의 명맥을 이어가는 전문가들이 뭉친 작품이기도 하다.

제작사인 트웰브져니는 2021년 손석구‧전종서 주연의 '연애 빠진 로맨스'를 기획한 곳. 데이트 어플로 만난 남녀의 솔직 대담한 러브스토리를 그린 이 영화는 감각적인 구성과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캐릭터를 앞세워 코로나19 상황이 극심했던 당시 극장가 악조건에서도 60만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 이번 '롱디' 역시 스크린라이프라는 형식을 도입해 자칫 평범하게 받아들여질 법한 5년차 커플의 이야기를 새로운 감각으로 풀어냈다.

공동 각본을 쓴 형슬우 감독 역시 로맨스 장르에서 남다른 감각을 보유한 연출자다. 지난 2월 개봉한 이동휘‧정은채 주연의 영화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를 통해 지난한 과정 속에 이별하는 커플의 이야기로 공감을 얻었다.

감독:임재완 / 출연:장동윤, 박유나 / 제작:트웰브져니 / 개봉:5월10일 / 등급:12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101분

(사진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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