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맥스무비= 박미애 기자]
'영원한 강자는 없다.'
15년간 관객 점유율 1위였던 투자배급사 CJ ENM(이하 CJ)의 시장 지배력이 흔들리며 배급시장의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이하 롯데), 디즈니가 CJ와 1위를 다투는 가운데,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이하 플러스엠)가 부상하며 혼조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이를 심화시키는 모양새다.
●1위 디즈니·2위 롯데도 불안해
디즈니가 지난해 관객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2022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기준, 이하 동일) 디즈니는 지난해 '아바타:물의 길'(731만명) '닥터 스트레인지:대혼돈의 멀티버스'(588만명) 등 16편을 배급하며 전체 관객의 17.34%인 1955만명을 동원했다.
롯데가 그 뒤를 이었다. 롯데는 '탑건:매버릭'(818만명) '한산:용의 출현'(728만명) 등 17편을 배급, 전체의 17.32%인 1953만명으로 2위를 차지했다.
디즈니가 2년 연속 1위를 지켰지만, 안심하기에 이르다. 롯데가 2021년 10.4%포인트에서 2022년 0.02%포인트까지 격차를 좁히며 디즈니를 위협했다. 여기에 디즈니의 올해 첫 배급작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155만명 동원에 그쳤다. 롯데 역시 올해 첫 배급작 '스위치'가 42만명을 모았고, 최근 개봉한 '킬링 로맨스'가 2주간 15만명 동원에 그치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CJ는 2018년 롯데에 1위를 내준 이후 고전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됐던 2020년 반짝 1위를 했다가 이듬해인 2021년 6위까지 밀려났다. 지난해 '공조2:인터내셔날'(698만명) '헤어질 결심'(189만명) 등 12.5편을 배급하며 전체의 13.4%인 1509만명을 동원해 3위까지 회복했는데, 2003년부터 2017년까지 1위였던 CJ로서는 여전히 아쉬운 성적표다.
이어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이하 플러스엠)가 '범죄도시2'(1269만명) '헌트'(435만명) 등 6편으로 1177만명을 모으며 4위를 차지했고, NEW가 '올빼미'(322만명) '마녀 Part2. The Other One'(281만명) 등 16.5편으로 925만명을 모으며 5위를 차지했다.
쇼박스는 '비상선언'(206만명) '압꾸정'(61만명) 등 3편으로 320만명을 동원해 간신히 10위권에 포함됐다. 4대 메이저 배급사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냈다.
●플러스엠 등 신흥 강자 부상
플러스엠은 근래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범죄도시2'(공동배급) '헌트' 등 히트작을 배출하며 배급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범죄도시2'는 전편의 인기를 등에 입고 지난해 흥행 1위를 기록했고, 이정재의 감독 데뷔로 관심을 모았던 '헌트' 역시 흥행을 거뒀다.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다. 내달 '범죄도시3'(공동배급)의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지난해 '헌트'에 이어 올해도 '화란'으로 2년 연속 칸국제영화제 초청을 받으며, 새 도약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이하 에이비오)도 주목할 만하다. 2019년 설립한 에이비오는 '유체이탈자'로 배급업을 시작했다. 신생회사인 에이비오가 빠르게 두각을 드러낼 수 있었던 데에는 '범죄도시2'의 배급을 맡은 것이 주효했다. 에이비오는 '범죄도시2' 1편으로 점유율 7위에 올랐다. 에이비오는 '범죄도시3' '범죄도시4'의 배급도 맡는다.
이러한 신흥 강자의 등장은 팬데믹 여파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기존의 배급사들이 외부 요인으로 인해 전략 수립에 차질을 빚었고, 그 공백을 메운 새로운 배급사들에 의해 시장이 재편됐다는 것이다.
배급 전문가인 이화배 그레이칼라 대표는 "누군가의 위기가 누군가에게는 기회"라며 "기존 플레이어(배급사)들이 정상적인 라인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동안 새로운 라인업을 갖춘 회사들이 입지를 다져서 메이저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전체 관객 모수가 작아져 영화 한, 두 편의 흥행에 크게 좌우되는 시장"이라고 지적하며 "팬데믹 이후 배급사 점유율을 유의미한 지표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범죄도시3' 내달 개봉 나아질까
올해 시장 상황도 여의치 않다. 올해 개봉작 가운데 '스즈메의 문단속'(495만명)과 '더 퍼스트 슬램덩크'(453만명) 두 편만이 200만명을 넘겼다.
올해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은 '교섭'으로 172만명을 동원했다. '교섭'을 비롯해 '유령'(66만명) '카운트'(39만명) '대외비'(75만명) 등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기대작 가운데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에 없다. 올해 1~3월 전체 관객 수는 2515만명으로 전년(2022년) 동기 대비 113% 늘었는데, 같은 기간 한국영화 관객 수는 315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했다. 배급사 점유율을 논하는 것이 무의미하는 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영화 기대작들은 막판까지 저울질하며 개봉일을 좀처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내달 31일 개봉하는 '범죄도시3' 6월 '귀공자' 7월26일 개봉하는 '밀수' 정도만 확정했다.
업계에서는 '범죄도시3'를 주시한다. 지난해 '범죄도시2'가 일시적으로 관객과 신작 유입의 마중물 역할을 한 것을 '범죄도시3'에 대해서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배급사 한 관계자는 "'범죄도시3'를 시작으로 '귀공자' '밀수' 등으로 이어지는 여름까지 실적이 좋으면 그에 따른 상승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면서 "그 이후에도 관객을 유치할 지속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사진출처=디즈니 '아바타:물의 길', 롯데엔터테인먼트 '한산:용의 출현', CJ ENM '공조2:인터내셔날'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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