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무비= 이해리 기자]

'낭만'이 사라진 시대, '낭만'을 설파하는 의사의 이야기가 대중을 사로잡고 있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 놓인 사람들에 따스한 손길을 내미는 낭만닥터 김사부. 삶에서 진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묻는 그의 무언의 질문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적신다.
2016년 출발한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극본 강은경·연출 유인식)가 시즌 1, 2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관을 확장해 시즌3의 문을 열었다. 4월26일과 27일 방송한 1, 2회 시청률은 각각 12.8% 13.7%(닐슨코리아·전국 기준). 갈수록 시청률 수치가 낮아지는 지상파 드라마 환경을 고려하면 시리즈를 향한 시청자의 전폭적인 신뢰와 지지를 엿보게 하는 '눈부신' 출발이다. 대중은 왜 이토록 '낭만닥터 김사부3'('김사부3')에 열광할까. 인기의 진원지를 키워드를 통해 짚었다.
● 사적 복수의 시대에 꺼내든... '낭만'
한석규가 연기하는 의사 김사부는 오래된 카세트테이프로 흘러간 옛 노래를 듣는다. 강원도 정선에 있는 작고 초라한 돌담병원을 이끌면서 스스로를 낭만닥터로 칭하는 인물. 대형 병원들이 돈 되는 치료에 매달리는 현실에서 김사부는 의사의 소신과 신념을 고집스럽게 지킨다. 어떤 외압에도 굴복하지 않고 오직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쪽으로만 선택하는 그를 세상은 '괴짜 의사'라고 부른다.
생명을 가장 소중한 가치로 여기는 김사부의 신념은 어린 후배인 서우진(안효섭), 차은재(이성경)에게도 커다란 가르침이 된다. 김사부 덕분에 진짜 의사로 성장하는 이들의 모습은 세상에서 점차 잊혀지는 중요한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김사부' 시리즈가 처음 시작해 시즌3가 방송하기까지 햇수로 8년이 흘렀고, 그 사이 각광받는 드라마 장르도 변했다. '더 글로리'와 '모범택시'의 인기로 대변되는 사적 복수의 키워드가 드라마 팬들을 사로잡고 있지만 그 틈에서도 '김사부' 시리즈는 여전히 낭만을 내세운 이야기를 고집하고, 여전히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제작진은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는지,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 길을 잃은 수많은 이들에게 김사부의 낭만이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사부의 '낭만'은 다름 아닌 남을 먼저 생각하는 이타심 그리고 인간애다. 이 작품은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실시간으로 알면서 정작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는 세상에 진짜 필요한 것은 김사부 식의 낭만이라고 말한다.

● 세상과의 접점 찾는...'리얼리티'
'김사부3'는 앞선 시즌 1, 2의 세계에서 확장해 돌담병원에 설립된 권역외상센터를 주요 무대로 한다. 중증 외상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데 가장 필요한 곳으로 꼽히는 권역외상센터는 의료시설이 낙후한 여러 지역에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대형 병원들은 수익성을 내세우고, 국가 지원 문제와도 맞물려 첨예한 이해 관계 속에 있다. '김사부3'는 이 같은 현실 이슈를 끌어안으면서 단순히 허구의 의학드라마가 아닌, 우리가 사는 현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리얼리티를 높이는 역할에도 충실하다.
사실 '김사부' 시리즈는 현실 소재를 차용하는 데 적극적이었다. 시즌1에서는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키고도 당당한 특권층, 군복무 중 당한 구타로 탈영한 병사에 대한 의사의 양심, 의료제도 실현에 있어서 컨트롤 타워의 부재 등 의료계 현실을 극화해 꼬집고 비틀었다.
극본을 쓰는 강은경 작가의 장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현실을 반영한 소재를 차용하면서도 그 중심에서 신념을 굳건히 지키는 김사부를 내세워 진짜 중요한 정의와 가치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그 방식은 '강요'가 아닌 진한 인간미. 바로 이 점이 '김사부' 시리즈 성공의 힘이다. '제빵왕 김탁구'부터 '김사부'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켜켜이 쌓아온 작가의 실력이 밑바탕됐음은 물론이다.
'김사부3'의 시작도 실제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동해상 중국 어선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으로 총상을 입은 위급 환자를 구조해 권역외상센터로 이송하는 과정은 2011년 소말리아 해안에서 청해부대가 벌인 아덴만 작전 및 그 덕분에 목숨을 구한 석해균 선장과 아주대학병원 이국종 교수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했다. 시즌3의 이야기가 권역외상센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만큼 이를 둘러싼 현실 이슈는 적극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 시리즈를 가능케하는 낭만닥터... '한석규'
'김사부' 시리즈는 한석규가 없었다면 시즌3까지 오지 못했을 수도 있다. 작품에서는 물론 실제로도 출연 배우들과 제작진을 한 데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 시즌2에 이어 시즌3에도 동참한 안효섭은 '김사부' 시리즈 출연에 대한 가장 큰 이유로 "현장에서도 김사부 그 자체"인 한석규를 꼽았다.
한석규는 사극 '뿌리 깊은 나무' '비밀의 문' 등 주로 사극에 출연해오다 2016년 '김사부1'을 통해 무려 21년 만에 현대극에 도전했다. 의학드라마 출연도 처음이지만 문제될 건 없었다.
극 중 김사부의 이름은 부용주. 일반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까지 총 3개의 전문의 자격을 보유한 트리플 보드라는 설정이다. 시즌1에서는 종잡을 수 없는 언행의 소유자로 괴짜 의사의 면모가 강했다면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환자의 생명을 지키고 외압에도 맞서는 진짜 리더의 모습이 강해진다. 한석규는 후배 의사들은 물론 돌담병원 의료진, 심지어 자신과 적대적인 관계에 놓였던 의료재단 쪽 사람들의 마음까지 하나로 모으는 실력자이자 진한 동료애를 갖춘 리더로 김사부를 완성하고 있다.
시청자에게 '김사부 시리즈가 곧 한석규'인 것처럼, 한석규에게도 '김사부' 시리즈는 각별하다. 훗날 한석규의 대표작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을 작품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햇수로 8년째 '김사부' 시리즈를 하고 있는 그는 최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김사부'와 함께 한 시간은 제 인생에서 10분의 1의 시간"이라며 "굉장히 좋았고 개인적으로도 정말 행운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밝혔다. 세월이 흘러 언젠가 연기를 하지 않는 순간이 온다면 '김사부'에 참여했던 시간을 "엄청 곱씹을 것 같다"며 "그런 시간을 만드는 동료들에게 고맙다"고도 했다.
(사진제공=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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