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엄마' '경단녀' 차정숙의 독립선언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 8회 만에 시청률 16% 돌파
[맥스무비= 이해리 기자]
46세에 대학병원 전공의 1년차가 된 닥터 차정숙을 향한 시청자의 관심과 애정이 예사롭지 않다. 처음에는 결혼과 육아, 자녀 입시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뒤늦게 자아를 찾아나서는 모습으로만 비췄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차정숙(엄정화)을 둘러싼 비밀스러운 일들이 증폭되면서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남편의 불륜을 알아채고 '각성'한 차정숙이 오랫동안 자신을 속인 남편(김병철)과 그 내연녀(명세빈)를 향해 통쾌한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 존재를 숨기고 교수인 남편 밑에서 근무하는 차정숙의 비밀은 언제쯤 탄로날까. 마음을 고백해온 연하의 의사 로이킴(민우혁)과의 로맨스는 결국 해피엔딩을 맞을까. 의료진마저 외면하는 곤경에 처한 환자들을 따스하게 감싸는 차정숙의 다정함이 그를 성공한 의사로 만들 수 있을까. 잦아들지 않는 궁금증으로 인해 도무지 차정숙에게 눈을 뗄 수가 없다.

● 경력 단절된 엄마, 주부 차정숙의 '독립선언'
엄정화 주연의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극본 정여랑·연출 김대진)이 방송 8회 만에 시청률 16%(닐슨코리아·전국기준)를 돌파했다. 넷플릭스에서도 동시 공개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본 방송을 향한 시청자의 뜨거운 관심이 엿보이는 수치다. 첫 회 시청률은 4.9%. 방송 8회 만에 4배에 가까운 수치 상승을 이뤘다.
'닥터 차정숙'은 최고의 의대를 졸업했지만 출산과 육아의 벽에 부딪혀 의사의 길을 포기한 46세 주부 차정숙이 주인공이다. 대학 동기인 남편이 대학병원에서 인정받는 교수로 성공하는 동안 차정숙은 첫째 아들을 의대에 보내 의사로 만들었고, 둘째 딸의 미대 입시 준비에 전념하는 동시에 아침마다 온갖 유기농 채소와 과일로 쥬스를 갈아 마시는 까다로운 시어머니의 식성까지 맞추면서 24시간이 모자란 일상을 살았다.
그러던 차정숙이 인생을 돌아보기 시작한 계기는 간 인식 수술을 게 되면서다. 간 이식 적합자인 남편은 망설이고 망설이다 수술 날짜를 잡지만 끝내 수술 동의서에 사인하지 않는다. 아들이 며느리에게 간을 떼주는 것을 끝까지 말리는 시어머니까지 목격한 차정숙은 잊고 살았던 자신의 꿈을 찾겠다고 선언한다. 그 선택은 남편과 아들이 근무하는 대학병원에 레지던트로 입사해 다시 의사의 길을 걸어보겠다는 결심이다.

여기까지는 여느 드라마와 다를 바 없는 설정. 다만 '닥터 차정숙'의 진가는 차정숙의 대담한 독립선언 이후 그 앞에 놓이는 어려운 미션을 하나씩 격파해 나가는 과정에서 발휘된다.
남편의 외도와 배신,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된 뒤 벌이는 한판 복수극도 빠질 수 없다. 헌신적인 아내를 기만하고 남몰래 혼외자까지 만든 남편, 엄연히 불륜이지만 첫사랑이었다는 사실을 빌미로 관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내연녀, 그 사실이 차정숙에게 알려질까봐 숨기기에 바쁜 시어머니와 자녀들의 모습은 '막장 드라마'의 한 장면 같지만 '닥터 차정숙'은 거기서 머물지 않는다. 자신 앞에 닥친 위기에 정면으로 맞서면서 시청자의 마음을 얻고, 응원까지 하게 만든다.
남편의 외도와 아내의 복수라는 흔한 설정을 딛고, 위기를 반전 삼아 기막힌 순간에 승기를 잡는 '차정숙식 사이다' 역시 시청자의 마음을 뻥 뚫리게 한다.
코미디는 '닥터 차정숙' 열풍을 지핀 절대적인 힘이다. 남편이 자신을 지도하는 서인호 교수라는 사실을 숨기고 그 밑에서 전공의로 일하는 차정숙이 회식 자리에서 "남편요? 죽었어요!"라고 외치는 장면, 외도 사실이 들킬까봐 전전긍긍하는 서인호 교수의 얄미우면서도 우스꽝스러운 모습, 이기적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허당인 시어머니 곽애심(박준금) 여사부터 애지중지 키운 아들 서정민(송지호)와 딸 서이랑(이서연)이 만들어가는 '차정숙 패밀리'의 단짠단짠 스타일의 코미디가 매 순간 웃음을 유발한다.

● 엄정화가 완성한 인간미 넘치는 의사, 차정숙
'닥터 차정숙'에서 남편의 외도는 차정숙을 진짜 의사로 성장케 하는 동력이 된다. 하지만 남편의 불륜이 전면에 드러나기 전부터 차정숙은 아픈 이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깊이 헤아리고 공감하는 인물. 의료진은 물론 자식들마저 귀찮아하는 VIP 환자를 극진히 챙긴 덕분에 '100억원 기부'를 이끌어내고, 억울하게 무기수가 된 여성 수감자의 손목에 채워진 수갑으로 인해 생긴 깊은 상처를 유일하게 알아보는 의사다. 정통 의학드라마는 아니지만, 환자의 아픔에 누구보다 공감하는 인간미 짙은 의사 차정숙의 모습은 드라마의 시청률을 높이는 또 다른 힘이 되고 있다.
엄정화의 활약은 말할 것도 없다. "오랫동안 좋은 드라마를 만나고 싶었다"는 그는 "차정숙의 이야기가 정말 좋았고, 어떻게 보면 저와 모든 면에서 닮아 있어서 뭉클하게 공감이 갔다"고 밝혔다. 연기가 하고 싶었지만 배우로서 경력이 단절될 수밖에 없었던 시간을 보낸 경험이 있던 만큼 차정숙의 상황에 공감됐다는 의미다.

영화 '오케이 마담'과 '댄싱퀸' '미쓰 와이프'의 흥행으로 증명한 엄정화의 매력은 '닥터 차정숙'에서도 어김없이 통한다. 밝고 경쾌한 가족극에서 남다른 실력과 매력을 과시하는 '엄정화표 흥행 코드'다. 이번에는 성인 아들과 입시생 딸을 둔 엄마 설정이지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평소 철저한 자기관리와 도전을 멈추지 않는 연기 변신이 지금 엄정화를 다시금 주목받게 하고 있다.
로맨스는 덤이다. 남편의 불륜을 알게 된 차정숙 앞에 하버드 출신의 훈남 의사 로이킴이 본격적으로 사적인 감정을 고백해온다. 남편의 외도를 응징하는 복수로 이 보다 좋은 컨디션은 없는 상황. 앞으로 펼쳐질 연하남과의 로맨스는 '닥터 차정숙' 시청률 상승에 결정적인 치트키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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