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레터] 칸의 이선균, 이미 베테랑이었다

2023-05-22 12:53 윤여수 기자
    제76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주연작 두 편 잇단 소개
    "기쁨과 두려움" 속 베테랑의 여유와 유머에 박수

[맥스무비= 윤여수 기자]

배우 이선균의 표정은 여느 때보다 밝아 보였습니다. 시차와 빼곡한 공식 일정이 안기는 피곤함을 얼굴에서 찾아볼 수 없었지요. 대신 여유로움이 넘쳐나는 듯 보이더군요.

배우 이선균이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상영작인  주연 영화 '잠'을 소개하며 프랑스 칸 해변을 찾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이선균이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상영작인 주연 영화 '잠'을 소개하며 프랑스 칸 해변을 찾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이선균이 영화 ‘잠’과 ‘탈출: PROJECT SILENCE(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의 주연 배우 자격으로 제76회 칸 국제영화제의 한 무대를 당당히 꾸며가고 있습니다. 미스터리 공포물 ‘잠’(감독 유재선·제작 루이스픽쳐스)은 이번 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재난 대작 ‘탈출’(감독 김태곤·제작 블라드스튜디오)은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에 각각 초청받았죠. 비평가주간은 국제비평가연맹이 주관하며,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은 장르적 색채가 뚜렷한 작품을 소개하는 칸 국제영화제 공식 프로그램입니다.

이선균은 21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잠’을 선보이고, 22일 이른 새벽 ‘탈출’을 공식 상영하는 등 일정을 채워가고 있습니다.

사실 배우가 세계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칸 국제영화제에서 자신의 작품 두 편을 잇따라 소개하는 건 드문 일입니다. 그만큼 배우에게는 큰 기쁨이겠지요. 그 역시 “자랑하고 싶은 일이죠”라며 미소 지었습니다. “칸의 초청을 받는다는 것이 인정받았다는 생각을 하니까 다행스럽기도 합니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이제야 칸이 보입니다. 동네도 좀 알게 되고”라면서 “칸에 올 때면 너무 좋고 감사하죠. 처음에 올 때만큼 떨림이 있거나 벅차지는 않지만 그만큼 익숙함에서 느껴지는 여유가 있어요”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마침 그는 이번에 처음 가족과 함께 칸으로 날아왔습니다. 이미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으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품에 안는 등 칸과 인연을 맺어온 터입니다.

배우 전혜진과 사이에 중학교 2년생과 초등학교 6년생 두 아들을 두고 있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는 이날 오후 ‘잠’의 비평가주간 공식 상영 자리에 함께 한 “첫째(아들)가 (영화를)너무 무섭게 봐 힘들어 한다”며 내심 미스터리 공포물인 자신의 주연작에 대한 만족감을 에둘러 드러내기도 했습니다다. 22일 새벽 ‘탈출’의 공식 상영 때에도 가족을 객석에 초대했는데요. 상영관인 뤼미에르 대극장에 입장해 자리에 앉기 직전 두 아들과 ‘하이파이브’로 미소를 나누기도 했죠.

22일 오전(한국시간)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린 상영작인 주연 영화 '탈출:PROJECT SILENCE' 공식 상영에 앞서 칸 팔레 데 페스티벌의 레드카펫 위에 오른 이선균. (사진제공=CJ ENM)

하지만 이선균은 이 같은 행복감 속에서도 여전히 “걱정과 두려움”은 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칸에서 영화를 처음 선보이는 기쁨”만큼 “관객에게 처음 영화를 소개하는 자리에선 아무래도 관객이 작품을 어떻게 볼지 궁금해 오롯이 ‘나’를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또 “한국영화가 양적, 질적으로 성장하는 데 관객의 힘이 그만큼 컸다”는 말에서는 관객에 대한 고마움을 담아냈습니다. 뒤이어 한국영화의 어려움 속에서 관객이 꾸준히 극장을 찾아 영화를 볼 수 있는 “지구력”을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모두 베테랑으로서, 프로페셔널로서 자신의 직분을 여전히 잊지 않고 있음을 드러낸 말로 들려왔습니다.

이선균은 ‘탈출’의 공식 일정에 앞서 선보인 ‘잠’을 “일상적 관계와 평범한 공간이 주는 묘한 공포, 밀도감과 긴장감, 그런 장르물로 봐달라”고 소개했습니다. ‘잠’은 평범한 신혼부부가 일상에 스며든 느닷없는 공포에 맞서 그 속에 담긴 비밀을 풀어가는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신인 유재선 감독의 재능이 돋보이는 작품이라 할 만합니다.

영화 '잠'의 한 장면.(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잠'의 한 장면.(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에는 극중 신혼부부가 마치 인생의 좌우명처럼 여기는 ‘둘이 함께라면 극복하지 못할 문제는 없다’는 경구가 자주 등장합니다. 듣기만 해도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현실의 고통을 이겨내려는 부부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이선균은 이처럼 영화가 담고 있는 또 하나의 메시지에 관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1994년 데뷔 이후 24년차 배우로 살아오며 쌓아온 저력 위 여유로움, 나아가 적절한 긴장감을 풀어주는 유머러스함으로 자신은 물론 취재진의 피로감을 덜어주었습니다.

“각방 써라! 둘이 함께라면 못할 것도 많다!”

그의 유머에 인터뷰 자리는 폭소 속에 한바탕 즐거움을 나누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22일 오전(한국시간)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린 상영작인 주연 영화 '탈출:PROJECT SILENCE' 공식 상영에 앞서 칸 팔레 데 페스티벌의 레드카펫 위에 오른 김태곤 감독, 김희원, 이선균, 주지훈, 김용화 감독(왼쪽부터, 사진제공=CJ ENM)
22일 오전(한국시간)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린 상영작인 주연 영화 '탈출:PROJECT SILENCE' 공식 상영에 앞서 칸 팔레 데 페스티벌의 레드카펫 위에 오른 김태곤 감독, 김희원, 이선균, 주지훈, 김용화 감독(왼쪽부터, 사진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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