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집' 김지운 감독 "송강호, 타의 추종 불허"

2023-05-22 19:41 윤여수 기자
    신작 '거미집' 송강호와 손잡고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공개
    외신 인터뷰 김 감독 "걸작 만든다는 건 망상".."꿈 지키기 중요"

[맥스무비= 윤여수 기자]

신작 '거미집'으로 칸에서 새롭게 관객을 만나는 김지운 감독이 자신을 비롯한 많은 감독들이 처한 현실 상황을 우회적으로 작품에 투영했음을 시사해 눈길을 끈다. 또 이번 작품에서 함께 호흡한 배우 송강호가 “지난 20년 동안 훌륭한 예술가이자 인간으로 성장”하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재능을 지녔다는 찬사를 보냈다.

​김지운 감독이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서 신작 '거미집'을 선보인다. 이와 관련해 영화제 소식지 할리우드 리포터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은 할리우드 리포터에 실린 김 감독 인터뷰 기사.​
​김지운 감독이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서 신작 '거미집'을 선보인다. 이와 관련해 영화제 소식지 할리우드 리포터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은 할리우드 리포터에 실린 김 감독 인터뷰 기사. ​

김지운 감독은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간) 막을 연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서 '거미집'을 선보이기에 앞서 영화제 소식지 할리우드 리포터와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21일자 할리우드 리포트는 김 감독을 '한국의 다재다능한 감독이 '거미집'으로 돌아온다'는 제목 아래 "다양하면서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한국 상업영화의 영역 안에서 김지운 감독은 흔치 않은 다재다능함"을 지녔다며 그의 생각을 전했다. 김 감독은 2008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이후 15년 만에 칸을 찾는다. 또 2018년 '인랑'에 이은 신작 '거미집'을 5년 만에 내놓는다.

김 감독은 인터뷰에서 '거미집'의 주인공 김 감독(송강호)이 "외모만 빼면 나를 대신하는 인물이다"며 말문을 열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이에 대해 '거미집'이 "억압의 시대였던 1970년대를 배경으로 김 감독이 영화 '거미집'의 결말을 다시 찍으려는 욕망에 사로집히면서 기로에 선다"면서 "검열 당국의 간섭과 새로운 결말을 이해할 수 없는 배우와 제작자의 불만"에 맞닥뜨리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김 감독이 걸작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화의 본질에 관한 역동적 이야기"라고 가리켰다.

'고군분투(孤軍奮鬪)'. 다른 이의 도움을 받지 않은 채 감당하기 쉽지 않은 일을 뚜벅뚜벅 나아가듯 해 나가는 것을 뜻하는 말은 영화 만들기에 나서는 감독들의 심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처럼 보인다. 김 감독은 "또래 보통의 남자들보다 더 많은 꿈을 지녔다"고 자부하지만 또 그만큼 "영화를 만들 때 항상 악몽에 시달린다"고 털어놓았다."“며칠만 더 돌아가서 더 시간을 갖고 부족한 걸 다시 촬영할 수 있다면 훨씬 더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매번 느껴야 하는 입장, 그래서 결국 "화가 끝났을 때 내가 해야 할 일을 했다는 깨달음의 순간"을 맞는 처지를 "많은 감독들이 공감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걸작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기본적으로 망상"이라고 김 감독은 단언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거미집'의 김 감독이 편리한 자기모방의 습관에 안주한 예술가인데 갑자기 거기서 벗어나야 한다"고 다짐하지만 이내 "최고의 찬사를 받는 감독들도 관객의 선호와 투자자들의 요구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고백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런 모든 상황과 도전 속에서 얼마나 열심히 자신의 비전을 위해 싸우느냐 또 자신의 꿈을 지켜내느냐의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영화 '거미집'의 해외용 포스터. 제공=(주)바른손
영화 '거미집'의 해외용 포스터. 제공=(주)바른손

김지운 감독은 스스로도 그 같은 노력으로 영화의 세상을 통과해왔다고 돌아봤다. "자기모방"에서 벗어나기 위한 "필사적" 노력이라고 그는 말했다.

"1998년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 '조용한 가족' 이후 한 명의 주인공에게만 집중하고 싶어 '반칙왕'을, 2003년 '코미디를 많이 했다'며 두 자매를 통한 여성서사를 그리려 '장화, 홍련'을 찍었다."

이후 남성적 관점의 2005년 '달콤한 인생'으로 방향을 틀기도 했다. 이전 작품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 "항상 반대의 것을 찾는다"는 그는 "지루함과 도피, 호기심이 나를 움직이게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김지운 감독의 필모그래피 안에서 송강호는 매우 중요한 배우로서 함께했다. '조용한 가족'부터 '반칙왕'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밀정' 등 네 편의 작품에서 송강호와 손잡은 김 감독은 "비평과 상업성 측면에서 모두 성공했다"고 자부했다. 이어 이번 '거미집'을 새로운 '합작품'으로 선보이게 된다.

그는 송강호를 '조용한 가족'에 캐스팅할 때 "전통적인 연극 스타일을 지닌 이 배우가 내가 지향하는 블랙코미디를 실현할 수 있을지 조금은 회의적이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송강호는 "한국영화에 존재하지 않았던 매우 독특하고 현대적 스타일의 연기로 놀라운 일을 해냈다"고 찬사했다. 이어 "매우 심각한 상황에서도 유연성"을 발휘하는 송강호의 재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면서 "지난 20년 동안 함께 일하면서 그가 훌륭한 예술가이자 인간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봤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윤여수 기자 / tadada@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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