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바이어들, 스타와 완성도에 한국영화 관심 여전 " 위기에 처한 국내 시장에 신규 개봉작 등 활기도 필요
[맥스무비= 윤여수 기자] “한국영화에 대한 신뢰는 여전합니다. 다만 활발한 신규 개봉 등 국내 시장의 활성화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간) 화려한 막을 올린 제76회 칸 국제영화제와 함께 칸 필름마켓도 문을 열었습니다. 24일까지 ‘장’을 이어가는 가운데 한국영화 해외 세일즈 관계자들은 한국영화의 완성도와 장르적 재미, 스타급 배우에 대한 바이어들의 관심이 아직 식지 않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칸 필름마켓은 매년 2월 열리는 베를린 국제영화제 기간 개장하는 유럽필름마켓(EFM)과 함께 유럽 영화 견본시를 대표하는 무대입니다. 세계 각국의 영화 세일러와 바이어가 활발한 교류를 이어가는 만큼 한국영화의 해외 성과 역시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답니다. 올해 칸 필름마켓에서도 CJ ENM, 쇼박스, 엠라인 디스트리뷰션, 롯데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등 10여개 한국 해외 세일즈 전문회사들이 각기 부스를 차려 바이어들에게 한국영화를 알리는 데 애쓰고 있습니다.
#“스타 중심의 대작에 대한 관심 높다”
22일 밤 부스에서 만난 쇼박스 해외사업팀 안정원 이사는 “한국영화에 대한 해외 바이어들의 신뢰는 아직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엠라인 디스트리뷰션 손민경 대표도 “한국영화는 아시아영화 가운데 여전히 가장 인기가 많고, 완성도 측면에서도 만족도가 크기 때문에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호응하듯 한국영화 해외 판매 기대작들이 대거 올해 칸 필름마켓에서 선보이고 있죠. 류승완 감독의 ‘밀수’, 김성훈 감독의 ‘피랍’과 장재현 감독의 ‘파묘’, 이병헌 주연 ‘콘크리트 유토피아’, 강동원 주연 ‘천박사와 사라진 설경’, 김용화 감독의 ‘더 문’, 허명행 감독의 ‘범죄도시4’ 등 이미 완성했거나 기획 또는 제작 중인 다수의 작품들이 바이어들에게 소개되고 있습니다. ‘피랍’과 ‘파묘’ 판매에 나선 안정원 이사는 “지난 2월 EFM에서 처음 소개한 영화를 중심으로 바이어들의 관심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미국과 동남아시아 지역 등에 판권을 팔았다고 밝히기도 했죠.

이 같은 성과에는 해외시장에 이름과 얼굴을 이미 알린 스타급 배우와 감독의 힘도 크게 작용한다고 해외 세일즈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손민경 대표는 “송강호, 이병헌, 송중기, 마동석 등 해외 인지도를 쌓은 배우들의 대작을 중심으로 활발한 세일즈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들의 이름이 이미 한국영화의 또 다른 ‘브랜드’로 자리잡으면서 관련 해외의 관심도 커져간다는 뜻이죠. 실제로 이병헌의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홍보용 필름이 칸 필름마켓에서 공개된 뒤 투자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 부스를 찾는 해외 바이어들의 발길이 더욱 잦아졌다는 귀띔도 들었습니다.
#“한국시장의 활성화도 중요”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해외 세일즈 관계자는 “해외시장 역시 한국의 국내시장에 다소 영향을 받기도 한다”면서 신규 개봉작이 드문 현재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신규 개봉작의 국내 흥행이 뒷받침되어야 해외 개봉도 원활할 것이다”면서 “해외 선 판매를 한다고 해도 국내에서 개봉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 판권을 구매한 지역에서도 선보이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죠.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영화 매출액은 798억원입니다. 감염병이 창궐하기 이전인 2019년 2994억원의 25% 수준에 불과합니다. 매출점유율 역시 29%로 영화진흥위원회가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0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말았습니다. ‘한국영화 위기’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겠죠. 영화 관람료 인상 요인까지 겹치면서 관객이 극장을 찾지 않는 시장의 위기에서 신규 개봉작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황은 장기적으로 해외 세일즈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관계자들은 보고 있습니다.

엇비슷한 상황이 이어진 지난해 한국영화는 그럼에도 7146만5380달러(923억원)의 수출액으로, 2021년보다 47.0% 늘어난 규모의 성과를 냈습니다. 한국영화 수출 최고 실적을 달성한 2005년 7599만 달러 이후 최고치였습니다.(영화진흥위원회, ‘2022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
손민경 대표는 “한국영화 선 판매 규모가 커지고 글로벌 OTT의 영향으로 부가판권 판매도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리메이크 판권 판매 규모도 증가해 안 이사는 “특히 중국 등에서 한국영화 관련 판권을 활발히 구매하는 분위기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칸 필름마켓은 22일 폐장의 분위기로 향하고 있다. ‘이미 팔 영화는 팔았다’는 뜻이겠죠. 이번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상영작 ‘탈출: PROJET SIELENC’와 비평가주간 초청작 ‘잠’ 등이 각각 해외 140여개국과 50여개국에 팔렸고, ‘범죄도시3’ 역시 150여개국 관객을 만나게 되는 등 한국영화 역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습니다.
한국영화 해외 세일즈 관계자들은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국내시장이 더욱 활성화하기를 기대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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