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인터뷰- '화란' 주역 ②] 김형서 "“ESTJ 같은 인물, 절망에도 희망이"

2023-05-24 10:11 윤여수 기자

[맥스무비= 윤여수 기자] 끝내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비참한 폭력적 현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작은 “씨앗” 하나를 뿌려 어렵게나마 찾아 나서야 할 희망.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그렇듯 쉽지 않지만, 그래도 누군가 바라봐주는 사람이 있어 세상은 기어이 살아볼 만한 또 다른 현실이 된다.

신인 김형서(25)와 홍사빈(26)은 영화 ‘화란’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 바로 그것이다. 이들은 당당히 자신들이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을 제76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내놓을 수 있게 됐다. 23일 오후 6시 칸 국제영화제의 메인 무대인 팔레 데 페스티벌의 드비시 극장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초청작으로서 ‘화란’을 공식 상영한다.

영화 '화란'의 김형서가 제76회 칸 국제영화제가 펼쳐지고 있는 프랑스 칸의 해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플로스엠
영화 '화란'의 김형서가 제76회 칸 국제영화제가 펼쳐지고 있는 프랑스 칸의 해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플러스엠

이에 앞서 22일 오후 만난 두 사람은 발버둥치지 않고는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지독히 힘겨운 현실에 맞닥뜨린 18살 소년과 소녀, 폭력적 세상에 덩그러니 내던져졌지만 그럼에도 결국 작은 희망의 “씨앗”을 흩뿌리며 새로운 희망을 찾아나서는 이야기를 ‘화란’에 담았다. 그리고 발랄하고도 진중하게 영화 그리고 꿈과 희망에 대해 얘기했다.

# “ESTJ 같은 캐릭터…절망 속에 씨앗을”

김형서는 비비라는 이름의 가수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에게 노래와 연기는 매 한가지이다.

“음악할 때도 캐릭터를 만들어 그 안에 스며들었다. 캐릭터를 연기하는 가수다. 곡을 쓸 때에도 겪은 일과 사건을 담는다. (노래와 연기가)엄청 다른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비비가 이 정도는 할 줄 아는구나 생각해주면 좋겠다.”

그런 그에게도 ‘화란’의 칸 초청 소식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아싸! 야, 해냈다”며 신나게 반응했다는 그는 “칸에 오니 하늘은 파랗고, 햇볕은 하얗고, 아름답다”며 활짝 웃었다. 칸 레드카펫을 위해 멋진 드레스를 준비했다며 설레는 표정도 감추지 못했다.

영화 '화란'의 한 장면. 사진제공=플러스엠

김형서는 ‘화란’에서 아버지의 재혼으로 주인공 소년(홍사빈)과 한집에서 살게 된 소녀. 폭력적 현실에 시달리는 서로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주저하지 않는다. “잘못돼도 내 책임은 아니니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영화와 배역에 덤벼든 그는 극중 소녀가 “ESTJ 같다”고 말했다. MBTI(성격 유형 검사)의 한 가지로 “굉장히 계획적이면서 보이지 않는 절망 속에서도 어떻게든 하나하나 구축해가며 그 사이에서 희망을 찾으려고 한다”며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생각하고 노력하는 캐릭터”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씨앗론’을 펼쳐낸다.

“절망 속에도 씨앗이 있다는 생각을 사무치게 했다. 결국 이 씨앗이 할미꽃이 될지, 벼가 될지, 옥수수가 될지 모르지만 씨앗이 하나 주어진 것만도 감사하다.”

자신이 음악을 해온 것도 “쓸모를 찾아온 것”이지만 “더 큰 작품을 하고, 더 크게 성공해도, 이 계단을 아무리 밟아도 행복하다는 느낌이 없었다”는 그는 “어느날 명상을 하다 ‘아무 것도 아니어도 괜찮아’라는 희망”을 떠올렸다. 그것이 요즘의 자신을 살아가게 한다며 “다시 주변을 돌아보니 좋은 사람들 밖에 없더라. 매니저 오빠, 사장님, (홍)사빈 오빠, (송)중기 오빠, 감독님…. 이런 좋은 사람들에 싸여 있는데 내가 나쁜 사람일 리 없다”며 웃었다.

김형서에게 희망은 그렇게 사람들 사이에 있어 보였다. “자신이 쓰레기통에 버려진 듯 연약하지만, 그런 아무 것도 아닌 자신을 보고 사랑을 느끼는 사람이 어딘가에는 있다”는 믿음도 버리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영화 ‘화란’이 말하고 싶은, 또 자신이 세상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희망적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영화 '화란'이 제76회 칸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가운데 주역인 김형서가 22일 오후(한국시간) 프랑스 칸의 해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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