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단독인터뷰] 칸 수상 '홀' 황혜인 감독 "장편영화 잘 만들 일만"

2023-05-26 10:57 윤여수 기자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라 시네프' 부문 2등상 수상
    집안 맨홀 소재로 공포와 불안 심리 그려 잇단 호평 

[맥스무비= 윤여수 기자] “수상의 기쁨도 크지만 해외 관객에게서 감상평을 들을 수 있었던 것도 크게 다가옵니다.”

제76회 칸 국제영화제가 28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폐막을 앞둔 가운데 전 세계 각국 영화학교의 단편영화 경쟁부문인 ‘라 시네프’에서 ‘홀’로 25일 2등상을 거머쥔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 황혜인 감독은 수상의 영광을 누리면서도 자신의 작품에 대한 반응과 평가에도 귀를 기울였다. 이번 칸 국제영화제가 자신이 연출한 영화에 대한 관객의 시선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한 그는 이제 장편영화에 대한 꿈을 더욱 실감나게 키워가게 됐다.

영화 '홀'의 황혜인 감독(왼쪽)과 연출부원으로 힘을 보탠 최훈 감독. 칸(프랑스)=윤여수 기자
영화 '홀'의 황혜인 감독(왼쪽)과 연출팀원으로 힘을 보탠 최훈 감독. 칸(프랑스)=윤여수 기자

‘홀’은 황 감독과 함께 최훈 감독 그리고 류승희 프로듀서 등 한국영화아카데미 연출 및 프로듀싱 전공 동기생(39기)들이 힘을 모아 완성한 졸업작품이기도 하다. 1년 과정의 한국영화아카데미 수학 기간인 지난해 각자 2편씩 작품을 만들었던 이들은 이번 수상으로 한국영화의 ‘미래’가 어둡지 않음을 입증했다.

25일 오후 황 감독과 최 감독을 칸에서 만났다. 인터뷰는 ‘라 시네프’ 시상식 직전 진행해 수상 직후 황 감독이 밝혀온 소감을 보탰다. 전날 귀국한 류 프로듀서와는 문자메시지로 대화를 나눴다.

-수상을 축하한다. 소감이 어떤가.

류승희(이하 류) : 스태프 모두 고생과 노력을 많이 한 작품인만큼 좋은 결과가 나와 너무 다행이다. 사실 지금 명필름에서 일하고 있는데 회사에서 배려해줘 칸까지 올 수 있었다. 좋은 결과를 가져갈 수 있어서 기쁘다.

황혜인(이하 황) : 수상의 기쁨도 엄청 크지만 해외 관객에게서 감상평을 들을 수 있었던 것도 크게 다가온다. 영화를 만들기는 했는데, 이게 어떻게 (관객에게)가 닿을지 몰랐던 터라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칸 국제영화제 덕분에 조금이나마 반응을 볼 수 있어 감사하다. 이제 장편영화 잘 만들어낼 일만 남은 것 같다!

황혜인 감독은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것을 기념해 이름과 전화번호 등은 물론 ‘홀’의 이미지를 활용해 스스로 만든 명함을 건넸다. 그만큼 칸 국제영화제에서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게 된 것이 “신기했다”는 그는 “장편영화를 찍어서 한번 더 오고 싶다”면서 “그때는 기분이 다를 것 같다”며 웃었다.

그가 연출한 ‘홀’은 아동학대 피해자로 추정되는 한 남매의 집을 찾은 사회복지사가 이들의 방 안에서 커다란 맨홀을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기묘한 이야기를 그렸다. 방 한가운데 자리한 맨홀과 그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음산함과 이를 바라보는 사회복지사의 불안과 공포를 담아냈다.

-어떻게 ‘홀’을 구상했나.

황혜인 : 불안이 많은 사람이 히스테릭함에 빠졌을 때 상황에 대한 관심이 크다. ‘홀’에서 방 한가운데 놓인 맨홀의 뚜껑은 언제든 열 수 있다. 하지만 또 아무리 닫아놓고 외면하려 해도 늘 눈앞에 보인다. 그런 곤란한 상황에 빠진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려 했다.

-이야기가 완결된 채 끝나지 않는다. 여러 해석이 가능하겠다.

황 : 정답은 없다. 시나리오 작업 당시 여러 버전으로 인물들의 전사를 만들어놨던 터라 보는 관점에 따라 이야기가 다르게 해석될 것 같았다. 불확실성이 어쩌면 영화 속 미스터리에 중요한 지점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장편영화로 이어가려는 생각도 있나?

황 : 좋을 것 같긴 하지만 이야기가 어디로 향할지는 나도 모른다. 다만 ‘홀’을 바탕으로 한 장편영화 시나리오를 쓸 생각은 있다.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 직장생활을 했다고 들었다.

황 : 단국대에서 영화를 공부한 뒤 영화제작사에서 2년 6개월가량 일했다. 현장과는 다소 먼 일을 했다.  창작 관련 일을 하고 싶었다.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입학했다.

-영화 연출의 꿈은 언제부터 키웠나.

황 : 대학을 졸업할 때쯤 본격적인 꿈을 꿨다. 소설 쓰는 걸 좋아해 미완성이기는 하지만 습작을 몇 편 쓰기도 했다.

영화 '홀'의 류승희 프로듀서. 사진제공=류승희
영화 '홀'의 류승희 프로듀서. 사진제공=류승희

-‘홀’은 한국영화아카데미 동기생들과 함께 작업한 작품이다.

최훈(이하 최) : 일종의 품앗이다. 연출·프로듀싱·촬영 등 각 정규과정 학생들이 1년 동안 2편의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이때 각 전공자들이 힘을 모아 서로의 작품에 힘을 보탠다.

황혜인 감독의 ‘연출팀원’을 자임하며 ‘홀’ 제작에 참여한 최훈 감독 역시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자신의 작품을 선보인다. 코미디 단편영화 ‘심장에서 가장 가까운’으로, ‘슬픈 젖꼭지 증후군’을 지난 남자가 짝사랑하는 여성과 겪는 해프닝을 그렸다.

-제작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류: 촬영 전부터 여러 어려움이 많았다. 방 안의 홀도 세트를 제작해야 했고, 살수차도 필요했다. 특히 아역이 나와 현장에서도 세심하게 신경써야 했다. 촬영감독인 박준용 학우와 제작팀 친구들이 너무 잘 도와줘 어려운것들을 잘 헤쳐나가며 마무리할 수 있었다.

-‘홀’ 작업 당시 황 감독에게 해준 조언이 있나.

최 : 영화가 좀 비어 있는 느낌이었다. 관객이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채워 넣으라고 했다. 하지만 황 감독은 듣지 않았다. 하지만 완성본을 보니 황 감독이 잘한 선택이었다.

황 : 자꾸 고치다보면 애초의 의도와 의미가 바뀌더라. 완결된 이야기가 있지만 내 의도와는 전혀 달라져 있었다.

-어떤 연출가와 프로듀서가 되고 싶은가.

최 : 예전엔 메시지 등 세상에 어떤 얘기를 내놔야 할까 고민했다. 지금은 ‘직업적’ 연출가가 되고 싶다. 지속가능한 연출자!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에 내 경험도 살짝살짝 넣는 코미디 장르의 영화를 하고 싶다.

황 : 사람들에게는 지옥 보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영화 자체는 지옥에 갇힌 것 같은 불안한 심리영화를 만들고 싶지만, 태도에선 언제나 신중함을 잃지 않는 감독이 되고 싶다. 불안한 심리를 긴 시간 지속하기 위해선 관객의 마음을 떠나게 하면 안되기에, 다루는 이미지와 이야기의 소재 역시 신중하게 고민하고 끝까지 책임지며 담아내는 감독이 되고 싶다. 

류 :  이런 질문을 받으면 항상 우리 부모님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끝까지 강단있게 만들어내는 프로듀서가 되고 싶다.

-한국영화가 길고 오랜 침체기를 겪고 있다. 지금 영화를 꿈꾸는 건 왜일까.

최 :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면서 내 감정을 찾아가게 하는 게 영화인 것 같다. 이미지에서 얻는 것을 찾아가는 게 재미있다.

윤여수 기자 / tadada@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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