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인어공주', 디즈니 실사화의 새로움과 안전함 사이

2023-05-31 09:30 조현주 기자

[맥스무비= 조현주 기자]

'흑인 인어공주'의 탄생으로 숱한 화제를 모았던 영화 '인어공주'가 지난 24일 개봉한 가운데, 캐스팅 논란과 별개로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한 서사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인어공주'(감독 롭 마샬)는 늘 바다 너머의 세상을 꿈꾸던 모험심 가득한 인어공주 에리얼(할리 베일리)이 조난당한 에릭 왕자(조나 하우어 킹)를 구해주며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따라 금지된 인간 세상으로 나아가는 모험을 그린 디즈니 실사 뮤지컬 영화다.

'인어공주' 스틸컷 (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인어공주' 스틸컷 (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 할리 베일리, 작품 공개 이후 좋은 평가 얻어

1837년 덴마크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이 쓴 '인어공주'는 1989년 동명의 월트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했다. 인어공주라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전 세계인들에게 각인된 것은 물론 '언더 더 씨'(Under the Sea) '파트 오브 유어 월드'(Part of Your World) 등의 OST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인어공주'는 전 세계에서 2억3500만달러(약 3097억원)의 이익을 거두며 디즈니의 제2전성기를 알렸다.

이번 '인어공주' 실사 뮤지컬 영화를 둘러싼 논란은 2019년 디즈니가 에리얼 역에 가수 겸 배우 할리 베일리를 캐스팅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팬들은 굳이 원작 속 빨강 머리의 백인이 아닌 레게 머리를 한 흑인이어야만 했냐며 캐스팅을 문제 삼았다. 흑인 배우 캐스팅을 두고 일부에서는 최근 히어로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을 통한 디즈니의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이 빚은 결과물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앞서 디즈니는 OTT 플랫폼 디즈니+를 통해 공개한 작품 '피노키오'의 요정과 '피터팬&웬디' 속 팅커벨 역할에 각각 흑인 배우인 신시아 에리보와 야라 샤히디를 내세운 바 있다. 현재 실사 영화로 제작 중인 '백설공주'는 '스노우 화이트'(Snow White)라는 원제에도 불구하고 백설공주 역할을 라틴계 배우인 레이첼 지글러에게 맡겼다.

제작 단계에서 빚은 우려에도, 영화 공개 이후 주인공 할리 베일리는 아름다운 노래 실력과 인간 세계에 호기심을 지닌 에리얼을 매력적으로 그렸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자신의 꿈과 사랑을 위해 용기 있게 나아가는 에리얼은 원작의 이미지와는 다소 다를지 몰라도, 세상의 편견을 넘어서는 할리 베일리의 모습과 교차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인어공주' 스틸컷 (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인어공주' 스틸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신선한 캐스팅 VS 스토리 라인은 원작 답습

캐스팅으로 새로움을 준 '인어공주'는 다만 스토리에서 안전함을 선택해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영화는 에리얼을 백인에서 흑인으로, 에리얼의 자매들을 다인종으로 바꿨다. 또한 악역인 울슐라(멜리사 맥카)와 에릭 왕자에게 서사를 부여하는 등 몇몇 설정 값을 바꾼 것을 제외하고는 원작의 내용을 그대로 답습한다.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에게 기대지 않고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것 역시 최근 영화들의 흐름에 빗대 그리 새롭지 않다. 34년 만에 실사화됐지만, 원작 그 이상을 바라는 관객이 느낄 법한 색다름은 없다.

CGV 실관람평을 보면 "디즈니의 실사화가 이제 진부하다" "애니메이션과 구도까지 똑같이 만들 거면 영화를 새로 만들 이유가 있을까?" 등의 의견이 눈에 띈다.

국내 개봉 첫날인 24일 관객 4만7624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2위로 출발했지만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4위로 내려 앉았다. 30일까지 누적관객 수는 47만명이다.

이현경 영화평론가는 "탄탄한 기본 관객층을 바탕으로 안전한 서사를 구축하면서도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디즈니의 강박이 보이기도 한다. 그런 것들이 다인종 캐스팅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며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두는 디즈니인 만큼, 캐스팅을 굳이 한 인종으로만 국한 지을 필요는 없었을 것 같다"고 평했다.

이어 "'백설공주'는 제목 자체가 '스노우 화이트'인데, 굳이 주인공의 인종을 바꿀 필요가 있었나 싶다"며 "선입견을 깨는 시도가 또 다른 문제를 낳는 걸 경계해야 되지 않을까 한다"라고 짚었다.

'인어공주' 스틸컷 (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인어공주' 스틸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말레피센트' '신데렐라' '정글북'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 킹' '덤보' '뮬란' '크루엘라' 등 수많은 디즈니의 2D 애니메이션 실사화 프로젝트, 디즈니 라이브 액션을 선보였던 디즈니는 앞으로도 고전 IP를 활용한 실사화 작업을 이어간다. 올해 '피터팬&웬디' '인어공주'를 시작으로 내년 3월 '백설공주'와 7월 '무파사:라이온 킹'이 공개된다. '아더왕의 검' '알라딘2' '노틀담의 꼽추' '밤비' '로빈 훗' '헤라클레스' 등도 제작 중이다.

이현경 평론가는 "이미 실사화 영화는 한 사이클을 돈 느낌"이라며 "올해 100주년을 맞이한 디즈니가 앞서 받았던 성적들을 정리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고 하지 않을까 한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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