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캐스팅" 의문 극복한 '닥터 차정숙' PD의 신인사용설명서

2023-06-09 07:30 조현주 기자
    JTBC 역대 시청률 4위로 종영한 '닥터 차정숙' 이끈 김대진 PD

[맥스무비= 조현주 기자]

지난 4일 18.5%(이하 닐슨코리아·전국기준)로 JTBC 역대 시청률 4위로 종영한 '닥터 차정숙'을 연출한 김대진 PD는 "마음 속으로는 5%만 나와도 체면치레하는 거라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드라마는 그의 바람(?)을 훌쩍 넘어 1회 4.9%의 시청률로 출발해 곧바로 7.8%를 넘어섰고, 4회 만에 11.2%를 기록했다.

"무서웠어요. 과연 그럴 만한 드라마인 건지 반성도 했죠. 비결이요? 코로나19가 해제 수순을 밟으면서 그동안 답답했던 분들이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웃으면서 볼 수 있었던 게 필요하지 않았나 싶어요. 대단하지는 않지만 차정숙의 말 한마디가 억눌렸던 것들을 터뜨려준 거죠. 여기에 시청자들이 엄정화와 차정숙을 겹쳐서 봐준 것도 한몫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건 모두 결과론적인 이야기라, 하하."

● "가족드라마, 불쾌함 줄이고 유쾌함 더하고"

20년차 가정주부에서 1년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엄정화)의 성장기를 그린 '닥터 차정숙'은 의학드라마의 외피 속에 경력단절 주부의 성장기를 그렸다. 엄마, 아내, 며느리로서 자신의 삶을 이어가던 주부가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희생과 헌신이 디폴트값이었던 극중 차정숙의 의사 도전은 대리만족과 동시에 시청자의 응원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고부갈등, 불륜, 출생의 비밀 등 막장 소재를 과도하게 표현하지 않은 연출로 거부감을 덜었다. 김대진 PD는 "가족드라마니까 불쾌한 장면은 최대한 줄이고 유쾌하게 가려고 했다"고 짚었다. 때문에 서인호(김병철)의 불륜녀 최승희를 연기한 명세빈과도 많은 대화를 나누며 시청자들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승희의 이야기를 다룰수록 불쾌할 거라는 걸 알아서 많이 나올 수가 없었죠. 명세빈 씨는 조금씩 나와도 빈 서사를 채울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승희가 '나를 왜 낳았냐'는 딸에게 '네가 너무 보고 싶었어'라고 눈물을 흘리는데, 시청자들을 흔들고 싶었어요.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을 떠나서 엄마라면 역경 속에서도 아이를 보고 싶어하지 않았을까요?"

● "이타적인 엄정화, 모두가 현장을 좋아해"

사실 '닥터 차정숙'은 촬영을 다 마치고 나서도 편성에서 밀렸다. 내부 시사에서도 좋은 평가를 얻지 못했다. 김 PD는 당시를 "불안의 기운이 감돌았다"고 돌이켰다. 주연을 맡은 엄정화의 걱정 역시 컸다. 방송이 나간 뒤 엄정화는 김 PD한테 "쫑파티 다시 하자"고 제안했다. 당시 마음이 불편해 제대로 즐기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김 PD는 "다행히 잘 돼서 안심하고 있고, 이제는 편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 유랑단으로 무대에 서고 있는데, 자신 있게 무대를 즐기라고 말해주고 있다"며 미소 지었다.

연출자 입장에서 엄정화는 연기를 하는 배우 그 이상의 의미였다. 매회 피드백을 주고받았고, 후배들에게는 좋은 롤모델이 됐다.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달궈주면서 배우와 스태프 모두가 가고 싶은 즐거운 현장을 만들었다.

"엄정화 씨의 가장 훌륭한 점은 이타적이라는 거예요. 카리스마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열고, 서로 의논을 해나가면서 가장 좋은 장면을 만들어갔어요. 선배가 그런 모습을 보여주니까 후배들도 준비를 많이 해왔죠. 하물며 가장 선배인 박준금 씨도 준비가 철저했어요. 정화 씨를 중심으로 서로를 도와주니 모두가 현장을 좋아했죠.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편안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 김대진 PD의 신인사용설명서

'닥터 차정숙'을 통해 엄정화, 김병철, 명세빈 등 관록의 배우들은 물론 로이 킴 역 민우혁, 차정숙과 서인호의 아들과 딸을 각각 연기한 송지호와 이서연 그리고 그룹 구구단 출신의 조아람, 임현수, 김예은, 소아린 등 조연들도 주목을 받았다. 주연 외 거의 모든 캐스팅에 관여한 김 PD는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캐스팅이 약한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배우들에게 골고루 스포트라이트가 쏠렸다.

"오디션에 들어가기 전에 캐스팅 디렉터의 추천 외에 각 소속사의 모든 프로필을 받아봐요. 캐릭터가 필요한 요건을 갖춘 프로필을 찾는데, (서정민의 여자친구이자 외과 레지던트 3년차)전소라 역할의 조아람 씨도 그렇게 찾았어요. 미팅 장소에 들어올 때부터 소라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죠. 오디션 때 대사를 읽는 것보다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에요. 배역을 위해 하얗게 불태워줄 수 있는 배우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아람 씨는 의사인 사촌언니를 만나서 연습한 덕에 회장님 살리는 장면에서 자문을 할 정도로 능수능란하게 잘 해줬어요. 벌써 업계에서 관심을 보이는 것 같더라고요. 몇 년 안에 감독님들이 믿고 써줬으면 좋겠네요."

2000년도에 MBC에 입사한 김 PD는 여전히 "드라마를 대하는 마음은 같다"며 "시대가 바뀌고, 나도 방송사를 나왔지만, 여전히 좋은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고 소망했다. 이어 "연속극, 장르물, 코미디 등 장르 상관없이 사람과 관계에 대해 잘 표현된 드라마는 언제든지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강엔터테인먼트,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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