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족이었다가, 의사였다가'…한석규가 움직이면 시청률도 따라온다

2023-06-09 17:18 조현주 기자
    '서울의 달'→'뿌리깊은 나무' →'김사부'
    작품성·시청률 모두 잡은 저력

[맥스무비= 조현주 기자]

"그때 당시 한국영화는 한석규 씨가 나오는 영화, 나오지 않는 영화 두 가지로 나뉘었다."

배우 전도연이 얼마 전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꺼낸 말이다. 1990년대 중·후반은 '한국영화=한석규'라는 공식이 있었다. 특히 한석규는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효시인 '쉬리'의 대성공으로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일군 배우로 일컬어진다.

누구나 한 번쯤 따라 하고 싶은 중저음의 깊고 부드러운 목소리 톤, 선함과 악함을 오가는 평범한 듯 친숙한 얼굴 그리고 사극, 로맨틱 코미디, 느와르, 멜로 등 어느 장르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서울의 달'에서 사기꾼 제비, 김홍식 역을 맡았던 한석규 (사진제공=MBC)
'서울의 달'에서 사기꾼 제비, 김홍식 역을 맡았던 한석규 (사진제공=MBC)

● '충무로 제왕' 이전 '서울의 달'이 있었다

한석규는 드라마를 통해 먼저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다.

1990년 KBS 공채 성우로 데뷔한 한석규는 이듬해 MBC 공채 탤런트에 합격해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아들과 딸'(1992년), '파일럿'(1993년)을 통해 스타로 발돋움했다. 이어 '서울의 달'(1994년)까지 히트를 하면서 한석규는 명실상부 흥행 배우로 입지를 굳혔다.

서울 달동네에서 신분 상승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서울의 달'(극본 김운경·연출 정인)은 당시 평균 40%대의 시청률(닐슨코리아·전국기준)로 방송 내내 1위를 기록했고, 48.7%의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다.

'바른 생활 사나이'의 이미지가 강했던 한석규는 '서울의 달'에서 신분 상승을 꿈꾸며 시골에서 상경한 사기꾼 '제비' 김홍식 역을 맡아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서울에 올라와 성공하고 싶었던 홍식은 당시 서민들의 욕망을 대변하는 캐릭터로 인기가 높았다.

'뿌리깊은 나무'에서 세종 역을 맡아 열연한 한석규 (사진제공=SBS)
'뿌리깊은 나무'에서 세종 역을 맡아 열연한 한석규 (사진제공=SBS)

● '뿌리깊은 나무로'로 마주한 제2전성기

'호텔'(1995년) 이후 영화에 전념했던 한석규는 2011년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극본 김영현 박상연·연출 장태유 신경수)를 통해 16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뿌리깊은 나무'는 조선 세종시대 훈민정음 반포 전 7일간 경복궁에서 벌어지는 집현전 학사 연쇄살인 사건을 다뤘다.

한석규가 연기한 세종은 그동안 여타 드라마에서 그려진 세종과는 사뭇 달랐다. 극 중 세종은 다혈질에 욕도 잘하고 급한 성격을 지녔다. 세종의 옷을 입은 한석규의 입에서 "지랄하고 자빠졌네"가 나왔을 때는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한석규는 자애로움과 근엄함, 불타는 학구열과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정신으로 역사 교과서에 존재한 세종을 현실 세계로 불러냈다. 백성의 고단한 삶을 어루만져 주던, 역사상 최고의 성군으로 꼽히는 세종은 한석규라는 배우를 만나 생동감 있게 살아났다. 이에 드라마는 최고 시청률 25.4%를 기록했고, 한석규는 그해 SBS 연기대상에서 배우 인생 최초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우리나라 의학드라마 최초 시즌3까지 이어지고 있는 '낭만닥터 김사부' 속 한석규 (사진제공=SBS)
우리나라 의학드라마 최초 시즌3까지 이어지고 있는 '낭만닥터 김사부' 속 한석규 (사진제공=SBS)

● '김사부'가 시즌3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저력

과연 '욕쟁이 세종'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했지만, 한석규는 '낭만'을 말하는 의사로 다시 한번 자신의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우리나라 의학드라마 최초로 시즌3까지 이어지고 있는 '낭만닥터 김사부'(극본 강은경 임혜민·연출 유인식 강보승)는 지방의 돌담병원을 배경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위급한 환자들을 살리려는 진짜 의사들의 긴박한 사투를 그린다.

한석규는 이 작품에서 '괴짜 의사' 김사부(본명 부용주) 역을 맡아 2016년 방송된 시즌1부터 시즌3까지 열연을 펼치고 있다. 시즌1과 시즌2(2020년)의 최고 시청률은 각각 27.6%와 27.1%. 한석규는 2016년 SBS 연기대상에서 '뿌리깊은 나무' 이후 다시 한번 대상을 받았다.

빌리 조엘의 '더 스트레인저'를 카세트테이프로 듣는, 낭만이 살아있는 김사부에게 중요한 것은 오로지 환자를 살리는 것뿐이다. "살린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살린다"를 모토로 하는 김사부의 가치는 의학 드라마가 줄 수 있는 긴장감과 박진감에 휴머니즘을 더하며 독보적인 시리즈로 자리매김했다. 

범접할 수 없는 실력으로 환자를 살리고, 제자들에게는 거침없이 일침을 가하다가 따뜻한 인간미를 보여주는, 이 시대 참된 어른이라 할 수 있는 김사부는 한석규의 진정성 넘치는 연기력과 만나 깊은 울림을 안기고 있다. '낭만닥터 김사부'가 시즌3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김사부라는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한 한석규의 저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4월28일 12.7%로 시작한 시즌3은 12회 14.4%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12회에서 시즌1에 출연했던 강동주(유연석)가 돌담병원으로 컴백하면서 터닝 포인트를 맞이한 가운데, 후반부로 달려가는 시즌3이 어떤 전개를 선보일지 관심이 집중된다.

'낭만닥터 김사부3' 한석규와 유연석의 재회 장면 (사진제공=SBS)
'낭만닥터 김사부3' 한석규와 유연석의 재회 장면 (사진제공=SBS)

조현주 기자 / joo@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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