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없다' 김성수 감독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이정재‧정우성 이야기

2023-08-27 15:05 박미애 기자
    '팝업 시네마: 부안 무빙' 26일 '태양은 없다' 야외상영 참여 
    정우성, 이정재과 함께 했던 치열했던 영화 현장 이야기 

[맥스무비= 박미애 기자]

"원래 영화는 정우성이 죽기로 돼있었어요."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영원한 잘생김 투샷. 이정재와 정우성을 지금의 '청담부부'로 만들어준 영화 '태양은 없다'의 비화가 공개됐다. 원래의 엔딩은 극중 인물 도철(정우성)의 죽음으로 끝난다는 사실. 개봉 24년 만에 감독이 직접 털어놓은 '이제는 말할 수 있다'다. 

'태양은 없다' 상영 및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한 김성수 감독. 사진=김대일 작가.
'태양은 없다' 상영 및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한 김성수 감독. 사진제공=카다 크리에이티브 랩 | 김대일 사진작가

김성수 감독은 26일 오후 8시 전북 부안 변산 해수욕장에서 열린 '팝업 시네마:부안 무빙'(Pop-Up Cinema: Buan Moving)의 초청작 '태양은 없다' 상영 이후 가진 관객과의 대화(GV)에서 비화 한 가지를 폭로(?)했다. 자신을 만나기 위해 서울에서 변산까지 찾은 '태양은 없다' 팬의 요청에 이같이 응답했다.

"원래는 정우성이 죽는 거였어요. 영화의 첫 장면에서 도철이가 링에 쾅 떨어지잖아요. 원래는 처음과 끝 장면이 비슷했죠. 그런데 우성씨가 촬영 중간에 '감독님, 저 안 죽으면 안 돼요?' 그래요. 제가 '너 죽어야 돼' 말했더니 우성씨가 자기는 다 죽는 것만 했다면서 안 죽었으면 바라더라고요. 듣고 보니 우성씨가 연기했던 배역들이 죄다 그런 거예요. 배우가 배역에 몰입하다 보면 배역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어린 배우였으니까 더 힘들었나 봐요. '비트' 찍고 나서 엄청 힘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정우성의 출세작 '비트'는 주인공 민(정우성)의 죽음으로 비극적으로 끝이 난다. 정우성의 이같은 하소연을 납득한 김성수 감독이 장고 끝에 내린 결정은 이번엔 홍기 역의 이정재를 죽이는 것이었다. 불똥이 이정재에게 튄 것이다.

'태양은 없다'는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미남배우 이정재, 정우성의 리즈시절을 담은 영화로도 지금까지 회자되다. 사진=김대일 작가.
'태양은 없다'는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미남배우 이정재, 정우성의 리즈시절을 담은 영화로도 지금까지 회자된다. 사진제공=카다 크리에이티브 랩 | 김대일 사진작가

"정재씨를 불러다가 '너가 죽어라' 그랬어요. 시나리오도 홍기가 병국(이범수)를 해쳐서 두려워하다가 압구정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것으로 고쳤는데, 둘이서 무슨 얘기가 있었던 건지, 이번에는 정재씨가 '저도 안 죽으면 안 돼요?' 그러더라고요. 그때 제작자가 제 친구여서 '쟤네 안 죽겠다 그러는데 안 죽이면 안 돼?' 물었더니, 그 친구가 '너 미쳤냐? 하나 죽고 안 죽고에 따라서 스코어가 엄청나게 달라지는데'라면서 펄쩍 뛰었죠."

제작자뿐 아니라 영화에 돈을 대는 투자사(당시 삼성영상사업단)의 입장도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한다였다. '원래대로 가시죠'라는 투자사의 요구에도 젊은 감독의 패기와 젊은 두 배우가 똘똘 뭉쳐 "저희 안 죽을래요" "너희 안 죽일 거야"라며 제작자 및 투자사와 옥신각신 끝에, 영화는 도철과 홍기가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끝나는 해피엔딩(?)을 맺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쟁취는 옳았다. '태양은 없다'는 밑바닥 인생을 그렸지만 언젠가는 그들의 삶에도 볕 들 날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그렸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랑을 받았고, 두 배우는 이 영화를 계기로 24년 우정을 나눌 수 있었다.

김성수 감독은 "이정재 정우성은 '모래시계' '비트'로 그 당시에도 이미 엄청난 스타들이었다"며 "지금도 젊은 스타들이 많지만 당시 두 사람은 20대 젊은 남자배우 치곤 가늠하기 힘들 정도의 인기를 누린 스타였다. '태양은 없다'는 그 두 사람에게 빚진 게 많은 영화"라고 영화의 인기에 대해 겸손하게 얘기했다.

변산 해수욕장에 마련된 야외 상영관에서 '태양은 없다'를 관람하는 관객들. 사진=김대일 작가.
변산 해수욕장에 마련된 야외 상영관에서 '태양은 없다'를 관람하는 관객들. 사진제공=카다 크리에이티브 랩 | 김대일 사진작가

김성수 감독은 또 자신이 생각하는 청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저도 젊을 때는 청춘에 대해서 끊임없이 방황하고 좌충우돌하고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를 표출하면서 불나방처럼 사는 시기라고 생각했어요. 나이 먹어서는 그때 생각했던 청춘과 지금 생각하는 청춘이 달라요. 제가 겪어보니 젊은 시절의 삶과 그 이후의 삶이 크게 바뀌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때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일을 겪고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서 나머지 인생을 그런 관점으로 살아가게 되는 거 같아요.  시야가 좁고 실제 경험하지 않고 글로만 (인생을) 공부한 사람은 좁은 길로 가는 것 같고 조금 더 부딪치면서 여러 경험을 한 사람은 나이 먹어서도 계속 부딪치면서 가는 것 같더라고요. 정답은 없는데 청춘은 자신의 세계관이 만들어지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이밖에도 김성수 감독은 '태양은 없다'가 자신들의 친구들의 이야기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점, 도철과 홍기라는 배역의 이름도 친구들의 이름을 한자씩 따 만든 이름이라는 점, 지금 들어도 세련된 OST가 60~70년대 올드팝이라는 점, 본격적으로 영화용 형광등(키노플로)을 쓴 첫 번째 한국영화라는 점 등 흥미로운 이야기로 늦은 시간에도 관객과의 대화를 집중력 높은 시간으로 완성했다.

일부 팬은 행사가 끝난 뒤에도 남아 감독과 담소를 나누고 사진도 찍으며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태양은 없다' 개봉 당시에 홍보용으로 제작된 스틸 사진을 배경으로 찍은 '슈퍼스타 샷'. 사진=김대일 작가.
일부 팬은 행사가 끝난 뒤에도 남아 감독과 담소를 나누고 사진도 찍으며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태양은 없다' 개봉 당시에 홍보용으로 제작된 스틸 사진을 배경으로 찍은 '슈퍼스타 샷'. 사진제공=카다 크리에이티브 랩 | 김대일 사진작가

이날 행사장에는 '태양은 없다'와 김성수 감독을 만나기 위해 외지에서 온 팬들도 다수였다. 이들은 상영 및 관객과의 대화가 끝난 뒤에도 감독과 기념 촬영 등으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었다.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열리는 '팝업 시네마:부안 무빙'(Pop-Up Cinema: Buan Moving)은 늦여름 저녁, 아름다운 노을로 물들어가는 변산의 바닷가에서 5편의 영화를 무료 상영하는 프로그램으로 개막작 '변산'을 시작으로 '엽기적인 그녀' '태양은 없다'까지 이틀간 3편의 영화가 관객을 만났다.

마지막 날인 27일에는 '델타 보이즈'와 '젊은 남자'가 상영한다. 오후 5시에는 네 청춘의 노래 경연 도전기를 그린 '델타 보이즈'의 상영 및 배우 백승환‧김충길의 관객과의 대화가 이뤄진다. 오후 8시에는 성공을 꿈꾸는 삼류 모델의 이야기로 이정재를 젊음의 표상으로 만든 '젊은 남자'의 상영과 배창호 감독의 관객과의 대화가 예정돼 있다.

'팝업 시네마: 부안 무빙'은 전북 부안군(군수 권익현)이 주최·주관한다. 서울과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영화를 비롯한 전시·공연 등 다양한 한국문화를 글로벌 무대에 소개해온 기획사 '카다 크리에이티브 랩'(대표 전혜정), '영화 중심'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맥스무비', 헤리티지 아웃도어 브랜드 'Snow Peak'(스노우피크)가 함께한다.

※이 기사는 부안군청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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