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웃집 남자> 윤제문 ① “공감 주는 망나니 연기했다”

2010-03-10 17:04 맥스무비취재팀 기자

[맥스무비= 맥스무비취재팀 기자]

‘윤제문의, 윤제문에 의한, 윤제문을 위한 영화’. 뻔하고 게으른 수사일 테지만, 이것 말고 <이웃집 남자>를 정확히 설명할 방도는 달리 없어 보인다. 그만큼 배우 윤제문의 에너지로 러닝타임 100분을 꽉꽉 채워가는 작품이다.

‘윤제문’과 ‘주연’의 조합은 왠지 낯설다. 그럴 만 하다. 오랫동안 스크린의 전경 보다는 후경에서 활약해온 탓이다. 그 동안 윤제문은 <열혈남아> <비열한 거리> <차우> 등에서 개성파 조연 배우로 경력을 쌓아 왔다. 가장 최근에는 드라마 <아이리스>로 낯을 익힌 터였다.

그런 그가 이번에 주연을 맡았다. 그것도 ‘단독 주연’이다. 이는 괜한 감투가 아니어서 정말로 그가 등장하지 않는 씬이 거의 없을 정도다. <이웃집 남자>는 돈과 여자를 신봉하는, 어찌 보면 유별날 것 없는 사내 ‘상수’의 악다구니를 그려낸 작품. 몰염치와 파렴치를 바삐 오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내내 징글 맞다가도 또 어느 순간 측은해진다.

지난 3월 9일 화요일 오후 2시. <이웃집 남자>의 언론시사가 있었던 바로 다음 날이었다. 서울 논현동에 있는 어느 카페에서 윤제문을 만났다. 그를 만나러 가는 길에 눈이 조금씩 흩날리더니, 이날 밤에는 난데 없이 전국 곳곳에 폭설주의보가 내려졌다.

3월에 왠 폭설인가 싶었다. 그때 <이웃집 남자>의 오프닝에 깔리던 윤제문의 나지막한 내래이션이 문득 떠올랐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희박한 확률이래도 그것이 일어나는 것이 인생’이라고. 그러게나 말이다. 3월에 왠 폭설이란 말인가.

영화 개봉이 당장 다음 주(3월 18일)인데, 심정이 어떤가요.심정이요? (웃음) 글쎄, 첫 주연인데 관객 분들도 많이 와서 봐 주시면 좋겠고. 일단은 떨리죠. 어떻게 봐주실 지, 관객 분들은 어떤 평가를 내리실 지 기대도 되고요.

어제 언론 시사 때 무대인사 나오셨는데, 표정이 별로 안 좋아 보이시더라고요.(웃음) 긴장해서 그래요. 기자 분들이 너무 많이 오셔 가지고 긴장을 너무 많이 한 것 같아요.

그러셨군요. 무슨 안 좋은 일 있으신 줄 알았어요.절대 그런 건 아니고요.

첫 주연작입니다. 또 원톱으로 가는 영화고. 영화를 보니까 진짜 단독 주연이시던데요. 두어개 씬 빼고는 안나오는 씬이 없으시던데. 다른 건 제쳐 두고, 일단 체력적으로 힘드셨을 것 같아요.그렇죠. 여름에 촬영을 해 가지고. 7월에 촬영을 했거든요. 한달 동안 이 영화를 찍은 건데, 너무 더웠어요. 더우면서도 제가 출연 배우들을 다 상대해야 하니까 체력도 많이 달리고.

첫 주연이시라 부담이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솔직히 이야기하면 크게 부담을 느끼진 않았어요.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되지 뭐’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연기라는 것이 잘 하려고 하면 더 잘 안 되니까 크게 부담을 안 갖고 ‘편하게, 솔직하게 하자’ 라는 생각을 했어요. 주연이 좋은 것도 있죠. 조연 같은 경우는 한 면만 보여 주는데, 주연 같은 경우는 뭐랄까, 내면이랄까, 앞 뒤 그런 것들이 풍성하게 보여지니까 좋았죠.

어제 영화도 공개됐고, 이제 윤제문 씨 연기에 대한 호평이 마구 쏟아질 것 같습니다. 글쎄요. 정말 잘 봤어요? 아, 그렇구나. 신기하네요.(웃음) 전 제가 잘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어제 말했듯이 시간도 많고, 예산도 있었으면 여유롭게, 풍성하게 찍어서 편집을 했으면 좋았을텐데, 감독님도 어제 막걸리 한잔 하면서 그런 말씀을 하셨고. 아쉬움이 있죠. 하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어제 작품을 보니까 ‘잘 나왔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 스스로 평가했을 때 제가 그렇게 잘 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부족한 점만 보이고 부끄럽지, 잘했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이전 작품들로 <비열한 거리>도 있고, <열혈남아>에서는 비중이 꽤 크셨고, <마더>도 있네요. 이들 영화에서 악역, 조폭 등을 연기하셨는데, 아무래도 외모 때문이 아닐까요. 맞아요. (웃음) 외모 때문이죠. 제가 20대 때 연극을 하면서 아버지 역을 했으니까. 그 때 박해일 씨가 제 아들 역을 했었고. 그러니까 뭐 이 얼굴이 쭉 가는 거죠. 좀 늙어 보이는, 나이 들어 보이는.

자신의 얼굴이 마음에 드시나요. 마음에 안 들죠. 더 잘 생겼으면 좋겠죠.(웃음)

그런데 <차우>에서는 의외라면 의외랄 수 있는 코미디 연기를 했습니다. 관객 입장에선 ‘저 배우가 이런 연기도 잘 하네.’ 라는 생각을 많이 가졌을 텐데요. 원래 <차우> 시나리오는 그런 캐릭터가 아니었어요. 정말 심각하고 포스 있는 사냥꾼 역이었는데. 촬영하면서 (신정원)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많이 고치시고, 캐릭터에도 많이 손을 대시면서 약간 코믹한 쪽으로 가게 되었죠.<이웃집 남자>에서는 그간의 연기들이 모두 집대성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작들에서 보여준 강한 캐릭터, 그리고 <차우>의 코믹한 이미지 등등. 이번 작품에서는 코믹한 장면도 있고, 능글맞아 보이는 장면도 있고 말이죠. 시나리오를 처음 받아서 읽었을 때 정말 좋더라고요. 그래서 ‘이거는 무조건 해야겠다. 하고 싶다’ 그랬었죠. 어떤 배우든 좋은 시나리오 받으면 욕심이 나잖아요. 그래서 오케이 했고, 열심히 했고, ‘더 열심히, 진지하게 했어야 하지 않았나’ 라는 아쉬움 같은 게 있고….

처음에 시나리오 읽고서 ‘상수’ 캐릭터에 공감을 하셨나요?제 주변에 그런 사람들을 봤거든요.

본인 얘기는 아니시죠.(웃음)저는… (웃음) 저는 절대 아닙니다.

그렇다면 연기할 때 주변 분들을 참고 하셨겠네요. 제가 굳이 관찰을 한다든가 하진 않고, 같이 술 한잔 하다 보면 ‘이런 사람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오고, 시나리오를 보면 ‘아 맞아. 누구 누구!’ 그러는 거죠.

‘상수’라는 캐릭터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해 하셨나요. 망나니죠. 망나니.(웃음) 자기 멋대로 하잖아요. 돈 벌려고 막, 동네 후배도 방 빼라고 해 놓고 자기 손해 안 보고, 어떻게든 이익을 보려 하고, 그러면서 가정이 있는데도 여자는 좋아하고, 정말 자기 멋대로 사는 거죠. 덕분에 저도 편하게 막 연기 했어요.

캐릭터를 잘 살리기 위해 습관, 말투 같은 것들을 고민하신 게 있나요. 그렇진 않아요. 저는 주로 ‘이렇게 내가 해야지’ 라고 생각하고 촬영장에 가서 연기를 안 해요. 그렇게 현장에 가면 또 현장 분위기하고 안 맞아요. 그 생각에 갇혀 버리니까 대사만 외우고서 현장에 가서 모든 것을 느끼려고 하죠.

애드립이나 즉흥 연기는 거의 안 하시는 편인가요. 네. 그런 건 안 하는 편이에요. 정말 필요할 때, 우러 나온다든가 할 때 외엔 제가 굳이 그런 걸 하고 싶지도 않고, 깔끔하게 정해진 것만, 그 안에서 진실하게, 진지하게 하려고 했지.

상수는 아내가 바람 피우는 현장을 몰래 쫓습니다. 그리고 불륜 상대인 친구를 때리고 나와서 울잖아요.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앞선 행적들을 보면 그런 걸로 눈물을 보일 위인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죠. 그렇죠.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현장에서 “우는 건 좀 오버가 아니냐” 라는 생각이 들어서 감독님에게 이야기 했어요. “자기는 더 해 놓고서, 더 망나니처럼 해 놓고선 자기 와이프가 바람폈다고 우는 건 아닌 거 같다.” 라고 말했더니 감독님이 “그렇지 않다” 라고 하시더라고요. “이거는 울어야 한다. 상수에게 회의감이 쌓여 있었고, 와이프와 믿었던 친구가 배신을 했기 때문에 울어야 좋을 것 같다.” 라고 말씀 하셨어요. 우는 거야 어렵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 완성본을 보니까 소감이 어떠세요. 어제 영화 보면서도 ‘안 울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안울면 예술 영화가 된다고, 울어야 대중 영화가 된다고.(웃음)

상수는 젊은 정부도 있고, 아내가 “이혼하자” 라고 하니 이혼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이고. 밖에서 할 짓은 다 해도 가정은 지키고 싶어 하는, 그게 보통 남자들일까요. (웃음) 그런 것 같아요.

영화 개봉하면 동년배 남성 관객들이 많은 공감을 할 것 같고, 또 영화 만드신 분들도 그걸 기대하고 계실 것 같은데요.아무래도 공감 하시겠죠. 술 먹고 노는 것을. (웃음) 모두들 아등바등 살아가고, 특히 우리 40대 대부분은 ‘인정을 더 받고, 더 나아가는 나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죠. 자기가 겪었던 일일 수도 있고. 언젠가 주변에서 보았던 모습일 수도 있고. 많이들 공감하실 거에요.

이번에는 노출 연기도 꽤 됩니다. 몸매 관리는 일부러 안하신 것 같고.(웃음) 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살 좀 빼려고 했더니 감독님이 “상수 캐릭터는 살을 빼는 게 아니다.” 그러시던걸요. 몸매가 좋을 필요도 없고. 배도 좀 나와 있으면 좋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상수는 돈과 여자에 집착하잖아요. 배우 윤제문에게 ‘돈’과 ‘여자’는 무엇인지, 어느 정도 비중일까요. 글쎄요. 어떻게 이야기 해야 하나. 솔직히 여자는 좋아하고, 돈도 좋아하고. 그렇죠 뭐. 하하.

▶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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