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영화 <이웃집 좀비> ‘옥탑방 투어’ 밀착 동행기

2010-03-15 20:04 맥스무비취재팀 기자

[맥스무비= 맥스무비취재팀 기자]

2,000만 원의 초저예산으로 작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관객상과 심사위원특별상을 휩쓸었을 뿐 아니라 최근 일본에 판매된 옴니버스식 영화 <이웃집 좀비>의 4명의 영화감독이 지난 3월 14일 옥수동 옥탑방에서 관객과 조금은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이날 4인 4색의 감독과 만남은 ‘옥탑방 투어’ 이벤트로 진행됐다. <이웃집 좀비> 공식 블로그를 통해 오영두 감독과 장윤정 감독이 자신들의 보금자리이자 <이웃집 좀비>의 촬영지인 옥탑방으로 관객을 초대한 것이다.

옥탑방으로 향하는 길은 험난하기만 했다. 홍보사 직원은 “자주 와봤지만 올 때마다 적응이 안 되는 고비가 있다.”며, 금호역에서 출발할 때부터 겁을 줬다.

완만한 언덕길도 잠시, ‘눈이 오면 사람이 어떻게 다닐까’ 싶은 가파른 언덕에 다다르자 홍보사 직원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높은 건물을 올려다보듯 고개를 들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가파른 계단을 오른 것만으로 숨이 절로 거칠어졌다.

“어서 오세요.”라고 반갑게 맞아주는 감독들을 뒤로한 채, 우선 물 한 잔부터 얻어마셨다. 한숨을 돌리고서 주변을 살피자 발아래로 빼곡하게 펼쳐진 지붕들이 눈에 들어왔다. “힘은 들어도 경치는 괜찮죠?”라며, 집 주인 오영두 감독이 친근하게 다가왔다.

오영두 감독은 “가끔 새들이 추격전을 벌이기도 한다. 마치 <탑건>을 방불케한다.”라며, “얼마 전 생일 선물로 받았다.”는 전자 담배를 입에 물고 쾌활하게 웃었다.

<이웃집 좀비>의 촬영지를 찾는 날이라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화이트데이임에도 불구하고 오전에 맑았던 하늘은 먹구름이 몰려와 우중충해지기 시작하더니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기세였다. 거친 바람과 함께 을씨년스럽기까지 한 날씨는 정말 ‘좀비’스러웠다.

옥탑방으로 손님이 찾아오자 장윤정 감독은 물부터 챙겼다. 역시나 옥탑방을 찾은 그들도 거친 숨을 몰아쉬며, 땀까지 흘리고 있었다. 그들은 감독이 챙겨준 물을 마시고 한숨 돌리고서야 주변을 돌아봤다.

PM 2:00 M.T 같은 분위기의 간담회

류훈, 오영두, 장윤정, 홍영근 감독을 포함해 ‘옥탑방 투어’ 이벤트에 참여한 관객 7 명까지 옥탑방에 들어서자 이미 옥탑방은 가득 차버렸다.

장윤정 감독이 직접 쪄온 고구마와 함께 다과를 내왔다. 그리고 커피를 맛있게 내린다는 오영두 감독은 직접 커피를 손님들에게 대접했다. 은은한 커피 향과 달콤한 고구마 냄새가 옥탑방을 메웠다.

마땅히 앉을 자리도 찾기 힘든 좁은 크기 때문에 이벤트 참여자들은 조금은 불편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것을 신경 썼다면 애당초 하늘에 닿아 있는 이곳까지 오지는 않았을 터, 다들 기대에 찬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화기애애하고 편안한 분위기에 류훈 감독은 “M.T 같은 분위기다.”라고 넌지시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이번 ‘옥탑방 투어’ 이벤트에 참여한 독립영화 열혈 팬들은 고등학생부터 대학생, 직장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이웃집 좀비>라는 공통 관심사로 한데 뭉쳐 이야기를 나눴다.

감독 중 맏형 류훈 감독, 부부 사이인 오영두 감독과 <이웃집 좀비> 특수 분장을 담당한 장윤정 감독, “4 명 중 막내”라는 것을 강조한 홍영근 감독이 차례로 자기소개를 했다.

이어 이벤트 참여자들은 블로그를 통해서 이벤트에 응모한 덕분인지 자신의 실명을 공개하기 보다는 아이디명과 함께 간단한 자기소개를 했다.

후배의 소개로 영화를 접하고 또 매료돼 이벤트에 응모했다는 영문과 대학생 ‘sanya’ 씨, 독립 영화를 좋아해서 관심을 가지고 이벤트에 참여했다는 ‘라분’ 씨, 10년 전 인연을 스크린에서 보고 이벤트에 참여한 ‘하콩’ 씨, 괴수영화를 좋아해서 동호회를 운영하고 있다는 ‘괴수의 왕’ 씨와 동호회 부운영자 ‘트레인’ 씨, 촬영과 시나리오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 ‘고전마니아’ 씨, 프로 못지않은 바둑실력 뿐 아니라 대회에도 출전한 경력을 소개해 감독들을 놀라게 한 ‘바둑소년’ 씨.

이벤트 참여자들은 자기소개가 끝나자, 류훈 감독이 말했던 ‘M.T 같은’ 분위기처럼 감독들에게 질문을 하기도 하고, 감독들의 농담에 웃고 즐겼다.

4 명의 감독들이 과시한 입담에 이벤트 참여자들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영화에 대한 열정을 과시하듯 감독과 대화에 참여했다.

PM 3:00 <이웃집 좀비> 속 감독 찾기

감독들과 관객들이 <이웃집 좀비>에 대한 에피소드를 나누던 중 자연스럽게 영화 메이킹 필름 공개가 이뤄졌다. 이날 이벤트 참여자들은 감독이 공개한 메이킹 필름 뿐 아니라 2008년 12월에 방송된 4 명의 감독이 등장했던 다큐멘터리 KBS-1TV <사미인곡>을 함께 보며 직접 감독의 코멘터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이벤트 참여자들의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 냈던 것은 단연 <이웃집 좀비>에서 좀비 분장을 하고 등장한 류훈 감독과 홍영근 감독 찾기였다. 이날 이벤트에 참여한 관객들은 대부분 “영화를 두 번 봤다.”며, “두 번째 볼 때는 감독님 얼굴을 찾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오영두 감독은 “여기 등장하는 발이 영근이고, 습격하는 좀비도 영근이고, 좀비 소리도 영근이다.”라며, 관객이 눈치 채지 못한 홍영근 감독 모습들을 확인시켜줬다. 류훈 감독 역시 “벽에 기대고 죽어 있는 것이 나다.”라며, 자신이 출연한 부분을 강조하고, 열정적으로 영화 제작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4 명의 감독의 열정에 이날 이벤트 참여자들은 숨죽인 채 감독의 말을 경청했다. 이벤트 참여자들이 빛나는 눈으로 몰입했기 때문인지 4 명의 감독은 신이나서 더욱 열정적으로 코멘터리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오영두 감독은 일본 유바리 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 참석해 구혜선과 일본 배우 오구리 ??을 만났다는 것을 인증하기 위해 사진을 공개했다. 오영두 감독은 “구혜선 옆에 내가 서있었는데 언론에는 나를 빼고 오구리 ??과 구혜선만 찍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영두 감독은 “그래도 난 나은 거다.”며, “구혜선과 오구리 ?? 가운데 얼굴만 나온 사람은 여기 사진에는 찍혀 있지만 언론사 사진에는 포토샵 처리돼 없어져버렸다.”고 폭로해 모두를 폭소케 했다.

PM 5:00 이마가 넓어 좀비 분장이 편한 류훈 감독의 코믹 좀비 변신

영화 <이웃집 좀비> ‘옥탑방 투어’ 이벤트에 참가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했던 특수 분장을 장윤정 감독이 시범을 보였다. 장윤정 감독은 “직접 해봐도 좋다.”라고 했지만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

결국 이마가 넓어 좀비 분장을 하기 편하다는 이유로 4 명의 감독 중 류훈 감독이 좀비 분장을 하게 됐다. 류훈 감독이 의자에 앉자마자 이벤트 참여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장윤정 감독은 류훈 감독이 “이 액체는 3일 썩힌 고등어 냄새가 난다.”는 볼멘소리에 불구하고 하얀 액체를 얼굴에 바르고, 중간 중간 우둘투둘한 피부를 위해 휴지를 붙였다. 그리고 장윤정 감독이 류훈 감독의 얼굴에 파운데이션을 바르자, 류훈 감독은 더욱 하얀 피부의 좀비로 변해갔다.

실리콘이 굳자 장윤정 감독은 그 주변에 붉은 색으로 메이크업을 시작했다. 이어 장윤정 감독은 “훈이 오빠는 혈관이 잘 어울린다.”며 류훈 감독 얼굴에 혈관을 그리기 시작했다. 장윤정 감독의 손길이 바빠질수록 이벤트 참여자들의 입에서는 감탄의 소리가 절로 터져 나왔다.

마지막으로 장윤정 감독은 물엿과 식용색소 등으로 직접 만든 인공 피를 꺼냈다. 그러자 류훈 감독은 “이제 좀비가 차이고 밟히면서 두들겨 맞을 시간이다.”라고 농담을 던졌다. 장윤정 감독은 실리콘으로 만든 상처에 피가 굳은 모양을 표현한 뒤 흐르는 피를 연출했다.

좀비 분장을 한 감독은 이벤트 참여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다양한 표정과 행동을 선보였다. 이에 다들 사진을 찍는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장윤정 감독은 “정식으로 특수 분장을 하면 시간이 많이 걸려서 간단하게 했다.”고 말했다. 30분 남짓한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장윤정 감독에 의해 좀비로 탈바꿈한 모습은 정말 좀비 같았다.

이날 옥탑방을 찾은 손님 중 권하나 씨(아이디 : 하콩)는 오영두 감독과 10년 전에 우연히 만났던 사이다. 권하나 씨는 “10년 전 오영두 감독이 자신에게 연락처를 줬다.”고 고백해 오영두 감독의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오 감독은 “번역 일을 하고 있다.”는 권하나 씨의 말에 “영화 번역을 부탁하면 되겠다.”며 자신의 난처한 상황을 회피하고자 했다. 권하나 씨는 오 감독의 이러한 내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연락 달라.”며, 10년 전의 우연한 인연을 이어갔다. 권하나 씨에게 10년 전 상황을 좀 더 자세히 듣고자 인터뷰를 요청했다.

Q. 구두를 신고 옥탑방까지 올라오는 것이 힘들지 않았나?A. 예상보다 계단에서 많이 힘들었다. 운동 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운동을 해야겠다고 느꼈다.

Q. 영화 <이웃집 좀비>가 오영두 감독의 작품이란 것을 알고 본 건가? A. 아니다. 남자친구가 좀비 영화를 좋아해서 보게 됐다. 사실 난 이런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웃집 좀비> 때문에 남자친구와 다투기도 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알게 됐다. 그래서 이벤트에도 참여하게 됐다.

Q. 오영두 감독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사연인가?A. 10년 전 학교 앞에서 촬영이 있었다. 그 당시 배우가 송승헌이라 구경을 나갔다. 그때 스태프로 있던 오영두 감독이 외국 사람처럼 너무 잘생겨 연예인이 될 거 같아서 오영두 감독에게 가서 사인과 연락처를 받았다.

Q. 10년 만에 다시 만나니까 기분이 어떤가?A. 반가웠다. 기억해줘서 고마웠다. 당시 소품을 사기위해서 같이 슈퍼를 갔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상당히 과묵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Q. ‘옥탑방 투어’ 이벤트에 참여한 소감이 어떤가?A. 꿈꾸는 것 같고 가슴이 벅차다. 마치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영화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가진 감독과 독립 영화에 대한 열정을 보여준 관객이 만난 자리는 이들이 함께 있어 즐겁고 유쾌했다. 이날 이벤트 참여자를 포함해 취재 기자마저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류훈, 오영두, 장윤정, 홍영근 감독의 매력에 흠뻑 취해버렸다.

사진 : 권구현 기자

맥스무비취재팀 기자 / maxpress@maxmovie.com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 maxpress@maxmovie.com
<저작권자(c) 맥스무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0/ 500
      사업자등록번호 211-88-91225 l 통신판매업 신고번호 제2016-서울강남-02630호 l 대표이사 정이은
      ㈜아시아트리뷴 l 06054 서울특별시 강남구 언주로 732, 세종빌딩 3층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 아 02730 | 등록일자 2013년 7월 11일 | 제호 맥스무비 닷컴 | 발행인 : 정이은ㅣ편집인 : 이은지

      Copyright ⓒ Asiatribune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