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알고 보면 더 재밌다 <베스트셀러>

2010-04-13 17:56 맥스무비취재팀 기자

[맥스무비= 맥스무비취재팀 기자]

하늘 아래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 <베스트셀러>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표절’을 소재로 삼은 작품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백희수가 외딴 마을 별장에서 우연히 딸의 이야기를 듣고 쓴 소설이 표절시비에 휘말리면서 자신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미스터리, 액션 스릴러, 호러 세 가지 장르를 한 편의 영화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 팬들의 구미를 자극하고 있다. 인물의 심리 변화를 따라 영화를 보다 보면 상이한 장르가 어느 새 물 흐르듯이 하나의 장르가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베스트셀러>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당신에게 영화를 보기 전 알고 보면 좋은 정보들을 소개한다.

엄정화, ‘나홀로 광주’ 신세였다

화면에 예쁘게 나오는 것을 싫어하는 여배우는 없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엄정화는 외모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 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에서 하루 아침에 표절작가로 낙인 찍힌 ‘백희수’의 심리를 제대로 그려내기 위해 엄정화는 척추뼈가 드러날 정도의 체중감량과 부스스한 머리에 노메이크업도 불사했다.

엄정화가 작품을 위해 기울인 노력은 이것 뿐만이 아니다.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캐릭터를 더 극적이고 디테일하게 표현하기 위해 명예욕이 강한 사람들의 행동 유형에 대해 주의 깊게 연구했다. 촬영 현장에서도 그녀의 노력은 이어졌다. 예민함을 최상으로 표현하기 위해 촬영이 있는 날이면 하루 종일 식사를 금했으며, 감정선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외부 활동을 일체 중단했다. 제작진은 “광주에서 촬영할 당시 촬영이 없던 크리스마스에도 서울에 올라가지 않고 혼자 광주에 남아 있었다.”며 그녀의 캐릭터 몰입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저수지 찾아 전국 방방곳곳 헤매

극중 주인공 백희수의 작업공간이자 스토리의 주축이 되는 외딴 별장을 찾기 위해 제작진은 엄청난 다리품을 팔아야 했다. 사람이 죽어 나가도 아무도 모를 만한 외진 곳을 찾는 것이 제작진의 1차 숙제였다. 그것 뿐이라면 어려움은 덜했겠지만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저수지가 별장 근처에 있어야 했다. 제작진은 세트를 세울 부지와 저수지를 선택하기 위해 무려 250여 곳의 저수지를 돌아 다녔다.

‘1950년대 한국전쟁 당시에 지어진 서양인 선교사 사택’이라는 시나리오 상의 설정도 지켜야 했기 때문에 충분한 자료조사를 한 뒤 별장을 설계했다. 당시 시대 상황을 살리기 위해 제작진은 현대식 자재가 아닌 목재와 벽돌만을 사용했다. 제작진의 이 같은 노력이 없었다면 영화가 지니고 있는 미스터리한 분위기는 지금보다 반감되었을 것이다. 참고로 제작진이 이 별장을 짓기 위해 소요한 제작비는 4억 원이다.

동네 청년회장은 <추노>의 ‘곽한섬’.

연극계의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노장 배우 이도경, 드라마 <추노>에서 곽한섬을 연기해 인기 급상승중인 조진웅, <세븐 데이즈>에서 잔혹한 살인범 ‘정철진’을 연기하며 관객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긴 최무성, 수많은 영화에서 보여준 코믹 연기로 사랑 받아온 조희봉, 매 작품마다 범상치 않은 캐릭터를 선보인 오정세까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종횡무진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들의 연기만 봐도 관객은 포만감을 느낄 것이다. 영화 전체의 균형을 잡아준 이들의 활약을 지켜보는 재미가 만만치 않다.스릴러 전문 촬영 감독이 찍었다

감독과 배우의 힘만으로 완성되는 영화는 없다. <베스트셀러>는 충무로에서 이름값 하는 스탭들이 합류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들 스탭들의 면면은 ‘드림팀’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화려하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 <세븐 데이즈>, <전우치> 등에서 감각적이고 속도감 넘치는 미장센으로 호평을 받으며 각종 영화제를 휩쓴 비주얼리스트 최영환 촬영감독, 김성관 조명감독, 신민경 편집기사가 <베스트셀러>에서 또 다시 찰떡 호흡을 선보인다. 최영환 촬영감독은 캐릭터의 미묘한 감정선을 살리면서 중심을 잃지 않는 카메라워크를 보여준다. 빠른 영상편집을 자랑하는 신민경 편집기사는 과감하지만 디테일한 부분은 놓치지 않는 리드미컬한 호흡으로 극의 집중력을 배가시킨다. <말아톤>, <세븐 데이즈>의 음악을 작업한 김준성 감독의 긴박감 넘치는 선율도 일품이다.

호러, 미스터리, 스릴러 죄다 들었다

<흡혈형사 나도열>, <좋지 아니한가>,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등의 조감독을 거치며 탄탄한 연출 실력을 쌓아온 이정호 감독은 표절이라는 소재 안에서 비판이나 옹호, 어느 한쪽에 치우치는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 대신 신인답지 않은 특유의 대담함과 밀도 있는 연출로 승부수를 건다. 백희수의 욕망이 기억을 잠식해 버린 초반은 하우스 호러의 냄새를 풍긴다. 그리고 그녀가 세상의 편견에 맞서 싸울 때는 미스터리와 스릴러의 향이 짙다. 다채로운 장르가 한 편의 영화에서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지, 감독은 제대로 알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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