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S 다이어리 > 공유 - 사랑을 몰랐던 ‘유인’을 변명하다

2004-10-19 20:38 맥스무비취재팀 기자

[맥스무비= 맥스무비취재팀 기자]

“강도 높은 섹시 코미디를 기대하고 오신다면 좀 실망하실 지도 몰라요.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미리 말씀드리는데, 감독님과 배우들이 이 영화에서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한 여자가 자기 자신을 찾아가고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거였어요.”

그런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싸이더스 HQ 시놉시스 공모전 대상 수상작인 <전도연의 섹스 다이어리>를 원작으로 제작된 < S 다이어리 >에는 확실히 원작만큼의 섹스 어필은 없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는 제목의 뉘앙스나 도발적인 홍보문구 역시 실제 영화의 느낌과는 조금 다르다. 김수로, 공유, 이현우 영화 인생 최초의 베드씬이 등장하는 영화의 전반부 부터 과장된 복수극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영화의 후반부까지, < S 다이어리 >는 ‘섹시’ 보다는 ‘코미디’에 충실한 영화다. 그렇지만 섹시함은 구체적인 ‘상황’에서만 유발되는 것이 아니다. 김선아의 감정선을 따라, 마치 나의 연애 상대인양 사랑의 감정을 품게 하는 세 남자가 뿜어내는 매력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섹시’ 하다! 그 중에서도 공유! 매력만점 섹시가이 공유의 매력을 만나보자.

“제가 이걸 어떻게 해요. 저는 이럴 때 이렇게 하는 이런 애랍니다. 안 그럴거 같아 보이지만 고지식하고 보수적인 애라 이런 캐릭터는 표현하기 힘들거 같습니다. 한다 해도 어줍잖은 연기가 나올 거구요”

걱정으로 시작한 영화였다. 의심도 품었다. 그런 그에게 감독은 “아니다. 네 안에 꿈틀대는 뭔가가 내 눈에는 보인다. 다만 네가 자제하고 있을 뿐이다. 이 영화에서 나래를 펼쳐봐라. 더구나 이 영화는 자극적이기만 한 섹시 코미디가 아니다. 우리의 주제는 여자의 성장이고, 이 영화는 <러브 액츄얼리> 같은 웰메이드한 로맨스 영화가 될 것이다”고 장담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 했는데 찍어 놓고 보니까 제가 진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보이더라구요. 감독님 믿고 찍은 것이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선아 라는 배우가 옆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구요.”

그는 연기라고 말한다. < S 다이어리 >에서 공유는 누나를 사랑하는, 철부지, 마마보이, 싸가지, ‘유인’ 그 자체였다. 영화를 보기 전이나 후나 대신할 배우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얼마 전 개봉한 <슈퍼스타 감사용>의 ‘박철순’을 떠올리면 공유의 연기는 재평가 받는 것이 마땅하다.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 그 까불던 ‘종수’가 대사 두마디 가지고 나와서 폼잡는 게 과연 될까, 사람들이 그걸 보고 어색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저도 하고 사람들도 많이 했는데 영화가 잘 나와서 다행이에요. 아이돌적인 이미지나 가벼운 이미지가 아닌 진중하고 남성적인 면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거기 잘 부합했고 사람들의 평도 너무 좋아서 흡족한 작품이에요. <슈퍼스타 감사용>은 정말 제가 원했던 영화고 시간이 많이 지나도 기억에 남을 작품이에요. < S 다이어리 >도 그렇게 되겠죠.

“< S 다이어리 >의 ‘복수’라는 게 사실 코믹하잖아요. 조금 유치하기도 하고. 그렇지만 현실에서 그런 상처를 받는 일들이 분명히 있는 거고, 영화에서 그 상처에 대한 복수를 과감하게 해주잖아요. 선아 누나의 대사처럼 그들이 “유치하게도” 다 당해주고 있구요. 거기서 어떤 대리 만족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통쾌해하셨으면 좋겠고 많이 웃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여자의 디테일한 부분들을 잘 살린 영화니까 남자 분들이 보시고 좀 자각해서 여자들한테 잘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웃음)”

< S 다이어리 >를 말하는 공유의 태도는 자신만만 보다는 애정충만에 가까웠다. 욕심이다, 안어울린다는 주변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나이나 외모나 현실적인 이유로 받아볼 수 있는 시나리오에 한계가 있어도. 직업적인 배우로써 상업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지금 당장은 힘들더라도 언젠가는 스타의 태를 벗고 진정한 배우로 거듭나길 원하는, 보기보다 욕심 많은 남자 공유에게 < S 다이어리 >는 완벽하지 않아도 사랑스러운 영화인 듯 했다.

“지니(김선아)와 유인(공유)의 사랑이 시작되는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경쾌한 음악이 흐르면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시작되는 키스와 계단을 내려서자마자 옷을 찢어가면서 시작되는 배드씬인데 잊지 못할 장면이에요. 그 장면 보시면 다리를 들고 행거 옆으로 떨어질 때 쿵하고 소리가 나는데 그거 효과음이 아니라 현장음이에요. 그게 첫 테이크였는데, 그 장면 찍을 때 이빨을 부딪혀가면서, 입술이 부을 정도로 격렬했기 때문에 우리 몸을 우리가 조정을 못하고 선아 누나 머리가 옷장 같은데 굉장히 세게 부딪혔어요. 근데 카메라에는 그 모습이 안 잡히고 소리만 들리니까 스탭들은 이 상황을 전혀 몰랐어요. 저만 혼자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소리만 듣고 저는 선아 누나 머리가 찢어진 줄 알았어요. NG라고 생각했는데 선아 누나가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왜이래에~” 하면서 그걸 이어가는 거에요. 어리벙벙해 있는데 거기서 제가 NG를 내면 선아 누나가 애써 살려놓은 씬을 날려버리게 되잖아요. 어찌어찌 씬을 끝내고 열 테이크 더 했는데 결국 첫 테이크가 오케이가 났어요.”

그렇게 격한 사랑으로 사람 혼을 빼놓을 때는 언제고. 후반부의 유인은 지독하고 잔인하게 지니와의 사랑을 모욕한다. 현실에서는 차이는 게 속편하다고 말하는 공유가 시나리오에도 없던 지니의 목을 조르는 장면에서는 살의가 느껴질 정도다. 지난 몇 달간 유인으로 살았던 공유는 유인을 변명한다.

“제 생각에는 유인이 좀 불쌍해요. 아직 어리거든요. 어리기 때문에 목 조르면서 그딴 말을 할 수 있는 거고. 사랑을 몰라요. 사랑을 알아도 표현하는 게 서툰 애야. 사실 유인도 진짜 사랑 한거에요. 지니를 만났을 때의 사랑은 유인에게 진실한 사랑이었는데 그런 게 생소했던 거지. 그전에 그런 경험이나 착오가 많았더라면 유인은 지니하고 결혼까지 했을지도 몰라. 근데 그런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진짜 사랑이 왔는데도 잡지 못한거죠. 지니와의 사랑 이후에 유인에게 다시 이런 사랑이 온다면 분명히 그 여자를 상처주지 않고 힘들지 않게 하고 그 여자를 잡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공유는 “지니가 좀 더 경험이 풍부하고 사랑에 노하우가 있는 여자였다면 그런 유인을 잘 구슬려서 충분히 자기 걸로 만들 수 있었을 거 같아요. 근데 지니도 연애경험이 없고 순진했던 여자였기 때문에 감당이 안되서 떠났던 거지. 솔직히 요즘에 그런 여자가 어딨어요.”라고 덧붙였다.

“수로 형은 설정이 어마무지 한 사람이에요. ‘야심만만’ 한다니까 1위 부터 5위를 맞추기 위해 멘트를 준비하는 사람이란 말이에요. 그것도 어떻게? 재밌게! 어떻게 보면 ‘오바’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분명 노력이에요. 그런 점은 배우고 싶어요. 선아 누나도 비슷한 스타일이에요. 정말 열심히 하고 또 잘해요. 코미디도 잘하고 액션도 잘해요. 달리는 장면 찍을 때 저는 치타가 달리는 줄 알았어요. (웃음) 현우 형 같은 경우는 자기 입으로 “10년 넘게 가수 이현우로 살아왔기 때문에 자기는 배우일 수가 없다”고 말하지만, 영화에서 구현이라는 인물에 이현우 만큼 적당한 사람이 있을까 싶을 만큼 적역이었던 거 같아요. 캐스팅에 있어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거 같아요. 감독님도 흡족해 하시고. 그러니까 감독님이 사우나 까지 와서 저를 설득하셨죠. (웃음)”

현장 분위기가 영화를 좌우한다는 말은 진짜다. 감독님, 배우들과의 작업에 대해 말하는 공유의 상기된 표정에서 현장의 즐거웠던 분위기가 느껴졌다. < S 다이어리 >는 딱 그만큼 경쾌하고 즐거운 영화다.

“관객들의 심리를 알다가도 모르겠는 게, <슈퍼스타 감사용>은 많은 사람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참패했잖아요. 영화가 아무리 좋았어도 제작사들이 그런 영화를 또 만들려고 하겠냐구요. 그런데 제가 생각했을 때 말도 안되는 어떤 영화들은 관객을 몇 백만 명씩 동원한다구요. 이러면 앞으로 무슨 영화를 해야 되냐구요. 마음은 제가 진심으로 좋다고 생각하는 영화를 해야지 하는데 이거 왜하나 싶은 영화도 상업적인 논리에 의해 해야 되는 게 현실이에요. 순수함을 잃어버리고 대세에 맞춰갈 수 밖에 없다는 게 안타깝죠.”

마지막 질문으로 사랑관을 묻고 인터뷰를 정리하던 와중에 갑자기 공유의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질문에 대한 답변은 아니었다. 갑자기 할말이 생각난 것도 아니었다. 배우로써, 자신이 걷고 있는 길에 대한 고민은 깊어지고 풀어야 할 일들은 많아진 공유는 시도때도 없는 숙제를 하고 있었다.

“사람들 선입견이라는 게 무서운 것 같아요. 제가 복잡하게 생각하고 고민하는 거에 비해서 사람들이 너무 간단하게 결론을 지어버리는 거에 대해서는 좀 억울하기도 해요. 그렇지만 그런 부분들에 대해 앞으로 연기로 보여드릴 수 있다는 자신감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기 때문에 제 상황에 맞춰 한 편 한 편 찍어 나가다 보면,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되었을 때 여러분들이 자연스럽게 느끼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지피지기 백전백승. 관객들을 고민하고 스스로를 살피는 공유에게 팬들을 대신하여 “배우는 연기로 말하는 법이다. 십 년 후, 이십 년 후, 연기로 기억되는 배우 공유가 되길 기대하겠다”고 말해주었다. 끝인가? 공유의 사랑관이 남았다. “사랑의 유통기간은 통조림보다도 짧다!” 사랑에 대한 꿈이나 환상은 없다는 뜻이란다. “사랑은 정의 내릴 수 없는 거 같다”고도 했다. 그래서? 공유의 결론은 이거다. 사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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