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레드아이> 김동빈 감독 - 철길에서 시작하고 끝난다

2005-02-01 13:15 맥스무비취재팀 기자

[맥스무비= 맥스무비취재팀 기자]

"자정시간에 떠나는 여수행 기차 타보셨어요?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비는 부슬부슬 내리는데, 텅빈 객실에 앉아서 창밖을 보면 자기 얼굴이 반사되거든요. 그런데 그게 내가 아니라 꼭 다른 누구인 것 같은 거예요. 그렇게 자연스러운 공포를 담고 싶었어요."

한국판 <링>을 만들었던 김동빈 감독이 6년 만에 최초의 트레인 호러무비 <레드아이>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한국에 호러영화 붐이 일어나기도 전인 1998년, 일본 공포영화 <링>을 리메이크함으로써 호러영화의 시작에 나섰던 그는 이후 두 편의 멜로영화와 한 편의 공포영화 작업에 참여했다. 그러나 "다들 어렵던" 지난 6년간 그 역시 수월치 않은 시간을 보냈다. 매년 한 작품씩 준비했지만, "몇몇 배우가 붙는 영화, 몇몇 감독이 잡는 영화가 아니면 안되는" 충무로 분위기에 따라 번번히 작품에서 손을 떼야 했다. 지난해 '자정을 지나는 유령열차'라는 독특한 소재의 힘으로 끝까지 달려온 <레드아이>를 만남으로써 영화에 배고팠던 김감독은 비로소 힘을 얻게 됐다. 그러나 열차를 소재로 한 공포영화는 동시에 대단한 위험과 부담을 안겨줬다.

"유령열차라는 독특한 소재만 믿고 뛰어들었다가 고생 좀 했어요. <레드아이>는 철길에서 시작해 철길에서 끝나는 영화예요. 열차 밖으로도 나가지 않습니다. 오직 직사각형의 협소한 열차내부 공간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런 여건에서 장편 상업영화를 끌고가는 게 여간 여러워야지요. 자정에 떠나 새벽에 도착하는 기차라 4~5시간 동안 사건이 시작하고 끝나야 한다는 시간적 제약도 있었어요. 시나리오랑 콘티 짜면서 절망이 이만저만 아니었습니다. "

김감독은 일단 70년대 기차가 나오는 영화를 구해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대부분 액션장르에 바깥공간으로 이동하는 비슷비슷한 형식으로 <레드아이>에는 도움이 되질 못했다.

김감독은 이런 구성을 따라가느니 철길을 벗어나지 않는 영화의 독특함으로 승부하는 것이 낫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도 막상 촬영을 시작하면 공간의 제약은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왔다. "귀신이 숨었다 나올 만한 구석도 없는 직사각형의 공간"은 감독에게 공포 그 자체였다.

배우 들어가고 카메라 들어가면 꽉 차는 협소한 곳에서 찍다보니 감독은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멀리서 '큐'를 줘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

"열차 내에 있는 조그만 공간이라도 찾아서 활용했어요. 똑같은 공간을 찍을 때는 일반렌즈 외에도 광각 렌즈와 망원렌즈를 이용해 공간에 변화를 줬구요. 나중에는 요만한 연결통로에서 10컷 이상을 찍는데, 거기서 새로운 장면이 나오더라구요."

아무도 찍어보지 않은 공포영화에 메뉴얼을 만드는 작업은 마지막까지 계속됐다. 김감독은 "고정관념을 버리고 할 수 있는 건 다해보자고 마음 먹었다."고 한다. 제대로 무섭게 한다는 원칙 하나만 지키고 단순하고 식상한 장면이 나올 만한 연출코드는 모두 버렸다고 했다. 그리고 거기에 '슬픔'을 덧입혔다.

"서양의 공포가 환타지와 특수효과에 기댄다면 동양에는 한과 공포의 정서가 있죠. 열차를 소재로 한 공포물이 서구에서는 환상특급으로 만들어지지만 한국에서는 다르게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레드아이>는 슬픈 공포를 담고 있습니다. 어떤 존재가 저쪽 세상으로 온전히 못 간 것에 대한 슬픔이죠."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라는 멜로 영화로 데뷔한 만큼 사람의 감정을 다루는데 익숙한 그는 귀신이 나오는 호로영화에도 인간세상의 드라마를 입히고 싶었다고 한다. "멜로 연기에 강한 배우"인 장신영, 송일국과의 작업은 그가 다루고 싶은 슬픔의 강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이제 후반 작업을 마치고 나면 슬프고 새로운 공포영화 <레드아이>가 드디어 눈을 뜬다. 여름이 아닌 2월 18일 한겨울 개봉을 목표로 하는 것이라 더욱 마음이 다급해져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굳이 겨울에 개봉하는 이유를 물었다. 무릎을 탁 치는 대답이 돌아왔다.

"공포영화의 개봉시기가 여름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질 필요가 있나요? 극장이 옛날처럼 추운공간도 아니고(웃음) 들어가면 여름이나 겨울이나 똑같은데, 5월에 시작해서 8월에 끝나는 영화로 만들 필요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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