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불량남녀> 신용불량 그 남자, 성격불량 그 여자

2010-10-26 15:27 맥스무비취재팀 기자

[맥스무비= 맥스무비취재팀 기자]

2010년 현재 우리나라의 신용 불량자는 무려 200만 명이다. 이는 단순히 통계적 수치에 그치지 않는다. 날로 어려워지는 경제사정으로 인해 궁지에 내몰리는 사람들이 그만큼 늘어가고 있다는 점을 뜻한다.

<불량남녀>는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빚을 소재로 삼은 영화다. 친구의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방극현(임창정 분)이 겪게 되는 해프닝은 사실 심각한 사건들이지만, 코믹 터치가 워낙 강해서 시종일관 웃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마냥 웃긴 것만은 아니다. 사람의 피를 말리게 하는 카드사 채권 팀의 빚독촉 전화를 받아본 사람이라면 극중 상황이 남 얘기로 들리지 않을 것이다.

<불량남녀>는 코미디 흥행공식의 여러 요소를 황금비율로 버무렸다. 그래서 보는 내내 웃음이 터져 나온다. 영화는 자신의 처지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 캐릭터의 아이러니를 통해 웃음을 만들어낸다.

과장된 상황과 인물의 현실적 설득력 사이에 균형을 유지하는 감독의 연출이 뛰어나다. 황당한 에피소드를 나열한 뒤 억지스레 서둘러 봉합하는 여느 코미디와 차별되는 미덕을 지녔다. 균형감 있고 오버하지 않는 코미디가 관객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암담한 현실을 극복하려는 인물들의 밝은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해지며 감동을 준다. 에피소드의 디테일을 풀어가는 감독의 연출도 칭찬하고 싶지만, 그 표현법이 흥미를 더한다.

<불량남녀>는 빚문제를 어둡고 심각하게 그리기보다는 밝고 유쾌하게 풀어나간다. 유사한 고민과 상황에 놓인 인물들의 관계를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의 단면을 보여준다. 빚을 지게 된 사람들의 맨얼굴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신근호 감독은 사사로운 감정을 버리고 객관성을 최대한 유지하려고 했다. 감독의 실제 경험이 토대가 된 스토리, 인물들의 내밀한 심리 묘사, 재기 넘치는 대사가 어우러져 시종 탄식과 폭소를 자아내고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웃음은 여유가 있어야만 부을 수 있는 적금 같은 것이 아니라 각박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려면 반드시 지녀야 하는 연민과 위로다. 일상에 존재할 법한 서민적인 캐릭터들이 힘을 합쳐 시련을 극복하는 과정 속에서 넉넉하게 웃다 보면 기분까지 좋아진다.

임창정과 엄지원은 상황과 대사에 충실한 연기로 관객들을 웃기고, 조마조마하게 하고 감동시킨다. 무심코 던지는 대사 한마디에 캐릭터의 개성을 담아내는 데서 임창정의 보이지 않는 연기 내공이 빛을 발한다. 언제 어떻게 하면 관객을 웃길 수 있는지 아는 임창정의 자신만만한 태도가 너무 드러나 보일 정도이다. 코믹 대사의 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엄지원은 요소요소에서 성공적인 코미디를 보여준다. 영화의 분위기가 후반부에 와서 멜로로 바뀌어도 어색하지 않는 건 엄지원의 연기 덕분이다. 임창정에 눌리지 않고 엄지원은 제 몫을 다 해냈다. 엄지원의 표정연기는 이번 영화로 그의 연기 스펙트럼에 코믹 장르가 추가됐음을 실감케 한다.

현실이 우울할수록 마음 놓고 웃을 수 있는 코미디 영화에 눈길이 간다. 극장에서라도 실컷 웃다 지치고 싶다면 <불량남녀>는 탁월한 선택이 될 듯 하다.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모습이 촌스럽게 다가오지만 연인들이 즐겁게 시간을 때우기엔 무리가 없는 작품이다. 빚이 삶을 힘들게 할지라도 희망은 버려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이 영화, 대책 없지만 제법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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