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나>의 이국적 이미지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비치>에서 그려진 세계 최고의 휴양지로 유명한 태국. 그러나 최근 세계 언론이 이곳을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적처럼 일어난 태국 영화의 르네상스 때문이다. 그리고 그 돌풍의 중심에는 논지 니미부트르 감독이 서있다. 논지 감독은 1997년 IMF가 아시아 전역에 퍼졌을 때 데뷔작 <댕 버럴리와 일당들>로 기존 태국 영화의 모든 흥행기록을 갈아치우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리고 1999년 두번째 작품 <낭낙>이 <타이타닉>을 제치고 4백5십만 달러의 흥행수익을 벌어들이며 태국 역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경신했다. <낭낙>은 1999년 아시아 퍼시픽 영화제에서 7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감독상을 비롯 5개 부문에서 수상했으며, 2000년에는 로테르담 영화제의 넷펙상(Netpac)을 수상했다. 또 제작자로도 유명한 그는 <낭낙> 이후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 작품성 높은 <방콕 데인저러스> <검은 호랑이의 눈물> <방라잔>을 제작, 밴쿠버 영화제 용호상을 비롯 각종 국제영화제를 휩쓸었다. 특히 2001년에 개봉된 <방라잔>은 30억원의 흥행기록을 세우며 올 상반기 영화 중 흥행수익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거칠 것 없는 그의 성공은 자국 내 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을 20%로 끌어올렸고, 할리우드 영화의 평균 상영일수를 6일에서 4일로 끌어내리며 태국 영화의 살아있는 신화를 만들어냈다. 이처럼 아시아 전역에서도 좀처럼 찾기 힘든 논지 감독의 신화는 남다른 작품해석과 1984년부터 시작한 뮤직비디오와 CF연출(태국의 CF 수준은 세계 수준급)에서 갈고 닦은 현대적 감각의 연출력에서 기인한다. 실제로 그를 최고의 스타로 만든 <낭낙>은 21 번이나 TV나 영화로 제작될 정도로 남녀노소 모두가 아는 태국의 전설. 전혀 새롭지 않은 이야기로 태국 역사상 최고의 흥행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죽은 아내 낭낙이 재혼한 남편에게 복수한다는 기존의 이야기를 뒤집어 죽음을 초월한 애절한 사랑 이야기로 재해석, CF 등을 통해 갈고 닦은 세련된 연출로 태국 관객들, 특히 젊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낭낙> 이후 작품 선정에 큰 부담감을 느꼈던 그는 결국 같이 일했던 메이저 영화사 필름 방콕사에서 독립 ‘시네마시아’라는 영화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2000년 겨울, ‘시네마시아’의 창립작품으로 <잔다라>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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