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기억하라! 1994 영화(1)

2013-12-04 03:52 맥스무비취재팀 기자

[맥스무비= 맥스무비취재팀 기자]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열기에 힘입어 1994년 그 때 그 영화를 소환했다. 다시 봐도 우리를 흥분시키는 1994년 화제작 15편. 글•구성 맥스무비 취재팀

<쉰들러 리스트>1994.3.5 개봉 |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 리암 니슨, 벤 킹슬리, 랄프 파인즈, 캐롤라인 구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게 첫 아카데미 감독상을 안겨준 영화. 2차 세계대전 당시 무분별하게 민간인을 학살했던 홀로코스트를 다룬 영화는 많았다. 하지만 <쉰들러 리스트>는 단순 폭력보다 휴머니즘에 더 주안을 뒀다. 그리고 무엇보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사실적으로 홀로코스트를 그려내려 했다. 오스카 쉰들러라는 실존 인물을 토대로 영화를 만든 것도, 출연한 배우들 모두 폴란드와 이스라엘의 무명배우들이었다는 점도 이 때문이다. 특히 1994년도에 개봉한 영화지만 흑백영상으로 만들었을 만큼 얼마나 사실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었는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쉰들러 리스트>는 국내 개봉 당시 극장 수입 100억 원 이상을 벌어들이며 1994년도 상반기 흥행 영화로 떠올랐다. 이 때문에 당시 복고풍 유행과 더불어 각종 영화와 CF에서도 화면 전체나 일부를 흑백으로 처리하는 일이 유행했다. 이지영 기자

<세가지 색-블루> 1994.4.23 개봉 | 감독 크쥐시도프 키에슬롭스키 | 출연 줄리엣 비노쉬, 베누아 레전트

<퐁네프의 연인들>(1992)을 본 한국 관객에게 줄리엣 비노쉬는 곧 '프랑스 영화'를 뜻했다. 그녀는 할리우드의 금발 여배우들과는 대척점에 놓였고, 그래서 좋아하는 여배우가 누구냐는 질문에 그녀의 이름은 언제나 교양과 깊이를 보장해주곤 했다. 1994년 한 해에 개봉한 그녀의 영화들은 대부분 뒤늦게 한국을 찾아왔다. 크쥐시도프 키에슬롭스키의 <세가지 색> 시리즈는 그래도 동시대에 볼 수 있었던 작품이다. <데미지>는 1992년도 영화였고, <나쁜 피>는 심지어 1986년도 작품이었다. 줄리엣 비노쉬를 향한 당시 시네필의 열광이 그녀의 영화를 개봉시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당시 서울에서 헤이즐넛과 블루마운틴을 팔던 커피숍들이 죄다 <세가지 색-블루>의 포스터를 붙이고 있었던 것도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강병진 기자

<스피드>1994.6.25 개봉 | 쟝 드봉 감독 | 키아누 리브스, 산드라 블록

그 여름, 키아누 리브스는 세상에서 가장 잘생긴 남자였다. 1991년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아이다호>, 캐스린 비글로 감독의 <폭풍 속으로> 때만 해도 각각 리버 피닉스, 패트릭 스웨이지의 존재감에 가렸던 게 사실. 그러나 <스피드>에서 경찰특수반 잭(키아누 리브스)이, 시한폭탄을 장착한 채 LA 시내를 질주하는 버스에 올라탄 순간부터 이 레바논 출신 배우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폭발시키기 시작했다. 1964년생 동갑내기인 상대역 산드라 블록과의 ‘케미’ 역시 질투 날 정도. 특히 잭이 버스 승객 애니(산드라 블록)를 껴안고 탈출하는 신은 문자 그대로 불꽃이 튀었다. 둘이 잠깐 사귀었다는 소문도. 감독, 배우 모두 신인이었던 <스피드>는 순전히 입소문만으로 서울 관객 87만4,225명을 동원했다. 키아누 리브스의 특색 없는 스포츠형 헤어스타일을 따라 했다 ‘피 본’ 피해자도 수두룩했다. 나원정 기자

<구미호>1994. 7. 23 개봉 | 박헌수 감독 | 고소영, 정우성, 독고영재

고소영과 정우성. 1997년 영화 <비트>로 1990년대 청춘의 아이콘이 된 ‘비트 커플’의 시작점이 바로 <구미호>였다. ‘최첨단 기술력을 동원한 한국 최초 SFX 영화’. 선전 문구는 떠들썩했지만, 개봉 초반 관객의 관심은 오직 고소영(TV 드라마에서 톡톡 튀는 신세대 역으로 인기 몰이 중이었다)에게 쏠렸고, 이내 상대역인 ‘뉴페이스’ 정우성에게로 옮겨갔다.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구미호(고소영)와 밤마다 야릇한 의식(?)을 치르는 택시기사 혁(정우성). <구미호>가 연기 데뷔작이었던 모델 출신 정우성은 어딘가 어설퍼 보였지만, 그건 그의 순진한 매력을 배가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구미호>로 스타덤에 오른 정우성은 이후 <비트>로 ‘한국의 제임스 딘’이 됐다. 90년대 정우성과 쌍벽을 이룬 ‘브로마이드 스타’ 이정재도 1994년 배창호 감독의 <젊은 남자>로 호평 속에 스크린에 주연 데뷔했다. 나원정 기자

<마스크>1994.8.20 개봉 | 감독 척 러셀 | 출연 짐 캐리, 캐머런 디아즈

지금은 코미디가 아닌 다른 장르에서 연기력을 인정 받는 배우지만 1994년 당시만 해도 짐 캐리는 흥행엔 성공해도 혹평 받는 ‘웃겨야 사는 남자’였다. 짐 캐리의 슬랩스틱 코미디이자 최초의 흥행작 <에이스 벤츄라>가 4월 30일 국내 개봉했고, 이어 8월에 개봉한 <마스크>는 독특한 마스크 분장과 짐 캐리의 전매특허인 안면근육 표정 연기, 현란한 특수 효과로 또 한번 관객을 열광시켰다. <마스크>는 캐머런 디아즈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여세를 몰아 12월에는 <덤 앤 더머>가 개봉하면서 짐 캐리는 1994년 최고의 할리우드 코미디 스타로 자리 잡는다. 이후 짐 캐리의 코미디 연기는 전 세계가 패러디하는 단골 소재가 됐고, 몇 년 후에는 스타 이병헌이 국내 TV 토크 쇼에 출연해 짐 캐리의 연기를 흉내 내기도 했다.

<트루 라이즈>1994.8.13 개봉 | 감독 제임스 캐머런 | 출연 아놀드 슈워제네거, 제이미 리 커티스, 톰 아놀드

1994년 국내 여름 영화 시장은 외화 3파전이었다. 1994년 전 세계 흥행 1위를 기록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언 킹>은 서울 관객 92만 948명을 동원하며 여름 시장의 승자가 되었고, 2위 <트루 라이즈>와 3위 <스피드>는 박빙의 승부였다. 두 영화는 각각 87만 4,6664명, 87만 4,225명을 동원했다. 관객 수는 불과 339명 차이였다. ‘직배 영화’로 불리던 외화 흥행작들 때문에 여름 극장가에서 한국 영화의 설 자리가 좁아진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트루 라이즈>는 <토탈 리콜>(1990) <터미네이터>(1991)를 함께한 할리우드 최고의 액션 스타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흥행 제조기’ 제임스 캐머런 감독 콤비가 다시 의기투합한 스파이 코미디. 1억 2,000만 달러(96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액션 대작인 만큼 화려한 볼거리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흥행작의 인기가 비디오 배급으로 이어지던 시절이어서 <트루 라이즈>는 11만 개가 판매되며 <포레스트 검프>를 제치고 1995년 상반기 국내 비디오 시장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1994.7.16 개봉 | 감독 마이크 뉴웰 | 출연 휴 그랜트, 앤디 맥도웰

로맨틱 코미디의 명가인 워킹타이틀의 존재감을 한국에 처음 알린 영화라고 해야 할까? 이 영화는 자기는 결혼도 못하면서 남의 결혼식 들러리나 서주는 찰스(휴 그랜트)와 그가 첫눈에 반한 여자 캐리(앤디 맥도웰)이 네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을 거치며 이루는 사랑 이야기다. 당시의 휴 그랜트는 처진 눈을 가진 별 볼일 없는 남자도 이토록 매력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고, 영화의 흥행에 힘입어 삽입곡인 Wet Wet Wet의 ‘Love Is All Around’도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강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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