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무비= 맥스무비취재팀 기자]
‘자기 인생도 책임지지 못하는 고등학생이 아이를 키우는 영화’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레퍼토리가 있다. 하루아침에 아기 아빠가 된 불량고등학생은 아기와 떨어지려고 노력하지만 결국엔 정이 들고 만다. 선정적이든 평범하든 고등학생이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의 결말은 시작부터 이미 정해져 있다. 이미 관객들에게 익숙한 설정, 그렇다면 흥행의 관건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얼마만큼의 재미와 감동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에 달려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기와 나>는 이야기를 어디서 시작하고 어디에서 끝내야 하는지 아는 감독이 만든 영화다.
졸지에 아기 아빠가 됐지만 준수(장근석)는 아직 아빠가 될 마음의 준비는 하나도 되지 않은 상태다. 생후 13개월 된 우람이(문 메이슨)를 맡게 되면서 준수가 겪는 수난은 성장의 아픔을 대변한다. 우람이를 만나기 전까지 그는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희망과 계획이 없었다. 고등학생이 아이를 가지면 문제아로 낙인을 찍어 버리는 우리의 현실. 그 속에서 준수는 위태롭지만 어쨌든 성장해 나간다. 아이를 통해 달라지는 준수의 모습이 코믹하게 녹아든 이 판타지적 성장담은 보는 이가 누구이건 받아들이고 즐기기에 별 무리가 없다.
현실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는 청소년이 아이를 키우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 영화가 돋보이는 점은 바로 그러한 무거운 주제들을 코믹하면서도 경박하지 않게 풀어냈다는 점이다. 영화는 준수가 자신에게 배달된 아이를 만나면서 겪는 변화에 집중한다. 아기 우람이를 통해 성장해 가는 준수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이들을 둘러싼 인물들의 자잘한 에피소드도 흥미롭다. 소재가 품을 수밖에 없는 진부한 설정들을 신선한 감각으로 포장해낸 감독의 재능이 반짝반짝 빛난다.
<아기와 나>는 감정이 앞서 일을 그르치기 십상인 십대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보여준다.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김진영 감독은 실제 고등학생들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만약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발로 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감독이 진심을 다해 만든 인물들의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밝은 미소를 짓게 만든다.
우리는 모두 어머니에게 모자란 자식이다. 이런 메시지는 준수의 못난 행동들을 통해 명쾌하게 전달된다. 매일 말썽만 일으켜 부모님 속을 썩이던 준수는 일련의 사건들을 계기로 좌절의 경험을 겪으며, 그 속에서 인생의 참된 의미와 성숙을 깨달아 긴다. 눈물이 날 것만 같은 장면과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는 장면이 불협화음을 보이지 않는 것도 이 영화가 지닌 매력 중의 하나다.
확실한 이야기 진행이 돋보이는 <아기와 나>는 재미가 가미된 성장영화를 한 편 보고 나온 것 같은 훈훈함을 주는 영화다. 예상을 뒤엎는 준수의 선택으로 결론을 내는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그들의 미래를 상상해보는 것은 보는 사람의 자유이다. (참고로 이 작품은 일본만화 <아기와 나> 하고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영화다.)
김규한 기자 asura78@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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