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_영화계_내_성폭력 | 장병원 평론가가 다시 쓰는 <연애의 목적> 리뷰

2016-11-04 18:18 디지털콘텐츠팀 기자

[맥스무비= 디지털콘텐츠팀 기자] 맥스무비는 #STOP_영화계_내_성폭력 특집으로 2000년대부터 개봉한 한국영화를 양성평등 시선으로 다시 돌아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장병원 영화평론가는 한국 사회의 연애 세태를 솔직하게 탐구했지만, 성범죄를 절실한 연애감정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주장한 나쁜 예로 <연애의 목적>을 꼽았습니다. 맥스무비 편집부

<연애의 목적>에서 이유림(박해일)이 최홍(강혜정)에게 집착하는 행위는 연애와 사랑을 위한 모습보다는 강간, 사기, 폭력의 모습으로 보여진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연애의 목적>에서 이유림(박해일)이 최홍(강혜정)에게 집착하는 행위는 연애와 사랑을 위한 모습보다는 강간, 사기, 폭력의 모습으로 보여진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강간과 연애는 다르다

<연애의 목적>은 요즘 문제시되고 있는 ‘데이트 폭력’의 전범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얘기는 이렇다. 초면부터 여자에게 음흉한 눈빛을 보내던 남자가 끈질긴 집적거림 끝에 동의를 얻지 못하자 여자를 강간하기에 이른다. 여자는 그런 남자에 끌려 연인이 되지만 졸렬하기 그지없는 사건을 통과하면서 파국을 맞는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들은 과거를 반면교사 삼아 진짜 연애를 시작한다. 이런 막가파식 연애에 휩싸이는 주인공들을 교사로 설정한 것도 파격의 일단으로 보인다.

<연애의 목적>은 한국 사회의 연애 세태에 대한 솔직한 탐구이지만 그릇된 성 의식으로부터 잉태된 세태를 무분별하게 과시한다. 주인공 이유림(박해일)의 행태는 목불인견이다. 성희롱, 강간, 스토킹도 모자란 그는 공갈, 협박의 수준으로 담대하게 전진한다. 맹목적인 사랑의 포로처럼 보이지만 이런 부류의 남자에 대한 환상을 걷어내고 보면 유림은 난봉꾼에 불과하다. 잡범 수준의 범죄를 태연하게 저지르는 유림이 쏟아내는 대사를 보자. “같이 자고 싶어요”, “5초 만 넣고 있을게”, “젖었어요? 젖었죠?” 동의를 구하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는 유림의 말들은 발정 난 수컷의 애걸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연애의 목적>은 이 참담한 과정을 모두 연애의 신화로 포장한다. 자신의 욕망 채우기에 급급한 유림의 안하무인은 인간이 덜 됐기 때문이라고 넘길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최홍(강혜정)의 대응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 자신을 강간한 남자에게 애정을 느끼고, 폭력도 감내하는 그녀는 남성에게나 존재할 수 있는 왜곡된 성 의식이 투영된 인물로 보인다. 이야기의 결말부, “너 진짜 나쁜 년이야. 나 너 이후로 여자 믿을 수도 없고 무서워서 여자 사귀지도 못해!”라고 절규하는 유림에게 “그러니까 내가 책임질게”라고 답하는 최홍의 내면에 담긴 심리적 기제는 무엇일까.

강간과 사기, 폭력을 연애라는 상황이 빚어낼 수 있는 몇 가지 일탈적 삽화로 착각하게 하는 관용적 태도에 동의하기는 힘들다. 강간은 강간일 뿐, 연애가 아니다. 성범죄를 절실한 연애감정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주장하는 이 영화의 이데올로기는 지극히 위험하다.

글 장병원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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