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서 자는 나무> 서지혜 “성장의 시간 함께 보냈죠”

2010-12-08 18:45 맥스무비취재팀 기자

[맥스무비= 맥스무비취재팀 기자]

배우 서지혜가 영화 <서서 자는 나무>를 통해 3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단순히 눈물만 빼는 영화가 아니라서, 사랑의 의미를 되짚는 영화라서 서지혜는 <서서 자는 나무>가 좋았다. 그는 순박한 여인 ‘순영’과 만남이 자신에게도 성장의 시간이 되었다며 감상에 젖어 들었다.

영화는 한 3년만이네요?영화를 배제하고 활동하진 않았는데 계속 드라마와 연이 닿았어요. 영화든 드라마든 전 항상 오픈이에요.

삼척에서 진행된 촬영은 어땠나요? 송창의 씨는 서울에서 떨어져 있다 보니 불편함도 있었다고 하던데요. 삼척에서 3개월 동안 살다시피 했는데 즐거웠어요. 촬영 없는 날에는 배우들하고 놀러도 다니고 작업도 편안한 편이었어요.

아역 빼고는 혼자 여자였는데 쓸쓸하지는 않았어요? 아뇨. 제가 남자분들을 데리고 다녀서.(웃음) 극중 딸로 나온 친구(주혜린)가 저랑 붙는 신이 많아서 친하게 지냈어요. 같이 여자고 언니다 보니까 편안하게 생각해주더라고요. 나중에는 아줌마라고 놀리기도 하고.(웃음) 어린 친구니까 순간 집중력이 떨어질 때도 있고 에너지가 과하게 넘칠 때도 있어서 제가 다 관리했죠.

송창의 씨나 여현수 씨가 많이 챙겨줬을 것 같은데요. 제가 열심히 했죠. 아무래도 남자들끼리는 통하는 게 있잖아요. 제가 여자다 보니까 ‘그래 너는 여자니까’ 하면서 위해주려는 모습들이 보이더라고요. 안 그래도 되는데.(웃음) 그래서 오히려 털털하게 다가가고 제가 그들을 컨트롤하려고 했어요.(웃음)시작부터 한 아이의 엄마로 나오는데 시나리오를 보고 거부감은 없었나요? 그렇죠. 엄마로 나와야 되는데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라는 생각이 자꾸 드니까요. 드라마에서도 엄마의 모습을 이미 보여준 적이 있었고요. 그래서 고사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번 영화는 느낌이 좋았어요. 나중에는 엄마라는 사실을 아예 배제하고 볼 정도가 됐으니까요. 눈물을 쏙 뺄 만큼 슬픈 멜로라고는 생각 안 해요. 잔잔하면서 가슴 뭉클한 느낌이 많죠. 억지로 눈물을 만드는 영화가 아니라 다시 한번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는 영화라는 게 제일 좋았고요.

기존에 드라마에서 겪었던 인물에 비하면 순영은 다소 평범한 인물이었어요. 오히려 그래서 더 까다롭진 않았나요? 순영을 처음 봤을 때 ‘얘 모야?’ 싶은 구석이 많았어요. 애매한 부분들이 많더라고요. 사람마다 대하는 태도가 다르고 사회로 나가려고 하지 않는 모습들이 그랬어요. 밝고 순수하고 그렇지만 막상 가족을 벗어나서는 세상을 무서워하고, 평범한 듯 보이지만 자기 안의 아픔이 많은 인물이죠. 일단 저는 감정 표현은 많이 안 하려고 했어요. 씩씩하고 맑게 살아가는 순영의 이미지가 더 강해야 했거든요. 감독님과 얘기를 해봤는데 구상의 심적인 내용이 무거울 수밖에 없으니까 밝고 아무렇지 않은 듯하게 그리자고 했어요. 실제 부부 같은 느낌을 살리는 게 중요했어요.

실제 부부 같은 느낌을 살리는 것 역시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더 송창의 씨랑 친해지려고 노력한 거에요. 친해져야 자연스런 리액션이 나오는 것 같아서요. 사실 원래는 낯도 많이 가리는 성격인데 평상시의 모습이 배어 나와야 좋은 연기가 나온다는 생각이 자꾸 드니까 적극적으로 했죠.

영화의 순영이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사람처럼 보였어요. 지혜 씨는 어떤가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 말고도 모든 일에 운명이 있다고 믿는 편이에요. 특히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했던 작품들도 다 운명이 맞아서 할 수 있었다고 믿고요.

가장 운명처럼 다가왔던 작품이 있다면요? 처음 데뷔했던 <여고괴담 4>가 가장 의미가 있죠. 오디션을 4차까지 봤는데 간절한 마음도 있었지만 처음부터 왠지 붙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던 영화예요. ‘이 영화는 내 거다.’ 싶었어요.(웃음) 지금 생각하면 괘씸한 생각일수도 있는데 말할 수 없는 기운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붙었을 때 더 기뻤고요.

어쨌든 지금도 운명을 믿고 있는 걸 보니, 운명이라 믿었던 작품들에 일종의 배신을 당한 적은 없나 봐요? 그런 것보다 일단 작품에 들어가면 내 것이 아니어도 어떻게든 내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 스타일이에요.

순영에게 ‘서서 자는 나무’ 같은 존재는 남편 구상이에요. 지혜 씨한테도 나무 같은 대상이 있겠죠? 부끄럽지만 아직도 엄마한테 많이 기대는 편이에요. 정말 사소한 얘기까지 다해버리거든요. 지나가는 길에 강아지를 봤는데 너무 예쁘더라 이런 거까지 다요.(웃음) 그런데 모든 감정을 다 드러내는 편이니까 엄마한테 미안할 때도 많아요. 짜증도 많이 부리거든요.

배우로서는 없고요? 사실 배우로서 연기에 정체기랄까 과도기가 있었어요. 그런 게 왔을 때 너무 생각이 많으니까 정리가 안되더라고요. 주변에 조언도 구해보고 그랬는데 결국엔 제 자신이 풀어야 되는 상황들이 많았어요. 아무리 좋은 얘기를 들어도 내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그만이 돼버리니까. 연기는 누군가에게 기대는 것보다는 스스로가 결정하고 해야 되는 일인 것 같아요.

왜 갑자기 슬럼프가 생겼나요? 그전까지는 사실 앞만 보고 달렸어요. 그런데 돌아보니까 내가 생각했던 길이 아니었던 것 같았어요. 자꾸 뒤를 보게 되고 부족한 것들과 여러 가지 상황들이 보이니까 연기에 대한 두려움도 생겼고. 내가 왜 연기를 하고 있지 하는 생각도 했었어요. 자신감이 없어진다고 해야 되나? 그래서 그걸 다시 찾으려고 좀 쉬기도 했어요. 그리고 나서 이제 다시 일을 해보자고 마음 먹었을 때 이 영화를 하게 된 거예요. 나이는 들었으나 철이 덜 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던 시기였으니까. 제 인생에 있어서 어른으로 성숙해가는 시기 속에 이 영화가 있는 거죠.

<서서 자는 나무>가 남다른 영화일 수밖에 없겠네요. 어쩔 수없이 저에게는 또 다른 느낌의 영화가 됐죠.

이후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사실 작품을 할 때마다 고민이 너무 많아요.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요. 연기하는 게 재밌기는 한데 역할에 몰입함에 있어서 작은 거 하나라도 신경 쓰게 되요. 예전에는 대본 읽어보고 그 느낌대로 쉽게 갔었는데 좀더 파고 들고 싶고 혹사 시키면서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그러니까 나쁜 스트레스는 아닌 셈이죠. 어쨌든 한 작품을 하고 나면 온 에너지를 소진돼버리니까 좋으면서도 힘도 들고 그러네요. <김수로> 때도 사실 힘들었어요. 이전에 찍었던 사극 <신돈>의 이미지가 강한 것도 있었고 그 때 당시에 반응도 좋았던 편이라 부담이 됐죠.

앞으로는 찬물 더운물을 오가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네요. 다소 발랄한 현대여성 캐릭터는 어떤가요? 좋죠. <김수로> 이후에 드라마 스페셜 단막극(<달팽이 고시원>)을 하나 했었는데 거기서 역할이 딱 그랬어요. 1주일간 촬영했는데 그게 연기하는 데에 꽤 활력소가 되더라고요.

앞으로 계획은요? 지금까지는 비슷한 캐릭터가 많았고 그래서 안주했던 것도 있었어요. 이제는 뭔가 좀 다른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악역이 될 수도 있고 액션이 될 수도 있고요. 그래야 또 활력을 얻으면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액션배우요? 제가 원래 몸쓰는 걸 되게 좋아해요. <김수로> 때 단아한 인물이었는데 고상하게 앉아서 대사하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옆에서 다른 배우들이 말 타고 액션하는 걸 보면 제일 부러웠고요.(웃음) 액션 연기의 기회가 있다면 꼭 해보고 싶어요. 안젤리나 졸리 같은 여전사 역할 어디 없나요?(웃음)

사진=권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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